사람 구분 금지
"그거 들었어? 옆 팀장이 자기가 선호하는 외향(E) 성향을 쏙쏙 골라서 대놓고 편애하다 딱 걸렸대. 활달한 사람이 성격도 좋고 일도 잘한다면서 주요 업무를 맡기고 고과도 후하게 줬다나 봐. 선택받지 못한 인원이 이상하다 싶어서 따져보니 남은 사람이 모두 내향(I) 성향이었던 거지. 억지로 사람을 구분해서 차별 문제를 쏟아내던 MBTI 검사가 금지된 게 언젠데 말이야. 이미 인터넷에서 사라진 질문지와 해석표를 몰래 다 적어서 가지고 있었다나 봐. 해마다 팀원에게 강제로 시켜왔었대. 그 결과를 가지고 마음대로 팀 운영을 해왔던 거지. 한 조직의 리더씩이나 되면서 어떻게 그런 틀에 박힌 구시대 사고방식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지? 이 정도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가야 하는 거 아냐? 아니, 그전에 먼저 회사에서 나가야지!"
"결국 터졌구먼. 그 팀장 원래부터 유명했어. 예전부터 이리저리 나눠서 꼬리표 달아놓는 거 좋아했거든. '성향 차별 금지법' 도입된 다음부터 잠잠해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옛날 버릇을 못 고쳤네. 신입사원 면접관으로 들어가서 항상 하던 첫 번째 질문이 E형인지 아닌지였잖아. I형으로 면접을 통과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나. MBTI 생기기 전엔 문과랑 이과를 칼같이 나눠서 대했었어. 글 쓰는 건 문과에, 계산하는 건 이과에. 나도 그때 그 밑에서 엄청나게 당했었지. 입사는 전공 불문으로 들어왔는데 이게 웬걸? 대학 전공 적어 내라더니 그때부터 확실하게 일을 구별해서 주더라고. 마케팅 카피 써보려고 들어왔다가 열심히 재고 관리 엑셀만 몇 년 돌렸지. 아마 MBTI가 없었더라도 문이과로 차별하다가 걸렸을 거야. 중요한 보고서는 문과만 쓸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거든. 그 팀장? 물어볼 것도 없이 문과였지. 문이과 구분 교육이 아무 의미 없다고 밝혀져서 폐기처분 되었는데도 말이야."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는 발칙한 상상을 책에서 만나요!
못마땅한 현실을 끄집어내는 발칙한 소설적 상상력.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며 깃발을 든다!
당연하다고 믿는 현재를 냉소적 시선으로 바꿔버린 세상을 훔쳐보며 무엇이 정말 옳은지 고민하게 만드는 진짜 같은 꾸며낸 이야기.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누가 왜 정해놓은 줄 모르는 틀에 아무렇지 않게 맞춰 지낸다. 그게 싫었다. 지금 이렇다고 앞으로도 이래야 한다고 믿지 않기에. 여기 '꼭 그래야만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수많은 허구가 있다. 굳이 들춰보지 않았던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진다. 내게서 태어난 글이 구석구석 널리 퍼져 모두의 의심이 시작되길 바라며.
* 세상을 가득 채운 무기력과 절망을 조금이라고 덜어주고 싶습니다. 이 책에 발생하는 저작의 모든 수익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액 기부합니다. 저의 작은 마음이 우리가 원하는 상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