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는 입에 담지도 마라
오늘도 느지막이 카페로 출근한다. 해가 떠 있을 때는 이만한 곳이 없다. 적합한 자리를 찾아 몸을 깊숙이 밀어 넣고 앉는다. 최적의 조건은 가능한 많은 테이블의 목소리가 닿는 곳. 낚싯대를 많이 드리울수록 월척의 확률이 올라가는 당연한 이치다. 작업에 필요한 준비물은 단출하다. 잡음 없이 생생하게 대화를 기록할 녹음기가 내장된 노트북이 전부. 매일 하는 업무도 단순하다. 일하는 척(실제로 일하고 있지만) 화면을 응시하며 타자를 치다가 이거다 싶으면 바로 리코딩을 시작한다. 충분히 증거 자료를 모은 뒤 일어선다. 그때가 자연스럽게 퇴근 시간이 된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냐고? 음... 고급지게 사회를 바로잡는 프리랜서라고 해 둘까. 옛날 말로 현상금 사냥꾼 정도 되려나.
더 이상 말로 설명해도 어리둥절하기만 할 테니 지금부터 잘 따라붙도록. 오, 저 멤버 구성이면 백 프로다. 보이나? 중년 여성 3명이면 무조건 중타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언제 어디서 치고 나올지 모르니 일단 녹음기를 바로 켠다. 처음엔 뻔한 레퍼토리로 예뻐졌다고 젊어졌다고 살 빠졌다고 영혼 없는 안부 인사가 흘러갈 테니 조금 참아보자. 슬쩍 보니 한 명이 입술을 씰룩거리며 안절부절못하는 티가 벌써 난다. 시작인가 보다. 곧 쏟아져 나올 테지. "근데 말이야. 걔 있잖아. 이번에 나한테 어떻게 한 줄 알아?" 좋은 출발이다. 분노와 미움이 뭉쳐진 첫 멘트라면 못해도 최소한 강도 7이다. 듣고만 있으면 무슨 인간 말종이 따로 없다. 내용에 파묻히지 말자. 난 프로니까. 어차피 신뢰도는 5%도 안 될 거야. 중요한 건 진실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신랄하게 까느냐니까. 자, 1번 타자의 방언은 끝났고 한숨 돌리느라 목을 축이고 있네. 이쯤에서 보너스가 터지면 좋을 텐데. 옳지, 옆 사람도 가담하는군. "사실, 나도 전부터 그렇게 느꼈어. 저번에 말이야..." 오늘 완전 제대로 잡았다. 며칠 쉬어도 되겠어.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는 발칙한 상상을 책에서 만나요!
못마땅한 현실을 끄집어내는 발칙한 소설적 상상력.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며 깃발을 든다!
당연하다고 믿는 현재를 냉소적 시선으로 바꿔버린 세상을 훔쳐보며 무엇이 정말 옳은지 고민하게 만드는 진짜 같은 꾸며낸 이야기.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누가 왜 정해놓은 줄 모르는 틀에 아무렇지 않게 맞춰 지낸다. 그게 싫었다. 지금 이렇다고 앞으로도 이래야 한다고 믿지 않기에. 여기 '꼭 그래야만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수많은 허구가 있다. 굳이 들춰보지 않았던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진다. 내게서 태어난 글이 구석구석 널리 퍼져 모두의 의심이 시작되길 바라며.
* 세상을 가득 채운 무기력과 절망을 조금이라고 덜어주고 싶습니다. 이 책에 발생하는 저작의 모든 수익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액 기부합니다. 저의 작은 마음이 우리가 원하는 상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