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아들들
아침부터 전쟁이다. 혼자서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허구한 날 물어보는 그들의 옷 위치 파악, 필요한 준비물과 가방, 영양을 위한 맛난 식사까지. 얼핏 들으면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 같지만, 얘들은 다 큰 사람이다. 혼자서 회사 가고 학교 가는 친구들. 근데도 일단 아침마다 스스로 일어나질 못한다. 지각이 임박할 때까지 침대에 빠져있다가 내 목소리가 특정 데시벨을 넘으면 그제야 기어 나온다. 피곤하겠다고 걱정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 정도면 버릇이다. 매일 술 먹느라 늦게 오고, 게임 하다 새벽에 자니까. 열 내면 나만 손해니 우선 챙겨서 내보내야겠다. 양치질은 했어? 내가 무슨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니고 이런 것까지 확인해야 합니까. 자, 세수하고 로션 바르고 집 밖으로 나가세요!
폭풍이 지나간 집안은 고요하다. 소리는 사라졌지만 풍경은 지저분하다. 벗어젖힌 잠옷 가지, 그새 쌓인 아침 설거지, 어제도 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했건만 아침 햇살에 벌써 비치는 뿌연 먼지. 십 년이 넘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장면의 전환. 가족과 있으면 그들 신경 쓰느라 힘들고, 사라지면 할 일이 넘쳐서 지치고. 이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바깥사람과 아이가 내게 보내는 시선, '집에서 온종일 뭐 해?' 한 번은 괘씸해서 줄줄이 일과를 읊어주었더니 겨우 하는 말이 "아무 데도 안 나가고 편히 있어서 부럽다."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티는 하나도 안 나는 집안일에 갇혀 지내는 심정은 나만 안다. 맨날 뉴스에서 가사와 육아의 가치가 얼마니 떠들면 뭐 하나. 실제로 나라에서 내 손에 쥐여 주든지. 아니, 그 돈 안 받아도 되니까 그 돈 주면 사람 사서 들여놓고 난 나가고 싶다. 나도 밖에서 일 잘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아, 오늘은 도저히 못 견디겠다. 말 통하는 우리 아빠들 보러 가야지. 여보세요? 누구 아빠, 아침에 바빠? 우리 매번 보던 거기서 만나. 옆집 아빠도 불러오고.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는 발칙한 상상을 책에서 만나요!
못마땅한 현실을 끄집어내는 발칙한 소설적 상상력.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며 깃발을 든다!
당연하다고 믿는 현재를 냉소적 시선으로 바꿔버린 세상을 훔쳐보며 무엇이 정말 옳은지 고민하게 만드는 진짜 같은 꾸며낸 이야기.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누가 왜 정해놓은 줄 모르는 틀에 아무렇지 않게 맞춰 지낸다. 그게 싫었다. 지금 이렇다고 앞으로도 이래야 한다고 믿지 않기에. 여기 '꼭 그래야만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수많은 허구가 있다. 굳이 들춰보지 않았던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진다. 내게서 태어난 글이 구석구석 널리 퍼져 모두의 의심이 시작되길 바라며.
* 세상을 가득 채운 무기력과 절망을 조금이라고 덜어주고 싶습니다. 이 책에 발생하는 저작의 모든 수익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액 기부합니다. 저의 작은 마음이 우리가 원하는 상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