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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27. 2022

함께하는 육아의 당연함과 어려움

[여성가족부 기고] 모두가 함께하는 육아 1.

학교가 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진 않는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태어난 선생님, 부모님이 가르쳐 주는 게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세상에 혼자 발을 내디딜 무렵부터는 무엇을 받아들일지 스스로 결정하게 되고 당장 필요한 것에 중점을 두고 선택을 하게 된다. 심지어 갖고 있던 편안함을 버려야 한다면 우리의 관심사에 끼지도 못한다.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리는 '가정, 도덕, 사회' 같은 과목에서 양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남성과 여성의 특징이 서로 다르지만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결론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집에서는 명확하게 구분된 성 역할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어머니는 살림과 육아를, 아버지는 바깥 직장 일을. 그렇지 않은 예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당연하다고 믿었다. 그렇게 분리되어 굳어진 관념을 간직한 채 꽤 오래 살아왔다.


세상은 변했다. 일터에는 수많은 엄마들이 나와 있고, 집안에도 그 못지않은 아빠들이 들어 있다. 변해버린 곳에 살고 있는 나도 변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역할은 아내의 몫이라고 굳게 믿곤 했지만 이젠 아니다. 나는 회사를 쉬면서 아이와 붙어 지내며 곁에서 성장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육아를 위해 단 하루를 쉬는 것도 뒤처질까 비난받을까 창피할까 겁냈던 지난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비어있던 자리를 채우고 보니 그제야 지난날의 비움을 알아챘다.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를 누군가 묵묵히 길러왔고 그곳엔 아빠가 없었다는 깨달음이었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고 집에서도 보지 못해 알지 못했다.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맡아 키운다는 선입관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박혀 있었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미련함 때문에 어쩌면 남들 다 아는 이야기를 뒤늦게 호들갑 떨며 꺼내 놓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혹시 눈치 채지 못한 이가 아직 있지 않을까라는 노파심에 꿋꿋하게 글자를 세워본다. 부부가 사랑으로 뜻을 모아 가정을 꾸리면 함께 잘 살아가려는 그림을 그린다. 그곳엔 이건 내 거, 저건 네 거라는 구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로 서로의 역할을 선 그어 놓은 설명서도 없었을 텐데 그동안 어떻게 선을 넘지 않고 각자의 자리를 굳게 지키며 살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구분 없이 부부는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 하자고 굳게 믿으며 출발한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머리와 힘을 모아 인생의 어려운 결정을 함께 내린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육아'도 아빠와 엄마 모두의 결정이다. 이 육아를 '함께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는 참 명제다. 공동이라는 의미에는 일방적인 치우침이 없다. 그곳엔 연결되어 함께 책임을 지는 연대만이 존재한다.


'함께하는 육아'의 당연함을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나만 해도 보고 느낀 게 온통 옛날 사고방식뿐이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면 엄마가 맞아주셨고 밥을 차려주셨다. 학교에 행사라도 있을 때면 엄마의 참석이 당연했고 아버지는 졸업식에서나 볼 수 있었다. 사회에 들어와서도 일관성 있게 치우쳐있었다. 아내의 출산으로 휴가를 요청한 직원에게 "네가 애 낳았어?"라고 되묻는 팀장은 어디에나 흔히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그리고 경력단절은 오로지 엄마에게만 붙는 수식어다. 일하는 남자들의 책상엔 화목한 가족사진이 붙어있지만 어두워진 사무실 창밖을 보면서 아무도 애는 누가 어떻게 보고 있을지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학교 선생님이 급한 일이 있어 아빠에게 연락을 하면 반응이 한결같다고 한다. “저한테 왜 그러세요? 애 엄마에게 연락해주세요." 두 사람의 아이가 맞지만 아이에 대한 의무와 책임은 언제나 엄마에게 쏠린다.


복잡하게 얽혀있고 꼬여있는 문제를 단박에 간파하긴 어렵다. 더구나 이건 우리 사회만의 문제도 아니고 하루 이틀 묵혀온 일도 아니다. 경험한 게 깨달음의 전부인 내 경우로 풀어보는 수밖에 없는데 '편안함'이라고 감히 말해 보겠다. 육아에서 '정'과 '부'는 소리 없이 정해지는 데 누가 뭐래도 엄마가 주 담당자다.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면 엄마가 먼저 달려간다. 아빠는 슬쩍 보지만 더 중요한 자기 할 일을 한다. 엄마의 도와 달라는 요청을 계속 모른 척할 수 없으니 적당히 짬을 내서 보조 담당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엄마의 책임이다. 원래 '부'는 '부'일뿐이니까. 아빠들이 누리는 이 편안함을 누려봐서 잘 안다. 절대 내려놓기 힘든 유혹이다. 함께 나눠지어야 할 무게를 한쪽이 습관처럼 슬쩍 어깨를 빼고 편히 지내는 우리의 현실이다.


아빠 엄마가 서로 다른 이유는 둘 다 아이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있어야 할 역할이 빠져 있다가 채워지면 전보다 나아지는 게 정상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빠라는 자리가 애초에 필요가 없을 테니. 그러나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내 아이의 나아짐과 나의 편안함을 비교하면 고민이 깊어진다. 직장인의 자기계발은 내일 해도 되지만 오늘 늘어져 쉬는 건 포기할 수 없는 원리와 같다. 당장 없어도 되는 좋은 점으로는 필요함을 부각하기 힘들다. 


애를 낳지 않는 부부가 많아졌다.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의 선택지 없는 상황에 마음이 무겁다. 아빠가 육아를 함께 한다고 당장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부가 많아지지는 않겠지만 둘이 함께 육아를 나눠본다면 좀 더 우리가 아이를 키울만한 세상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 본다. 


우린 '함께하는 육아'의 필요성을 모르지 않는다. 우선순위에 밀려 나중에 해야지 하며 미루어 두고 있을 뿐이다. 그것으로 인한 한쪽의 힘겨운 버팀을 당연시하면서. 다른 한쪽의 편안함은 놓치지 않으면서. 이제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을 때다. 상식의 회복을 통해 어려움의 해결까지 도모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무엇인가. 



함께하는 육아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저자 홍석준 

(*원고료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액 기부합니다.)




올해 초 [여성가족부]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엄마 아빠 모두 '함께하는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원고 청탁이었습니다. 제가 외쳐왔던 생각에 강력한 편이 생긴 기분이라 날아갈 듯했습니다.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썼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오래 구상하고 기획하고 쓰고 고쳐왔습니다. 주제에 걸맞은 의미가 큰 곳에 올라가는 글이니만큼 조율 과정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을 딛고 드디어 1편이 공개되었습니다. 총 4편의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세상에 필요하다고 믿는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옳다고 믿는 글을 쓰고 또 쓰겠습니다.


* 아래 여성가족부 블로그 글로 가셔서 '좋아요, 댓글, 공유' 많이 많이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관심이 세상의 변화를 가져다줄 것을 믿습니다!


[출처] 여성가족부 블로그


믿을 수 없는 순간들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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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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