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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pr 22. 2022

내가 아니면 그가 썼을 책

어렵게 가라앉힌 소름

자주 헷갈린다. 원래 무덤덤하게 태어난 탓인지 아니면 살면서 터득한 깨달음 덕인지. 시작은 잘 모르지만 이유는 같다. 그래야 감정의 늪에 빠져 흐물거리다가 혼자 믿고 기대하고 흔들리고 상처받는 걸 피할 수 있다. 쉽게 감동받지 않으려는 삶의 태도는 내게 소름을 빼앗아 갔다. 온몸에 돋아나는 피부의 솟아오름은 어지간하면 찾아오지 않는다. 내 것 같지 않은 그것은 그저 닭의 살일 뿐이다.


퍼석한 녀석이 잠시 몽글거리던 시기가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순수하게 자신을 그대로 담아 만든 첫 책을 낸 직후. 관심과 사랑 덕에 한참을 붕 떠 있었다. 특히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서평, 리뷰, 독후감 릴레이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땐 영원히 이어질 줄만 알고 기대를 접지 못했다. 갈증에 바닷물을 들이켜듯 '다음, 또 다음'을 외쳤다. 초보 작가에 대한 찰나의 과분한 사랑임을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모르고 싶었다. 끊기는 순간 내 책도, 나도 거기서 끝일 것만 같아서.


누구도 찾지 않는 한물간 음식점처럼  발길이  끊겼다. 눈뜨면서  이름을 두드려 찾아보던 아침 일과도 쓸모없음을 인정하고 목록에서 지웠다. 가끔 추억을 곱씹듯이 이미 오래된 고마운 독자의 글을  글처럼 읽고  읽었다. 아이디와 제목만 봐도 내용이 떠오를 지경이 되었을  멈췄다. 새로운 독자의 글을 다시는 보기 어렵겠다는 단언 함께.


짧지만 강렬했던 반복된 검색의 습관은 불현듯 재발했다. 마치 취한 주인을 자주 가던 술집에 데려다줬던 안타까운 말처럼. 그날도 손가락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 채 검색 결과를 망연히 바라보던 참이었다. 빈틈없이 외우던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눈길이 꽂혔다. 처음 보는 사람의 글에 익숙한 책 이름이 적혀있었다. 숨을 멈추고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내가 쓴 줄 알았다. 생각의 벗어남이 없었다. 내 안에 들어왔다 나간 듯 모든 걸 간파했다. 그곳엔 어떤 오해도 없었다. 누군가의 "너는 상황이 되니까 육아휴직도 하고 호주에 가서 아빠 육아를 하지, 난 그렇지 못해서 같이 육아 못 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칭얼거림은 없었다. 대본을 주고 달달 외워서 말하라고 시켜도 남의 것이라면 빈틈이 생긴다. 내 책을 읽고 남겨놓은 글에서 조금의 어긋남을 찾지 못했다. 결국 책을 내고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그것이 팔뚝부터 돋고 말았다.


한참을 다독여서 겨우 가라앉혔다. 오랜만에 만난 표면의 이질감은 낯설었다. 온몸의 감각이 새롭게 깨어난다면 이런 게 아닐까. 그리고 확신했다. 내가 쓰지 않았다면 그가 이 책을 썼을 거라고. 그만큼 완벽히 통한 생각은 짜릿하고 아찔했다. 단 한 번도 리뷰를 그대로 옮기지 않았지만 내게 주는 상처럼 그의 문장을 고스란히 적어 둔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소장해야 될 책이다 싶어서 주문했다."

"언젠가 한 번은 육아에 관련된 책을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럴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담긴 책이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좋은 책을 읽으면서도 이 땅의 많은 육안빠(육아하지 않는 아빠)들에게 이 책이 별다른 울림을 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먹먹했다."

"누군가는 저자에게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것이고 누군가는 세상 물정 모른다며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 그는 경로를 이탈한 게 아니라 누구보다 정확한 삶의 목적지를 향하고 있음을."


가슴 깊숙이 담아두고 난 뒤 의심을 시작했다. 책에 쓰인 글과 나는 다르지 않은지. 남에게 감동을 주고 간직하게 할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한 치의 거짓 없이 겉으로 들어내는 생각과 일치하게 살고 있는지.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처음 받은 질문이 아니었음에도. 원하던 책을 세상에 내보내고 나서부터 계속 스스로 물어왔기 때문이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실수와 좌절을 반복할수록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았다. 번드르르한 말로 가득한 책을 내 것인 양 믿고 사는 게 맞나 싶은 순간이 쉬지 않고 찾아왔다. 그의 글은 더욱 날 채근했다. 많이 배웠다는 감사의 말에 당당히 얼굴을 들기 망설여졌다.


책임을 져야 한다. 세상에 이름을 박아 펼쳐 놓은 이야기가 나와 다르면 안 된다. 나 하나도 지키지 못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외칠 순 없다. 줄어든 관심을 탓으로 돌리며 처음에 쓰던 마음을 잊고 살았다. 다시 돌아가자. 써낸 책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자. 누군가 돌아봤을 때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부끄러움은 피하자. 내가 지켜내는 변화만큼 세상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래야 옳다고 믿는 내 목소리에 한 명이라도 더 귀 기울여 줄 테니.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몸으로 보이겠다. 이 날의 소름이 준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



제주도에서 아빠로 살아가는 의사 선생님의 찐 리뷰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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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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