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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30. 2022

회사에 가지 않는 사람의 이로움


같은 일을 두 번 하기 싫어한다. 해야 할 일은 물론이고 좋아서 하는 것도 그렇다. 영화도 책도 한 번 더 보는 일이 없다. TV는 나를 위해 켜지 않기에, 남들이 흔히 즐기는 드라마도 잘 보지 않는다. 이런 내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보는 드라마가 딱 하나 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바로 <미생>. 흔하디흔한 회사 이야기다. 뻔한 사람인 내게 익숙한 스토리라서 그런지 감정 이입이 쉽게 된다. 보고 또 봐도, 어떤 장면이라도 그 속에 풍덩 빠져든다. OST 전주만 흘러나와도 기분이 울렁인다. 그 속에 있던 내가 떠올라서, 그때 그 기분이 새어 나와서. 설명하기 어려운 오묘한 감정을 전하는 영상과 음악을 접하는 순간은 중독적이다. 몸을 노곤하게 만들고 기분을 늘어지게 한다. 밋밋했던 온몸의 신경을 살살 자극하며 소름 돋게 만든다. 회사라는 존재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나를 쉽게 흔들어 놓는다.


사실 나는 회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토록 원해서 입사했음에도, 처음의 마음이 아니다. 또 필요에 의해서 시작한 관계는 쉽사리 발전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간은 무섭다. 함께한 시간이 쌓일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살아온 시간 중 가장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어느 대상도 이렇게 규칙적으로 살을 맞대본 적이 없다. 한쪽이 기분이 별로거나 준비가 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내 일상에 떡하니 큰 자리를 차지하는 이 녀석을 빼고는 지난 삶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로써 내 삶이 들어있는 회사에는 인생이 있다. 사랑, 고통, 기쁨, 슬픔, 즐거움, 분노. 오래된 관계만큼 미운 정 고운 정 빠지지 않고 듬뿍듬뿍 들었다. 만날 수 있고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했다. 처음의 열정과 애정은 남들 못지않았다. 그러다가도 가끔은 틈만 나면 떠나고 싶었다. 미련두지 않기 위해 정 붙이지 않으려고 노력도 했다. 괜히 밥벌이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기 위해 애쓰던 때도 있었다.


어떤 마음과 감정으로 마주하더라도 매일 보는 녀석을 무시하긴 어려웠다. 아무리 외면하고 모른 척하려 해도 그곳에는 이미 내가 들어있었다. 지나온 갖가지 감정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드라마의 주제가가 울려 퍼지면 마음이 술렁였다. 그곳이 나이기도 해서 그랬나 보다. 오래된 앨범에서 잊었던 사진을 보며 추억을 꺼내는 기분이라서. 기억을 꺼내면서 그때의 마음을 다시 느끼느라. 다른 사람의 것은 느끼기 어렵지만 내 것은 쉽게 닿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회사는 또 하나의 나임을 매번 깨끗하게 깨달았다.



* 그러다 갑자기 회사에 가는 걸 멈추면서 모든 게 달라졌는데...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퇴사라는 고민』

교보문고 https://bit.ly/3RizpNk

예스24 https://bit.ly/3yjCDYx

알라딘 https://bit.ly/3AxtmPd

인터파크 https://bit.ly/3ah39tG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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