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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11. 2020

아이가 다섯이라고? 거기에 강아지도?

첫 생일파티 & 첫 할로윈 축제

05/Nov/20


지난주에는 이곳 호주에서만 할 수 있는 2가지를 경험했다.






첫 번째는 유치원 친구의 야외 생일파티에 처음으로 온 가족이 참석했다. 


초대를 받고 당연히(?) 가고 싶다는 아들의 요청으로 RSVP를 보내고는 나름 우리 가족은 준비를 했다. 아들은 생일을 맞는 친구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보아 주었는데...


‘두유 라이크 레고?라고 2번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 했어. 고개를 저어서 '노?'라고 했는데도 안 했어, 뭔가 기분이 나쁜 일이 있었나?’


전후 상황을 모르니 아들의 수고에 고마움을 표하고 ‘우리도 대답하기 싫을 때가 있잖아’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아들 너도 대부분 대답을 안 하지 않니?^^;;)


멋진 생일 카드를 손수 만들고 그렸다. 파랑은 생일 선물을 위한 예산의 범위를 확인했고, 포장을 담당했다. 남자아이 생일일 경우 적당히 작은 레고를 선물하면 된다고 들었다. 나는 아들을 데리고 장난감 가게에 가서 열심히 선물을 아들과 골랐다.


그렇게 두근두근대며 찾아온 생일 당일... 세 가족이 약속된 장소인 넓은 공원에 10분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한 무리의 생일파티 그룹은 아이들이 좀 더 큰 아이들인 다른 파티였다.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익숙한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을 만났다. 모두 호스트 가족을 찾지 못해 ‘여기가 맞나?’하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공원을 살펴보았다. 아이들은 이미 놀이를 시작했다. @.@ 10분이 지나도 찾지 못해서, 내가 문자를 보내봤다. 


‘여기 우리 가족이랑 누구네, 누구네랑 같이 있는데 너희 가족을 못 찾겠어, 별일 없는 거야?’

‘우리 바비큐장 바로 옆에 있어~’


아까 처음에 지나왔던 그 테이블 있는 곳을 다시 보니 호스트 가족이 방금 도착해서 준비 중임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엄마들에게 알리고 자리를 옮겼다.


호스트 가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아들을 스쿠터에 태워서 아이들과 놀게 내보냈다. 매일 등 하원을 하는 나는 도착하는 부모들과 얼굴이 서로 익숙해서 오며 가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마다 파랑도 열심히 같이 인사를 나누었다. 곧 돌아온 아들이 같이 놀자고 하여 내가 같이 갔는데, 나가면서도 파랑이 어색해할 것이 걱정되었다.


아들과 공원 이곳저곳을 다녀보니 엄청나게 넓고 놀이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이었다. 우리 그룹 말고는 거의 사람도 없었다. 아이들에 끌려(?) 나온 부모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파랑이 잘 있는지 걱정이 되어 테이블이 있는 곳을 보니 호스트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하는 파티여서 음식은 대부분 아이들용 스낵이었고 그러다 보니 어른들은 음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한 시간 반 정도를 거의 대부분의 부모들이 제각각 아이들을 돌보며 놀고 있었다.


어느덧 파티 타임이 되어 모두 모여 노래를 부르고 손수 만드셨다는 케이크에 촛불을 꽂아서 불도 껐다. 아들은 땡볕에 노느라 목이 말랐는지 주스와 수박만 먹었다. 공원 놀이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러고도 30분 넘게 놀다가 답례 과자를 받아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파랑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심플하면서 다소 어색한 파티가 왜 그랬는지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이 집은 아이들이 5명이었다!!! 그날 생일잔치 주인공이 네 번째 아들이고, 바로 전날에는 세 번째 아들 생일 파티를 했다고 한다. (와우!) 이러니 뭘 엄청 대단하게 식사 음식 준비를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모든 아이들 생일 파티를 준비해서 초대하고 호스팅을 하는 것 자체가 기적같이 보였다.


괜히 기대와 달랐다고 실망했다는 마음을 가진 것에 미안해서 다음날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어젠 날씨, 장소 너무 좋았어~ 덕분에 좋은 시간 보냈어~, 그리고 아이들이 5명이라도 들었어 ㄷㄷㄷ 정말 대단하다! 난 상상도 안된다. 너랑 네 남편은 정말 대단한 부모야, 존경스럽다, 남편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주렴~’


장문의 답문도 받았다.

‘사랑스러운 메시지 고마워~어제 모두 와서 축하해줘서 내 아들도 좋은 시간 보냈어~ 심플한 파티였지만 여러 사람이랑 이야기할 수 있어서 우리도 좋았어~ 네 아름다운 와이프랑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 공부하는 것 잘 되도록 기원할게! 맞아 우리 5명 아이가 있어~ 겁나게 바쁘지만 매 순간을 사랑해~’


확실히 여유롭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다. 5명의 아이들이라니... 거기에 강아지도 있던데 하하. 호주 대가족의 스케일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엄청나게 넓고 맑았던 생일파티 공원



두 번째는 할로윈 당일에 즐긴 동네 축제였다.


할로윈 당일 아침에만 해도 잠잠하길래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다. 마침 저녁에 다른 모임 약속도 있기도 했는데, 아들 컨디션이 별로여서 그냥 집에서 쉬려고 했다. 하지만 오후부터 동네가 변하기 시작했고 우리고 부랴부랴 준비해서 즐겼다. 잊을 수 없는 짜릿하고 신나는 경험이었다. 호주에 온 것을 강하게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날의 뜨거운 현장은 별도로 정리해 둘 예정이다!


이렇게 이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큰 경험을 하고 나니 정말 한국과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구나 싶었다. 색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은 항상 두근대고 뭔가 마음속에 한 줄이 남는 기분이다.

할로윈 캔디와 젤리 받으러 나서는 거미소년




유치원 생활 이모저모


이런저런 소소한 일들이 계속 생겨서 재밌다.


1. 유치원 칭찬스티커


특정한 활동을 완수하면 아이들마다 칭찬스티커를 주는 모양이다. 지난번 하원 할 때 보니 아들이 선생님께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기가 무언가를 했으니 칭찬스티커를 달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뭔가 덜 되었다고 알려주었고 아들은 자기 짐 있는 곳으로 가서는 빠진 짐을 가방에 열심히 정리했다. 하하.


열심 열심하더니 다시 가서 확인을 받고는 스티커를 붙였다. 아빠에게 몇 개를 모았다며 자랑했다. 어느새 이렇게 많이 모으다니 잘 지내고 있구나 싶었다.



2. 누구랑 노나?


내년에 학교 갈 때, 반배정을 위한 정보로 유치원에서 같이 잘 노는 친구 이름을 적어내게 되어있다. 우리도 나중에 선생님께 여쭤보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어느 날 하원 할 때 한 엄마가 선생님께 물었고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들을 지목했다.


그렇게 그 친구 엄마와 인사를 나눴고, 그 친구는 아들과 자주 노는 아이여서 우리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친구였다. 집에 와서 아들 이름을 많이 이야기하더라 하셨고, 우리도 그 친구 이름을 적기로 하고는 헤어졌다. 같이 잘 노는 친구가 있다고 하니 마음이 좀 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하.



3. 아빠 배웅


아들은 등원하고 헤어질 때는 내가 차를 타고 갈 때까지 지켜본다고 한다. 지나갈 때 나를 부르면 내가 인사를 하고는 마지막 아침 인사를 나눈다. 그러고 나면 혼자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논다는 것이었다. 어쩌다가 내가 다른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늦어지면 담장까지 와서 빨리 가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있으면 계속 보고 싶어서 마음이 힘들다고 한다. 


어제는 한 아이 엄마와 이야기를 유치원 정문에서 나누었는데 기다려도 지나가지 않는 아빠를 찾다가 아들이 울음이 터지는 바람에 선생님에게 안겨서 찾아왔다. 많이 기다렸겠구나 하며 사과와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다. 아직 마냥 어린아이인데 적응해가려고 애쓰고 있는 게 괜히 마음이 짠했다.

즐거운 유치원에서


미술 & 수영 수업


이번 미술 시간에는 오랜만에 물감으로 페인팅을 했다. 한주 동안 무엇을 그릴지 고민하던 홍카소는 ‘공작새’를 골랐다. 구도와 색감을 아주 열심히 고르고 골라서 대작을 완성했다. 스스로는 다소 아쉬워하긴 했지만 선생님과 우리 부부는 정말 놀라워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는 선생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셔서 수술을 받으셔서 쉬기로 하였다. 건강 회복을 빌며 휴식이 필요한 만큼 우리가 기다릴 테니 걱정하지 말고 푹 쉬라고 전했다.


이번 수영 시간에는 또다시 실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스타피시 자세를 거의 마스터했으며 누워서 둥둥 떠서 팔을 붙이고 발차기로 나아가는 것에 성공했다. 수영장 바닥에 붙어 있는 장난감을 가져오기도 성공했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


‘준이~ 물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네? ^^’라고 선생님이 표현했다. 어린아이들의 학습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공작새를 그린 홍카소 / 수영 신동?




아들의 말과 아빠의 반성


비가 오고 난 뒤 맑은 날이 찾아오면 길가에 죽어있는 지렁이를 발견하곤 한다.


그 지렁이를 보고는 아들이... '지렁이가 하늘을 보고 비 안 올 것 같으면 집으로 갔어야지...’ 지렁이는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할 거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아들아 아빠가 기분이 안 좋고 화가 날 것 같으면 말을 들었어야지...’


그렇다. 아직도 아들이 대답을 안 하고 늦장을 부리는 것이 계속되면 화가 나서 혼내기 일쑤이다. 


그래도 분명히 알고 있다. 화를 내는 것은 무조건 부모의 감정 조절 실패라는 것을. 


'가르친다고 혼내는 것은 가르침이 아니다’는 말을 다시 한번 명심하고 오늘 하루를 보내보자!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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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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