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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09. 2020

아들이 아프다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5살이 되면 할 게 많은 아이

31/Oct/2019


아들은 여기 호주 나이로 지금 4살이다. 생일 기준으로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곧 한 달 뒤면 아들의 생일이기에 5살이 된다. 아들은 5살이 되면 하겠다고 본인이 직접 선언해 놓은 일들이 많다.


- 교회 유치부 찬양 단상에 오르기

- 유치부 예배 혼자서 가기

- 차가운 수영장/바닷가에서 수영하기

- 뭐도 하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등등 3달 전 호주에 와서 권유했던 거의 모든 것들을 5살 생일 이후로 미루어(?) 놓았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해보고는 싶은데 적당한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고 도전을 위한 적절한 시기를 판단하건대 진정한 5살 형님이 되는 시점으로 스스로 정해놓은 것 같다. 11월 27일이 지나면 세상에 없을 자신감 넘치는 아들로 변해서 너무 어색해지진 않을지 정말 걱정이다. (꼭 그렇게 되지 않고 다른 그럴듯한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아빠는 이해할게...)


오랜만에 놀러 간 아들 친구네 수영장에서 놀기로 하고 수영복을 모두 입고 출발했다. 그런데 아들이 도착해서 물에 발을 담가보더니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았나 보다. (내가 느끼기에는 날씨가 더워서 놀기 딱 좋은 물 온도였다.)


‘난 추운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건 5살 되면 하기로 했잖아~ 안으로 들어갈래~’


결국 나랑 아들 친구랑만 남아서 놀았다. 아들 친구는 더 놀고 싶어 해서 정해진 만큼만 놀게 하고 들여보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물놀이에 대해서는 원래 아이들은 이런 것이 아닌가? @.@)


이런저런 생각이 들다가도 내 아들을 모르는바도 아니고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아들 덕분에 나도 5살 생일 이후로 미루어 놓았다.


이거 괜찮네 아들! 고민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신경만 쓰이는 것들은 적당한 시점으로 미루어 두는 것!


이번 생일은 너도 기대가 많겠지만 나도 많이 기대가 된다. 하하.






유치원 일상다반사


1. 아픈 날 유치원 조퇴


이번 주 월요일에는 기침과 약간의 열을 가지고 유치원 등원을 했다. 아플 때 선생님께 이야기하라고 ‘아임 식’을 알려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2시간이 좀 안되었을 때, 원장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원장 선생님) '여기 유치원인데~ 준이 아프다고 2번 했고, 아빠 전화하고 싶다고 해서 전화했어~’


(나) '아 그래? 열이 많이 났어? 아들이랑 통화 좀 하게 해 줘~’ ‘아들~ 많이 아파?’


(아들) '아빠, 나 아파서 2번 이야기했어, 지금 아빠가 데리러 와주면 좋겠어’


(나) '(이런저런 이야기로 좀 더 있어보길 권유하다가 포기하고는)응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유치원에 다시 도착해서 보니 선생님들이 본인들이 보기에는 막 심각해 보이진 않다고 하셨다. 원장 선생님도 가끔 컨디션 안 좋으면 부모님께 연락해서 데려가 달라고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특히 월요일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반가워하는 아들을 안고, 왜 일찍 가는지 너무도 궁금한 어린 친구들에게 설명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바로 따뜻한 물에 씻기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히고는 푹 쉬라고 놀이방에 풀어주었다. 언제 아팠냐는 듯이 몇 십분 마다 나를 찾으며 같이 놀자고 했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놀았다. 


그리고 다음날, 그다음 날도 아주 잘 등원해서 잘 놀았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절대 꾀병은 아니라고 본인이 장담했다!



2. 첫 생일 초대와 친절한 환영


같은 반 친구의 생일 파티가 돌아오는 주일에 열린다고 초대장을 받았다. 아들에게 혹시 가고 싶은지 물었다. (아무래도 아직은 어색해할 것 같아서 안 간다고 할 줄 알고)


(아들) ‘응, 나 가고 싶어’


@.@ 와이프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나는 벌벌 떨며 그 친구 어머니에게 RSVP를 문자로 보냈다.


(나) ‘안녕~ 난 준 아빠야~ 너희 아들 생일 파티 초대해줘서 고마워~ 우리에겐 엄청난 경험이 될 거야~ 왜냐하면 우린 호주에 온 지 3개월밖에 안돼서 아무것도 몰라~ 이게 우리의 첫 생일파티야~’


잠시 뒤 정말 장문의 답문이 돌아왔다.


(친구 엄마) ‘초대해 응해줘서 고맙다, 엄청 흥미진진하겠구나, 모든 게 새롭겠구나, 잘 세팅되어있길 바란다. 생일파티에 대한 모든 정보, 오는 길 가이드, 스쿠터나 자전거 없으면 빌려줄게,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 말해줘. 우리 가족은 이렇게 저렇게 있으니, 준 형제자매 모두 데리고 와도 된다. 등등'


영어 전문가 무리에 들어가서 2시간이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걱정이 많이 수그러들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런 것들에도 신경이 쓰이는데 우리 아들은 매일 새로운 환경에서 정말 잘 지내고 있구나 싶어서 대견스러웠다.


그 이후 오고 가며 그 친구와 그 친구 어머니/동생/강아지와 인사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었다. 아들 덕분에 우리가, 그리고 내가 적응해 나가는구나 싶었다. 하하.



3. 의젓해진 아들


예전의 ‘불편한 그 아이’와도 가끔 일이 생기곤 한다. 엊그제 하원 하러 갔을 때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아들) ‘아빠 오늘 그 친구가 나를 안고 넘어뜨리기 해서 불편하다고 말해줬어. 그런데도 한번 더 해서 다시 불편하다고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어. 알았다고 했고 선생님들이 보시고 하지 말라고 해줬어.’


힘으로 대응하지 않고 두 번이나 참고 말로 이야기해준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불편한 마음이 있긴 하지만 아들의 의젓한 대응을 보니 한결 마음이 나아졌다.


그리고 더 놀랐던 것은 다음날 그 친구가 커다란 장난감을 가져와서는 아이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나) '본인 장난감은 집에서 가져오지 않는 건데 가져왔나 보네?’


잠시 생각하던 아들이... 

(아들) ‘아빠~ 저 친구는 저게 보고 싶을 때 보는 장난감(애착 장난감) 아닐까?’


아이들이 집이나 부모님이 생각날 때를 대비한 가족사진이나 애착 장난감을 가방에 넣어두고 있는데 그게 아닐까 하며 내게 이야기를 해준 것이었다. 순간 많이 부끄러워하며 동의했다. 속 좁은 아빠가 많이 배워야 한다.



4. 동물원에 가자~


어제는 아들이 한 친구와 커다란 동물원을 만들었다고 전해왔다. 친구와 협력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블록으로, 동물 장난감으로, 음식 장난감으로 동물원을 꾸몄다고 한다. 함께 노는 모습이, 대화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모습이 놀랍고 신기했다.


그 기록의 제목과 첫 문장을 남겨놓는다.

<We're going to the zoo!> Joon " Malissa, zoo, big zoo!"


"이게 내 스타 바스켓이야!" / 등원해서 아침에 아빠랑 놀기




기타를 두 번째 배운 날


어제는 음악 수업 시간에 지난번에 배운 기타를 다시 배우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이번에는 아들이 매우 자신 있게 배웠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냥 스트럼을 한 게 아니고 선생님의 코드를 따라서 하려고 했다고 한다. (오~)


중간에 한 아이가 피크를 놓쳐서 울음이 터졌는데 노련한 선생님께서 ‘누구나 피크를 놓쳐요’라는 즉석 노래를 만들어서 달래주었다.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차에서 라디오 음악을 틀었더니 바로... ‘아빠 여기에 기타 소리가 나는데? 드럼도 들리고, 피아노도 있네? 노랫소리도 다 섞여 있다~’


녀석 배우고 경험하는 맛이 있구나 ㅎ






이제 벌써 11월이다. 이 곳 호주에 온 지 4개월, 일 년의 3분의 1이 지났다. 그동안 별 탈없이 잘 지낸 우리 가족 모두에게 잘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특히 많은 사람들과 나 스스로도 어떤 모습일지 걱정했던 내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고 좋아서 기쁘다.


어쩌면 우리 내 삶이라는 게 뭔가 특별한 게 따로 있기보다는 매일 기분 좋게 잠들고 매일 기분 좋게 일어나는 날들이 모여서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려면 거기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결국 마음먹기 나름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는 유리 멘탈을 잘 붙잡고 지내자!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바로 만나보세요!


선생님 코드를 따라하는 아들 / 친구와 블록으로 동물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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