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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13. 2020

교장 선생님과 1:1 인터뷰

다사다난 호주 아빠 육아일기

10/Nov/2019


지난주 화요일 오전에는 우리 가족에게 큰일이 있었다.


2달 전쯤부터 잡아놓았던 일정인데... 바로 내년에 PREP (0학년 - 학교를 준비하는 과정) 과정 등록을 위한 해당 학교 교장선생님과 우리 가족의 일대일 인터뷰였다. 일단 학교 입학 과정에 1:1 면담이 있는 것이 생소했고 안내문에 적힌 것처럼 정말 교장 선생님과 하는 것이 맞는지 여러 번 확인했다.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아이도 함께 참석하여 부모와 떨어진 공간에서 발달 상태를 테스트받는다고 들었기 때문에 아직 언어적인 제약이 있는 아들에게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미 부모들 대상 세션에서 인터뷰는 그런 자리가 아니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임을 전해 들었지만 다가올수록 긴장이 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인터뷰 전날부터 아들에게 그날은 유치원 가기 전에 학교에 가서 내년에 학교 가기 전에 인사를 하러 간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드디어 당일 아침이 되어 온 가족이 출동을 했다. (그래 봤자 유치원에서 200미터 떨어진 곳^^;;)


웃음으로 반갑게 맞아주신 스태프분들이 아들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셨다. 유치원에 같이 다니는 엄마와 아이가 우리보다 앞서 인터뷰를 마치고 나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정말로 ‘교장 선생님’이 우리를 데리러 대기장소로 나오셨다. 웃으며 첫인사를 나누었고, 준영이를 맡아주실 다른 베테랑 선생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아주 조금 걸어 들어가니 교장 선생님 방이 나왔다. 우리 부부는 교장 선생님 책상에 마주 보고 앉았고 아들은 바로 옆 각종 놀이기구들이 놓여있는 테이블에서 베테랑 선생님과 함께 앉았다. 미리 설명을 해두어서 그런지 아들은 거짓말처럼 옆 테이블에서 아주 잘 있어 주었다. 인터뷰 중간에 까르르 웃음이 끊기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 부부도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정말로 교장 선생님과의 1:1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그 내용은 정말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교장) '와~ 니들 둘 다 영어 좀 하는데? 학교 다닐 때 영어 공부 많이 했어?'


(우리) ‘우리나라에서 10년 넘게 공부하긴 했는데 교육 방식이 망해서 스피킹, 리스닝은 엉망이야~’


(교장) ‘아들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말해주겠니?'


(우리) ‘우리 아들은 초반에 조금 부끄럼을 타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잘 놀아.’

         ‘그리고 뭐든 좀 오래 생각하고 연습을 스스로 많이 해서 시간이 좀 걸려 한국말도 그랬어.’

         ‘먹는 것을 별로 안 즐겨. 그래도 가려서 안 먹거나 하는 것은 없어, 그저 조금 먹을 뿐이야~’

         ‘주로 안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하루에도 몇 장씩 무언가를 그리고, 만들어 내고 있어. (그래서 종종 몰래 버린단다.)’


(교장) ‘오~ 적응하는 과정은 매우 노멀 한 케이스니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아들에 대한 소중하고 귀중한 많은 정보 고마워~'

         ‘그리고 니들 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어때? 낯설고 막 그럴 것 같은데 정말 괜찮아?? @.@'


(우리) ‘와이프 - 난 1학기 잘 마쳤고, 사실 몇 시간 뒤에 마지막 시험이 있어서 걱정이 많아^^;;’

         ‘나 - 나는 육아휴직 중이고 하우스 허즈밴드 역할을 하고 있어, 나름 아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있어~'


(교장) ‘오! 시험 잘 보도록 빌어줄게!'

         ‘사실 내 남편도 하우스 허즈밴드야 자기 일을 겁나 사랑한데, 아빠가 내년에 한국 문화 행사할 계획인데 나 많이 도와주렴~’

         ‘그리고 정말 아무거라도 필요한 정보, 좋은 병원/의사 이름 등등 아무거라도 필요하면 편하게 이야기해!'


(우리) ‘오 고마워 정말! 우리 아들이 저렇게 잘 지내니 신기하다!^_^’


(교장) ‘저 선생님은 매직이거든~’


모든 인터뷰를 유쾌하게 마쳤다. 아들은 그때까지도 즐겁게 옆 테이블에서 그림도 그리고 영어로 뭐라고 말도 하면서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물어보았다.


(나) ‘그럼 입학 허가가 되는 단계나 시점이 따로 있는 건가??’


(교장) ‘You’re in! You’re done!'


오늘 교장선생님과 인터뷰를 마치면서 입학이 확정된 것이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도 교장선생님은 와이프의 시험에 굿럭을 빌어주셨다. 하하.


걱정을 해온 것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가족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 설렘 속에서 내년을 기다리며 필요한 것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고생했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한 나도!


미리 학교 교복 맛보기






파랑의 여름방학 시작


1학기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다행히 쉬웠다고) 여름 방학을 맞이하게 된 와이프. 4개월 동안 정착하고 학교 다니고 과제하고 시험 보느라 참 고생이 많았다. 다행히 밝은 모습으로 잘 지내줘서 참 다행이었다. 종강 기념 뒤풀이를 학교 친구들과 보내고 첫 방학 날을 맞이했다.


여유롭게 우리 엄마, 아빠 둘은 아들 유치원 등원을 함께 시켰다. 유치원 선생님도 오랜만에 보는 와이프에게 수고했다며 이제 좀 푹 쉬라고 인사를 전했다. 아들의 음악 수업도 엄마와 함께 가서 놀라운 아들의 모습을 뽐내기도 하고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세 가족 다 같이 잠들기'도 했다.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참 행복했다.


다음날에도 함께 아들을 유치원 보내 놓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쇼핑할 겸 밖으로 나섰다.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돌아왔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들도 엄마랑 낮에 집에 있는 게 좋은지 계속 놀이를 같이 하려고 했다. 물론 나는 덕분에 좀 편했다. 하하.


그리고 그다음 날에는 나 혼자서 미용실도 다녀왔고 (오 드디어 한국에서의 머리로 돌아왔다!) 와이프 학교 친구가 방문해서 와이프는 손님과 놀고 나는 내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며칠을 함께 보내니 뭔가 정말 이곳에서 정말 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날씨도 본격 여름이니 주말에는 바다도 가며 놀자~

그녀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우리 가족의 바빴던 토요일 하루


어제 토요일은 이런저런 사람들과 약속들이 있어서 나름 무척 바빴다. 오전에는 내일 주일 찬양연습을 위한 찬양팀 모임이 리더님 댁에서 있어서 방문했다. 찬양팀 멤버(와이프)들은 열심히 연습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아이들과 편안하게 쉬며 담소를 나누었다. 점심도 베트남 비빔국수를 정말 맛나게 해 주셔서 즐겁게 먹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저녁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 와이프 시험 기간으로 미루어 두었던 손님맞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청소하고, 정리하고, 음식 준비를 하던 중에 한국으로 떠나는 교회에 같이 다니는 부부가 찾아왔다. 며칠 전에 갑자기 벌어진 안 좋은 상황으로 갑작스럽게 살던 집에서 나와야 해서 짐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서 부탁을 해왔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안타까운 상황이었고, 걱정 말고 얼마든지 필요한 짐들을 놓고 가라고 했다. 고마움과 그간 쌓였던 감정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셔서 좀 당황했지만 우리도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여기저기서 많이 도움을 받았었다고 하며 위로를 전했다. 한국에서 볼일 다 잘 보시고, 오셔서도 새 집 정해지고 나서 천천히 짐 찾아가라고 하고는 그들을 보냈다. 나도 괜히 여기 처음 와서 약 두 달 동안 집 구하느라 고생한 생각이 났다.


얼마 뒤 오랜만에 만나는 아들 동갑내기 여자 친구, 2살 형아와 엄마 아빠가 방문하셨다. 아들은 흥분해서 몇 시간을 즐겁게 놀았고, 우리도 이런저런 이야기와 근황을 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탕수육을 도전한 와이프는 감자 맛 옥수수 전분에 당했다며 다음에 다시 도전할 것을 다짐했다. ㅡㅜ 밤이 되어도 아이들은 더 놀고 싶다고 해서 여러 번 달래며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힘든 일이 있었던 그 부부에게 와이프가 진심 어린 우리의 마음을 마지막에 전했고 훈훈하게 헤어졌다.


아, 중간에 이웃사촌 가족께서 ‘한국 맛 케이크’을 발견했다면서 크게 한 조각을 나누어 주시기도 했다. 와이프가 맛있는 빵, 케이크를 찾아 헤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셨던 것이다. 정말 한국의 케이크 맛이었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람 사는 곳에서는 정말 여러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가 보다. 우리도 이곳에서 그냥 무인도처럼 지내려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를 갖고 때론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우리 생각이 단단하다면 어디에 휩쓸리지 않고 슬기롭게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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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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