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Feb 08. 2023

내게 취해있던 그때



아이디어는 좋은데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왜 당신 팀에게 꼭 투자해야 하는 거죠?

이 질문만 기다렸다. 모든 게 예상대로였다. 잠시 고민하는 척 시간 간격을 두고 천천히 또박또박 답했다. “저희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여러 벤처 투자자를 만나서 도대체 어떻게 확신을 가지고 투자를 결정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대답은 모두 한결같았습니다. ‘결국 그 사람을 보고 결정한다. 그 사람의 눈을 보고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한다.’였습니다. 지금 제 눈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으십니까? 오늘 발표에서 충분히 보여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사업 계획 발표였다. 발표장의 분위기는 당돌함과 당당함, 그리고 재치 만점의 대답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무조건 되는 날이었다. 그렇게 당차게 사내 벤처 투자 피칭에서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그때부터 뭐라도 된 것 같았다. 주변의 칭찬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고 모두가 나를 믿었다. 하는 말과 행동이 늘 옳게만 느껴졌다. 특히 사내 벤처팀에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도 없었고, 내 마음대로 하면 되었다. 대기업에 입사해 항상 시키는 대로 정해진 틀에서 답답하게 일하던 나에게 하고 싶은 대로 일할 수 있는 건 중독성 강한 마약이었다. 마치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쟁취했다고 느껴지는 나만의 착각은 빠져나오기 힘든 굴레였다. 그때 나는 내게 흠뻑 취해있었다.


365일, 24시간 일 생각뿐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일했다. 아들이 갓 태어난 시기였으나,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연달아 사용한 아내에게 육아를 모두 맡겨두었다. “너 제정신 맞아? 좀 미친 것 같아.”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이때가 겨우 3개월의 육아 휴직을 요청한 아내에게 세상이 끝날 것처럼 정색하며 거절했던 시기였다. 정말로 그런 줄 알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빠진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나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엄청난 나만의 환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없으면 그 일도 사라질 것 같았다. 



*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던 그때의 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퇴사라는 고민』 

교보문고 https://bit.ly/3RizpNk

예스24 https://bit.ly/3yjCDYx

알라딘 https://bit.ly/3AxtmPd

인터파크 https://bit.ly/3ah39tG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곧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






이 책의 탄생 스토리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