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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y 03. 2023

지금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가능한 함께하는 육아

[여성가족부 기고] 모두가 함께하는 육아 4.

함께하는 육아를 위한 글을 요청받았을 때 바로 찾아온 생각은 '다들 별로 관심 없을 텐데'였다. 같은 주제로 몇 년간 글을 써왔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한 출판사의 관심 덕분에 책으로 엮어내기까지 했지만 판매 부수는 나와 아내의 결혼식 하객수를 조금 웃돌았을 뿐이다. 물론 아이 키우는 엄마는 대환영이다. 육아를 본인의 몫으로 여기는 아빠가 설파하는 '같이 육아합시다!'에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공감도 있고 부러움도 있다. 신기해하면서 사회에 필요한 변화라고 인정하는 칭찬을 들으면 움츠러들던 어깨가 쫙 펴진다. 딱 여기까지다. 그들의 애인, 남편, 아들, 사위, 손자, 오빠, 동생, 후배, 선배, 동료, 친구, 제자까지 사회의 나머지 절반에게 전해지길 바라지만 요원하다. 정말로 이야기하고 싶은 대상은 엄마를 넘어 옆에 있는 아빠인데 닿기 쉽지 않다.


"못 썼으면 못 써서 싫고, 잘 썼으면 부러워서 더 싫겠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등장하는 대문호 헤밍웨이의 대사다. 작가를 꿈꾸는 주인공이 써 둔 소설을 봐달라고 하니 나온 대답이다. 내가 전하고 싶은 함께하는 육아에 관심이 적은 아빠들의 마음을 빗대어 상상해 봤다. "헛소리하면 시간 아까워서 싫고, 맞는 소리 하면 신경 쓰여서 더 싫겠지." 변하기 전의 내가 그랬다. 아내가 부부를 위한 육아정보를 들이대면 정확히 이런 생각으로 빠져나갔다. '아빠 육아'라는 건 정작 소화할 대상이 관심이 없으니 금방 증발한다. 굳이 멀리까지 가서 듣기 싫은 소리를 찾지 않아도 아내가 하는 잔소리로 충분하고도 넘친다. 붙잡아 전하고 싶은 상대방을 놓치고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경험은 지친다. 의지 넘치던 함께 육아 홍보대사는 기운이 예전 같지 않다.


고개 돌린 그들의 모습이 익숙해지면서 그 속에 내가 보였다. 어쩌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겨우 제시간에 출근할 때나 하원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정시 퇴근해서 달려갈 때 주변에선 달가워하지 않았다. 밖으로 뱉어 놓지만 않았지 '뭘 유별나게 그러나. 애는 자기 혼자 키우나?'가 그대로 귓가에 들렸다. 아빠로서 육아휴직을 결정하고 주위에서 들었던 말은 2가지다. "휴직하면 뭐하고 놀 거야?"라며 육아를 위해 쉰다는 날 민망하게 만들었다. 아이를 위한 소중한 결정을 바라보는 무례한 시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와! 용자네, 용자야!" 당연하게 벌어질 큰 위험을 무릅쓰고 용기를 낸 대단한 사람이라고 비꼬았다. 그들이 의미하는 완벽하게 예정된 위험은 나중에 돌아오면 없을 자리, 고정된 낮은 평가, 물 건너간 승진이다. 이런 분위기를 알면서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다른 아빠들이 야속하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부부만 머리를 맞대고 용을 쓰는 건 한계가 있다.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구성원의 변화와 지지 없이 아빠와 엄마의 고군분투만으론 함께 육아하기 어렵다.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환경이 아니라면 쓰라고 만들어 놓은 제도도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필요하다고 믿는 변화를 위한 응답은 아빠 혼자여선 안된다. 남녀 구분 없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세상은 같은 방향을 바라봐 줄 우리 모두가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다 함께 변하려는 의지가 빠지면 뻔하게 흘러간다. 어떤 고민과 시도도 없이 손쉽게 과거를 답습한다. 아이를 엄마에게 붙여두고 원래 그런 거라며 돌아선다. 같이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도움을 줘도 모자란데 상황을 묘하게 몰아간다. 말 못 하고 견뎌낸 그들의 땀과 눈물 덕분에 새로운 사회의 일원이 겨우겨우 채워지지만 당연하다는 흔한 참가상 말고는 주어지지 않는다.


언제까지 기형적인 불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내가 해본 육아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백지장 같은 아이를 키우는 건 실수와 반성의 연속이다. 막대한 중압감에 눌려 스스로를 탓하며 죄책감에 빠지기 쉽다. 무너진 몸과 마음을 회복할 틈 없인 해낼 수 없다. 주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가 정말 내일을 꿈꾼다면 그래야만 한다.


어두움 가득한 뉴스 속에 반가운 소식이 종종 보인다. 아빠 육아 휴직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꽉 막힌 내가 변했을 정도니 공감 능력 뛰어나고 유연한 남성들의 변화는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주변에서도 조언을 구하고 묻는 지인이 늘었다. 진지한 고민 끝에 결심하고 실행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귀한 움직임을 흥분된 마음으로 접할 때마다 숨겨둔 조바심이 새어 나온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변할 기회가 어쩌면 지금이 아닐까 싶어서. 혹시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과학, 수학의 법칙과 공식은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으로 언제든 뒤집히고 수정된다. 짜릿한 역사적 순간은 오래 칭송받고 기억된다. 이번엔 우리가 철석같이 믿는 <육아=엄마>가 깨질 차례라고 짐작해 본다.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지. <육아=모두, 함께, 같이>로 바꾸어서. 아이가 태어나면 옆에 있는 아빠를 시작으로 주변에서 함께하는 방법을 찾는 모습. 엄마 혼자 아이와 씨름하는 광경을 보면 당연한 동정이 아닌 따뜻한 시선과 손길로 감싸주는 사회.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이런 게 아닐까?


엄마는 육아의 의무와 책임을 모두 짊어지고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터널을 홀로 더듬거리며 나아간다. 넘어지고 다쳐도 아이를 위해 지친 몸을 일으켜 계속 걸어간다. 아빠는 적당히 뒤에 떨어져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는 아내를 보며 안심한다. 역시 애는 엄마가 키우는 게 맞는구나 하면서. 거부할 수 없는 익숙한 이미지다. 하지만 이제 엄마 혼자가 아닌 우리가 함께 움직일 때다. 이 땅 위에 서 있는 모든 존재가 하나도 빠짐없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일하는 엄마, 애 보는 아빠를 향한 삐딱한 손가락을 거두고 스스로를 돌아보자. 우리는 어떻게 자랐고 다음 세대는 어떤 곳에서 살아가길 바라는지. 조금만 마음의 공간을 넓혀 바른 이해를 시작하자. 우리가 지금 함께하지 못하면 함께하는 육아의 세상은 언제 올지 모른다. 



함께하는 육아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저자 홍석준 

(*원고료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액 기부합니다.)





작년 초 [여성가족부]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엄마 아빠 모두 '함께하는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원고 청탁이었습니다. 제가 외쳐왔던 생각에 강력한 편이 생긴 기분이라 날아갈 듯했습니다.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썼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오래 구상하고 기획하고 쓰고 고쳐왔습니다. 주제에 걸맞은 의미가 큰 곳에 올라가는 글이니만큼 조율 과정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을 딛고 총 4편을 연재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세상에 필요하다고 믿는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옳다고 믿는 글을 쓰고 또 쓰겠습니다.


* 아래 여성가족부 블로그 글로 가셔서 '좋아요, 댓글, 공유' 많이 많이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관심이 세상의 변화를 가져다줄 것을 믿습니다!


[출처] 여성가족부 블로그


믿을 수 없는 순간들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교보문고 https://bit.ly/3u91eg1 (해외 배송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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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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