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Jul 17. 2020

너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걸? 그러면 위험에 빠질 거야

한국에서 온 첫 손님

20/Nov/2019


지난 토요일에 우리 가족은 브리즈번으로 여행을 떠났다.


브리즈번 DFO에서 발이 커버린 아들 운동화를 사러 돌아다녔고 (결국 크록스 보다 편한 신발이 없다며 모두 거절당했다 ㅡㅜ) 내 Tong, 파랑 Tong, 아들 샌들 1개씩 득템을 하고 DFO를 떠났다.


사우스뱅크 파트랜드 인공 비치에 아들과 나는 바로 물에 풍덩 들어갔다. 더운 날씨에 사람들이 많았지만 붐비거나 그러지 않았고 물과 친해진 아들 덕분에 시원한 시간을 보냈다.


파랑이 미리 예약해 둔 ‘웨스트엔드 센트럴 아파트먼트’ 호텔에 체크인하고 샤워와 빨래를 했다. (오랜만의 남의 집에서 지내니 즐거웠다~ 사용 후 정리를 우리가 안 해도 된다~)


오후에 근처에서 열린다는 ‘바운더리 스트리트 마켓’으로 향했다. 너무 일렀는지 아직 사람들이 없었는데, 배고픈 우리는 말레이시아 음식 코너에서 치킨 사태, 나시래막을 시켜서 냠냠했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차 한잔을 할 곳을 물색하다가 좀 있어 보이는 ‘코벤트 가든’으로 들어갔다. 불행히도 차는 오후 5시까지 였고... 멋진 자리에 자리를 잡았으나 모기떼가 우리를 반겼다. 주문도 전에 몇 방 물리고는 파랑이 ‘아포가토’를 간단하게 시켰다. 럼주(?)와 같이 나와서 신선했다 조금 급하게 먹고? 마시고? 이미 자리에 잠들어서 모기 물린 곳을 긁고 있는 아들을 안고서 (아.. 커피 한잔 할 때 잠든 아들의 타이밍은 최고였으나 ㅠㅠ) 숙소로 돌아와서 눕혔다.


적당히 재운 뒤, 깨워서 파랑이 먹고 싶었던 ‘곱창 구이’ 집에 가려던 계획이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아들이 도무지 일어나질 않았다. 티브이도 켜보고, 달래 보고해도 눈을 뜨지 못했다. (오랜만의 물놀이가 피곤했나 보다)


결국 3시간이 지나서 파랑이 포기했고 (이미 곱창은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ㅡㅜ) 서운하고 삐진 파랑이 그냥 자겠다고 들어갔다가 억울했는지 다시 밖으로 나왔다. 결국 그날 밤에 우버 이츠로 맛있는 타코를 시켜서 행복하게 먹고 잠들었다. (정말 맛나더라! 저녁때를 많이 놓쳐서 그럴 수도. 하하) 


그리고 다음날 새벽 나는 혼자서 일찍 일어나서 씻고 차를 가지고 나섰다. 바로 브리즈번 공항 국제선 터미널로 출발했다.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해 둔 주차장으로 가서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지만 잘 해결하고 무사히 주차를 했다. 그리고 입국장 게이트에서 기다렸다. 드디어 아는 얼굴이 문을 통과했고 우리는 반갑게 인사했다. 20년 지기 내 고등학교 친구가 나를 보러, 이곳 호주에 휴가를 온 것이다.


크록스 매니아 / 밥 좀 자기 손으로 먹자 / 곱창을 막은 아들의 잠






첫 손님맞이하는 우리 가족들의 사정


파랑은 예전에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쉽게 다시 친해졌고 (우린 모두 동갑이다) 아들도 의외로 바로 친해졌다! 지금은 ‘삼촌’ ‘삼촌’하면서 잘 논다. 특별한 계획이나 관광에 대한 생각 없이 정말로 쉬러 온 내 친구는 우리가 늘 지내고 쉬듯이 다니면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그동안 해외 출장은 많이 다녔으나 자신을 위한 해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내가 이곳에 있다고 듣고는 바로 티켓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도시 관광, 휴양지 관광과 같은 남들이 하는 여행은 관심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우리 가족이 이곳에서 놀고 쉬는 스타일로 함께 지내고 있다. 호주가 처음인 내 친구는 여러 가지로 이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이곳의 여유로움과 날씨, 그리고 우리의 생활이 모두 그런 모양이다.


아들은 유치원에 가며 삼촌과 인사를 하고 돌아와서 삼촌과 놀곤 한다. 파랑은 주로 나와 내 친구에게 시간을 주고 본인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벼르고 벼르던 파마도 미용실에서 했다!


나는 친구 덕분에 해보고 싶었던 ‘스탠드 패들 보드’도 타보고, (친구는 그날 핸드폰 액정과 도수가 있는 ‘선글라스’를 잃었다...) 집 수영장에서 제대로 놀아보기도 하고, 티본스테이크 소고기, 돼지고기 폭립, 양고기 구이 등 이곳에서 값싸고 질 좋게 먹을 수 있는 고기들로 식탁을 채우며 정말 오랜만에 친구와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있는 동안 더 많은 가족, 친구, 지인들과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내면 좋을 것 같다.

(혹시 고민 중이라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무료 픽업/무료 숙박/무료 가이드 모두 제공한다. 하하. -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대 ㅡㅜ)


우리가 한게 아닌 패러글라이딩 / 무서운 악어쇼 / 단지 내 수영장 전세내기






아들 성장 에피소드


1. 예스 아임 레디


유치원 선생님께서 아들이 영어를 이제 3 단어씩 합쳐서 이야기한다고 하신다. 그래서 아들에게 물어보니... 


(나) ‘준~ 영어로 3개씩 단어를 말한 적 있어?

(아들) ‘응~ 예스 아임 레디~’


오!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어디서 배우는 거지?



2. 쏘 매니 파이어


(아들) ‘아빠~ 쏘 매니가 뭐야?’

(나) ‘아 아주 많다는 거야~ 근데 왜? 어디서 들었어?’

(아들) ‘아 선생님이 쏘 매니 파이어래~ 불이 나면 창문으로 도망치라고 하던데?’


지금 호주에 산불이 많이 난 것과 안전 교육을 받은 이야기였다.


(아들) '장난감이나 옷을 창문으로 떨어뜨려야 소방차가 위치를 알아~’

(나) ‘와~ 그렇게 유치원에서 배웠어?

(아들) ‘아니~ 로보카 폴리에서 로이가 알려줬었어~’


한국에서의 기억이 생생한 아들이다.



3. 아들의 비밀 폭로전


(아들) ‘아빠~ 아까 엄마가 유치원에 차 키를 놓고 왔었어~’

(나) ‘엥? 무슨 말이야?’


하원 할 때 유치원에 들고 간 차키를 두고 나왔었나 보다.


(아들) ‘차키를 우리가 놓고 와서 친구들이랑 친구 엄마가 찾아줬어~’

(나) ‘어떻게 우리 차키인 줄 알았지?’

(아들) ‘차키에 내 사진이 있잖아~’


와이프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아들과 약속했었다고 한다. 우리 집에 비밀은 없다.






가게 할머니의 무서운 경고


우리가 즐겨가는 중고매장 ‘옵샵’에 시간이 날 때마다 들른다. 그날도 와이프 원피스를 고르러 갔다. 마음에 드는 옷들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첫 번째 옷을 입고 나왔을 때...

(파랑) ‘이거 싱가포르 승무원 유니폼 같은데? ㅎ’

(나) ‘(아무 말 없이 웃음만) ㅎㅎㅎㅎㅎ’


바로 그때! 직원 할머니가 나에게 매우 무섭게 말씀하셨다.

‘너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걸? 그랬다가는 위험에 빠질 거야’


두 번째 옷을 입고 나왔을 때...

(나) ‘(말없이)’ 박수와 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직원 할머니가 평소의 인자한 웃음과 함께

‘댓츠 베러’


삶은 지혜를 몸소 배운 날이었다.


알록달록 잘 크고 있는 아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와이프 방학인데 왜 내가 바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