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콘텐츠전략과 포맷 다변화 전략
콘텐츠 산업에 있으며 느끼는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새롭다. 그 어떤 산업보다 가장 젊고 빠르게 변화하며 절대강자도 없고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매일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고, 누구나 새롭게 도전할 수 있다. 자본의 투입이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제작비 100만 원짜리 콘텐츠가 1억짜리 콘텐츠를 앞서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 등 레거시를 제외한 뉴미디어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강하다.
과거에는 하나의 메가 콘텐츠, 슈퍼 콘텐츠가 시장을 주도했다. 콘텐츠 방향이 정해지면 그 안에 다양한 포맷과 스토리가 담기고 소비자들은 이를 긴 시간(1시간, 혹은 그 이상) 동안 소비해야하는 환경이었다. 프로그램 하나가 여러 가지의 포맷을 품고 있다보니 콘텐츠 하나에도 여러 인물과 이야기가 담겼고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시청자가 같은 콘텐츠를 소비했다.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입장에서도 하나의 콘텐츠에 보다 많은 것들을 집어넣어 여러 니즈를 만족시켜야 했다. 그 결과 수 많은 국민 콘텐츠, 장수 프로그램들이 탄생하였고 그 시절은 꽤 길었다.
하지만 유튜브는 콘텐츠 소비 구조를 바꿔놓았다. 좋든 실든 현재의 콘텐츠 소비 시장은 유튜브와 OTT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질려하는지, 몇 분짜리 콘텐츠를 보고 싶어 하는지 등 새로운 플랫폼들이 일종의 '콘텐츠 소비 습관'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사람들의 소비성향이 변화하면서 콘텐츠 공급 방식도 여기에 맞춰지게 되었다. 시대를 풍미했던 여러 콘텐츠들이 수명을 다해갔다. 메가 콘텐츠의 영향력도 급격히 하락했다. 메가 콘텐츠는 변화된 소비패턴에 맞지 않았다. 뉴미디어는 길이, 형식, 소재, 게스트 등 모든 구성을 바꿔놓았다.
살아남은 메가 콘텐츠는 여러 형태로 쪼개져 다양한 뉴미디어 콘텐츠로 재탄생하였다. TV예능 프로나 드라마가 여러 개의 짧은 콘텐츠로 재편집돼 유튜브에 업로드 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콘텐츠를 공급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제품의 수명이 상당히 짧아졌다.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르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다 보니 아무리 잘 기획된 콘텐츠도 과거처럼 장기간 소비되기 쉽지 않운 환경이다. 또한 콘텐츠가 올드해지면 이를 이끌어가는 호스트와 게스트까지 함께 올드하게 소비되는 경향이 있어, 빠르게 시장 반응을 반영하여 제품 주기를 정해야 한다. 콘텐츠를 시작하는 것만큼 종료 시점도 중요해진 셈이다.
동시에 필요한 기획과 구성의 양은 늘어났다. 콘텐츠는 포맷과 기획을 짜는 업무가 절반 이상인데 과거에는 정해진 바탕에 몇 가지 요소만 변화시켜 제작했다면 지금은 새로운 기획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야 한다. 콘텐츠의 제품 주기가 짧아진 만큼 시장에서 도태되기 전에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이렇다 보니 기획자, PD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는데, 메가 콘텐츠는 많이 사라졌지만 스타 PD는 더욱 각광을 받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기획과 구성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PD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반면, 적은 비용으로도 빠르게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마치 최소 기능 제품처럼 콘텐츠가 갖고 있는 가치를 빠르게 체크해볼 수 있다. 반응이 나타나면 제작비와 리소스를 투입해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아졌다. 촬영에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획만 갖고 있으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은 쉬워졌다.
두서없이 적은 글의 결론을 내려보자면 2021년의 콘텐츠 공급자는 하나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디벨롭하고 변화시키는 것보다 다양한 포맷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적으로 안착된 콘텐츠는 정해진 틀 안에서 수정 보완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해야 한다. A포맷이 시장에 안착하는 동안 B포맷이 준비되어야 하고, 그렇게 그 뒤로 C, D 새로운 카드가 계속해서 등장해야 한다. 출시한 콘텐츠가 히트하더라도 이 작업은 계속 되어야 한다. 또한 오픈 시기나 컨셉을 전략적으로 고려해 배치하고 고객의 성향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이 콘텐츠 전략의 핵심이 되었다.
다만 직접 콘텐츠 전략을 세우고 관련된 사업개발을 전개하다 보면 이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많이 느낀다.
이런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기까지 창업 이후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이것이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으나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새로운 고객 반응을 획득하고, 콘텐츠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기에 당분간은 이런 도전을 계속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