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노시스 펀드의 2021년 Annual Report 자료를 기반으로
일전에 음악 저작권 관련하여 글을 썼던 '힙노시스 펀드'. 글로벌에서 음원 저작권 비즈니스를 가장 크고 활발하게 진행하는 곳 중에 하나인데요, 이곳의 2021년 FY 연간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회사 특성상 이곳의 리포트는 전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인 영국과 미국의 산업 동향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자료 중 하나입니다.
참고 : https://brunch.co.kr/@tommyhslee/21
리포트는 약 170페이지로 지난 2020년 연간 보고서보다 무려 50page나 늘어났네요. 모든 내용을 다 다룰 수 없어, 관련된 크고 작은 특징 몇 가지를 아래와 같이 추려서 정리해보았습니다.
힙노시스 펀드의 연간 리포트는 초반에 늘 포트폴리오 음원들의 랭크가 적혀있었습니다. 지난 1년간 주요 차트에서 힙노시스가 소유한 음원들이 어떤 퍼포먼스를 내왔는지 대표적으로 보여준 것인데요, 재밌는 점은 그동안은 빌보드 차트와 스포티파이를 동시에 활용해왔던 힙노시스가 이번 보고서부터는 'Spotify's billions Club'으로 빌보드 차트를 완전히 대체했습니다.
글로벌 차트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보여왔던 빌보드 차트는 여전히 그 위상이 높지만 앨범 판매가 아닌 음원 스트리밍에서 주요 수입을 거두는 힙노시스의 asset 특성상 스포티파이가 더욱 현실적인 트래킹 지표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아무튼 스포티파이의 빌리언스 클럽은 말 그대로 10억 회 이상 스트리밍 된 곡들을 말합니다. 2021년 6월까지 이 기준에 해당되는 곡은 모두 156곡이며, 이 중 36곡이 힙노시스 펀드의 에셋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Ed Sheeran의 'Shape Of You', The Chain Smokers의 'Closer (ft. Halsey)' (이 두 곡은 무려 2 billons 스트리밍을 기록했습니다)이고 이 외에도 Maroon 5, Shawn Mendes, Justin Bieber, Dua Lipa 등 다양한 뮤지션의 곡들이 포함되어있으니 리포트를 보셔도 재밌을 듯합니다.
21년 3월 기준 회사의 NAV는 약 14.6억 달러(한화 1.7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8.1억 달러와 비교하여 YoY +80%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매출액과 EBITDA 또한 각각 $1.38억(YoY +66%), $1.06억(YoY +49%)으로 증가하였고, EBITDA 마진율은 77%를 기록했습니다.
보유 중인 저작권 곡수는 64,098곡으로 전년대비 무려 50,807곡이나 증가했습니다. 공격적인 펀딩과 자산 매입을 통해 가히 폭발적인 숫자를 기록 중입니다.
주요 Numbers에서 챙겨봐야 할 마지막 지표는 바로 'Weighted Average Acquisition Multiple(WAAM)'입니다. 해당 음원을 인수할 때 실제 창출되는 현금 대비 몇 배수에 해당 자산을 인수했는지 말해주는 지표인데요, 예컨대 A라는 곡이 1년에 100만 원의 수입을 내고 있을 경우 이 멀티플을 10배 적용했을 때 1천만 원, 15배 적용했을 때 1,500만 원이라는 의미입니다. PER 멀티플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힙노시스의 WAAM은 15.32x였습니다. 평균적으로 회수에 15년가량이 소요된다고 보고 인수가를 책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회사를 볼 때, 혹은 음원 시장의 시세를 고려할 때 상당히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지표입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해당 곡의 현금창출 능력 및 범위를 규정하는 것과, 미래에 해당 자산이 보여줄 퍼포먼스를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일 등을 감안하면, 단순히 멀티플로 계산되는 것에는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장르별 특징도 상당히 재밌습니다. 힙노시스의 포트폴리오뿐만 아니라 음원시장 전반의 흐름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늘 잘 팔리는 음원을 찾아서 인수해야 하니까요.
다만 이번 자료를 보면 흐름의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2021년 반기 기준으로 팝의 비중이 늘어나고 락의 비중이 잠시 줄어들긴 했으나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연간 기준으로 보면 전체적으로 큰 변화 없이 유사한 수준을 유지 중입니다. 팝이 여전히 40% 이상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다음이 락, R&B 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힙노시스와는 관계없지만 국가별 음악 장르에 대한 Survey가 있어 함께 보았습니다. 팝부터 락, 힙합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선호를 복수 응답으로 집계했으며, 자료 출처는 Statista입니다.
이 자료를 보아도 전 세계적으로 팝과 락, 힙합, R&B의 선호가 가장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국가별 재미있는 차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힙합/R&B의 선호가 두드러졌으며, 한국, 멕시코, 미국 등에서는 팝이나 컨펨포러리 음악이 강세인 점, 한국에서 락에 대한 선호는 매우 비중이 낮다는 점, 인도 사람들의 음악 선호는 전체적으로 아주 균등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 등 말이죠. 힙노시스의 포트폴리오 분산은 미국과 영국의 소비 성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바로 음원 채널별 영업수입 루트입니다. 자료를 보면 스트리밍이 32%로 절대적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다음이 29%를 차지하는 퍼포먼스, 즉 공연권이고 그 뒤를 마스터 로열티(17%), 싱크권(15%) 순으로 이어집니다.
*synchronization이란 싱크권이라고도 하는데, 영상에 음원을 사용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영상 싱크에 맞춰 음원을 쓴다, 뭐 그래서 이렇게 부르고 있으며 영화, 드라마, TV show, 게임 등 영상물 관련된 저작권이 포함된다고 보면 됩니다.
‘silver streamers’라고 불리는 55+ age group이 팬데믹 기간 동안 12% 증가하며 빠르게 스트리밍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스포티파이 프리미엄이나,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음원을 소비하는 paid-user로, youtube 등을 통해 무료로 음원을 소비(ad-based)하는 Gen Z들에 비해 이익 기여도가 높다고 합니다.
힙노시스가 기대하는 몇 가지들 : ①공연 재개로 인한 공연권 수입 증가, ②음원 활용 저변 확대. 일단 공연 재개는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집합 금지 해제 등이 본격화되며 기대를 하는 부분이고, 음원 활용 저변의 경우는 로블럭스, 틱톡, 릴스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활용을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펠로톤이 무단으로 저작권을 사용하여 미국 현지에서 소송당했던 일이 있었는데요, 이처럼 새로운 분야에 음악이 사용되고 저작권 업체들은 이를 추가 수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만큼, music market은 한 층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21 HIPGNOSIS SONGS FUND ANNUAL 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