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자격증/어학 중심의 온라인 클래스 시장은 2018~2019년즘부터 큰 전환을 맞이했는데 바로 장르의 확장이었다. 이전부터 많은 변화는 있었지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주요 업체들이 스케일 업한 시점이 대략 이즘 이었다.
전통 교육으로 대두되던 온라인 교육 시장이 취미나 직무 등으로 확대되면서 여러 업체들이 등장했다. 그러다 팬데믹이 시작되며 오프라인이 메인이던 회사들은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했고, 거기서 적절한 포인트를 잡지 못한 회사는 아쉽게도 사라져 갔다.
온라인 클래스 업체들을 보면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각 업체들은 본인만의 특징을 갖고 있다. 당연히 콘텐츠가 메인인 회사가 대부분이었지만 키트나 상품을 메인으로 내세운 후 콘텐츠를 옵션으로 구성한 회사도 있었다.
콘텐츠 카테고리에도 차이가 있다. 가장 크게 형성된 카테고리는 취미 영역이었다. 일러스트와 공예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가파르게 커졌고 이 카테고리를 점령한 회사들은 크게 스케일업했다.
직무 카테고리도 만만치 않았다. 전통적인 입시/자격증/어학과 거의 유사한 상품 구성 & 사용자 경험을 주는 직무 클래스는 성인들을 중심으로 커리어에 필요한 스킬과 노하우를 강의했고 여기서도 스케일업된 회사가 많이 나왔다. 엑셀 강의나 마케팅, 개발, 그로스해킹, HR 등 사무직을 위한 직무강의 부터 전문직종을 위한 베이킹, 미용, 편집,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크게는 취미와 직무영역, 이렇게 두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한 회사들이 주류를 이뤘고 최근에는 투자관련 콘텐츠가 늘어가고 있다.
아무튼 2020~2021년을 지나며 해당 산업에 대해 VC업계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 레벨이 올라가고 수백억 매출을 내는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서 이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가파른 산업 성장 속도에도 불구, 산업 내 수많은 플레이어가 생겨났고 경쟁이 심화되며 소비자의 선택지도 늘어났다.
가격/강사 캐스팅/마케팅/인력채용 등 전 영역에서 경쟁이 격화되었으며 간단한 클래스 하나를 배우려고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쏟아냈다. 예컨대 주식 및 부동산 투자와 같은 콘텐츠가 퍼포먼스를 내자 엄청나게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각종 투자 콘텐츠가 난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고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는 한정적이다 보니 생기는 자연스러운 문제였다.
처음에는 각자 영역을 구축한 플레이어들이 market size를 키워갔다면 최근에는 market의 성장 속도보다 product 공급이 더 빠르게 늘어나며 시장 파이를 뺏어가는 구조로 바뀌었다. 콘텐츠 산업 내에서는 온라인 클래스의 제품주기가 긴 편에 속하지만 길지만 이 역시도 콘텐츠 산업이다 보니 product cycle이 빠르다. 그러다 보니 트렌드가 다가올 때 속도감 있게, 또 본인만의 색깔로 캐치업 하는 것은 콘텐츠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많은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만의 차별점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온라인 클래스 시장뿐만 아니라 대부분 영역에서 발생하는데, 예컨대 유통업체를 보면 초반에는 버티컬 플랫폼으로써 각 영역에서 엣지를 나타내다 스케일업 과정에서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결국 기존 종합 유통업체와 유사하게 바뀌어 간다. 니치한 마켓에서 시작해 스케일업을 하는 스타트업의 발전단계를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니즈는 회사가 뜻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엣지를 찾아 나선다. 그 수요에 맞춰 시장에는 새로운 버티컬 플랫폼이 등장하고, 기존 플랫폼은 이 버티컬 플랫폼을 이기지 못하면 매출과 고객을 모두 잃게 된다.
최근 온라인 클래스 산업 양상도 유사하다. 더욱 예리한 버티컬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특정 산업군을 위한 직무 클래스라던지, 투자만 다루는 플랫폼이라던지, 스포츠만 배우는 클래스 플랫폼 등 다양하다. 마켓사이즈가 과거보다 커졌기 때문에 니치한 영역에서도 비즈니스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캐치하고 뛰어드는 것이다. 고객들은 늘 새롭고 편리한 소비 방식을 원하고, 시장은 그에 맞게 진화한다. 기존 기업이 스케일업 되면 새로운 버티컬 플랫폼이 등장한다. 당장 위협적인 요인은 아닐 테지만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신규 플레이어의 등장은 예의 주시해야 하는 부분이다.
온라인 클래스 시장의 또 다른 장벽은 유튜브라는 절대강자다. 종합 콘텐츠 업체가 되어갈수록 플랫폼만의 엣지가 사라지고 유튜브와 부딪히는 지점들이 늘어가는데 사실 이건 엄청난 고민거리다. 회사는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업체와 경쟁하게 되더라도 그걸 마냥 피할 수는 없다. 작은 시장에서 스케일업은 한계가 있고 결국 더 큰 시장으로 뛰어들어야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수적인 선택이다. 최근 유튜브에 취미, 영상편집, 비주얼 모델링, 직무 등 다양한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다. 물론 유료 콘텐츠와 비교하면 퀄리티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간극은 조금씩 좁혀져 가고 있다. 아마 이미 어떤 영역에서는 유튜브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규모가 큰 업체들은 오래 버티며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아가겠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이런 위협은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카테고리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각 플랫폼마다 갖고 있는 엣지를 서로 뺏어오기 위한 경쟁이 심화된다. 한 업체가 특정 분야의 클래스 콘텐츠를 출시하면 또 다른 플레이어가 비슷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식이다. 자신들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전달하기 위한 업체들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이를 돌파하는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고 다 우리가 아는 수준이다.
1. 한 회사가 여러 가지 브랜드를 런칭하고 각 브랜드가 다른 카테고리를 담당하면 브랜드만의 엣지도 살고 법인 전체로보면 다양한 카테고리의 성장을 향유할 수 있다. 멀티 브랜드 전략이다.
2. 혹은 산업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클래스에서 커머스로 연결되거나, 원천 IP를 통한 2차 가공 상품을 만들어 그 부가가치를 늘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의 카테고리를 확장할 수 있다면 제일 좋다. 예를 들어 원더월의 경우 온라인 클래스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더 크게는 점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속하고 있다. 사업 확장의 방향을 온라인 클래스에 가두지 않고 더 큰 엔터 산업군으로 정했는데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온라인 클래스라는 마켓 사이즈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크고 또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 이 부분에 상당한 역량을 집중하고 세밀하게 작업했으며 우리가 원하는 속도와 규모로 피보팅 할 수 있었다. (현재 원더월 전사적으로 보면 온라인 클래스 산업에서 조금 멀어졌지만 여전히 클래스 사업의 성장성과 포텐셜을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만의 색깔과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클래스 콘텐츠에 대해 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3. 이 밖에 해외 시장을 개척해 볼륨을 확대할 수도 있고 성별, 연령, 클래스 분야 등 고객이나 사업 범위를 버티컬로 확대할 수도 있다. 결국 이런 방법은 어떤 회사가 얼마나 빠르게, 어떻게 실행하는지 그 '실행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사업 영역이 오버랩되고 경쟁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좋은 콘텐츠가 살아남고 소비자 후생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 되려 꼭 필요하다.
다만 플레이어들은 궁극적으로 market을 함께 키워나가야 하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경쟁을 하면서도 고객들이 우리를 선택했던 각자의 엣지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스케일업을 위해 엣지를 포기하고 product를 보편화시켜버리거나 무분별하게 트렌드에 휩쓸린 콘텐츠를 쏟아내면 기업 자체의 퀄리티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마켓 전체의 신뢰 역시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기본원칙이 되어야 한다.
온라인 클래스 시장은 여전히 큰 잠재력과 성장성, 확장성을 보이고 있는 시장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우리 조직도 그만큼 이 시장에서 어떻게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스케일업 된 플레이어가 늘어나는 것은 업계 전반적으로도 좋은 일인만큼 산업 성장을 위한 다양한 교류와 고민이 수반되는 것이 고객들에게도 플레이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가져오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