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와 테크가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로의 성장
프롭테크, 핀테크, 푸드테크, 에듀테크, 패션테크 그리고 펫테크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 데이터와 IT가 접목되며 전 산업의 테크화가 이뤄지고 있다. IT기반의 회사들이 각 산업 내 포진하며 새로운 혁신과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고객들의 소비 패턴, 기존 기업의 전략 방향도 함께 변화 중이다. 불과 몇 년 사이 산업 전체에 빠른 속도로 혁신이 일어나며 전통 산업과 기술이 만나고, 이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은 크게 발전하거나 혹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기술은 시대의 변화를 가져오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또 누군가에게는 쓰라린 상처를 남긴다. 그러면서 산업은 발전하고 소비자 후생도 개선되는 것이 변화고 성장이다.
여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그런 변화가 있다. 이 산업에는 여러 특징이 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시장을 보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마켓을 확장하며 신 성장 분야로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 이 산업 굉장히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전통 산업이고, 기술과의 결합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늦은 분야다. 그도 그럴 것이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라는 것이 창작이자 예술 영역이기 때문에 데이터나 IT가 침투가 쉽지 않았던 점이 있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티스트가 자유롭게 무언가 표현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하기에 해당 아티스트 혹은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의 센스와 취향, 대중을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가 결정되어왔다. 오히려 대중을 분석하여 시장에 적합한 프로덕트를 내놓는다는 말보다는, 아티스트가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대중이 형성된다는 편이 더 적합한 것 같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굵직한 줄기들은 존재했지만 수십 년 간 사랑받는 아티스트와 콘텐츠는 시간의 흐름에 구속받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과 모바일을 통해 소비의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벗어난 시점부터는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기술의 침투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는 기본적으로 IP 비즈니스다. 모든 콘텐츠는 IP가 기반이 되며 IP 없이는 어떤 부가가치도 창출해낼 수가 없다. 그래서 IP홀더인 매니지먼트 분야를 영위하는 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중심이 된다. 물론 그 IP는 실존하는 아티스트 일수도 있고 제작자가 만들어낸 캐릭터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러고 나서 존재하는 것들이 각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밸류체인이다. 가수라고 한다면 공연, 앨범 판매, 음원 저작권, 광고, 영상물 출연, MD 판매 등이 있을 것이고 배우라고 하면 영상물 출연, 광고 등이 메인일 것이다. 이 비즈니스들은 매니지먼트가 직접 할 수도 있고, 외부 업체를 활용할 수도 있다. 방송사 및 영상 콘텐츠 제작사, 광고주, 앨범 유통사, MD 제작업체, 음원 유통사, 공연 업체 등은 모두 이 밸류체인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매니지먼트가 핵심이지만 이런 업체들 중에서도 엄청난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곳들이 많다. 특히 대형 배급사 및 음원 유통사 등 유통 채널 성격을 띠는 업체들은 그 영향력이 메이저 매니지먼트 못지않다. 서로가 서로를 도와가며 함께 성장하는 게 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며, 프론티어 한 명이 급격히 성장하면 산업 전체가 크게 확장한다. BTS나 오징어게임을 생각하면 된다. 결국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는 IP와 밸류체인이다.
이런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가 엔터테크화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소비 패턴의 변화 때문이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온라인화 되고(CD로 음악을 소비하던 것이 음원 사이트를 통해 진행되고,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던 티켓이나 MD를 온라인에서 구매하며, 특정 온라인 플랫폼에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것이 데이터로 축적되면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쉽게는 유튜브 구독자나 사이트 구매자의 인구통계학 정보부터 소비성향,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선호, 아티스트 콘텐츠에 대한 선호 등 여느 OO테크 산업과 같이 소비자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비용을 지불하는지 다양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는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가져오고 이는 더 효율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제 소비자들은 엔터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의 다양한 밸류체인을 소비하고 해당 플랫폼에서 아티스트의 여러 프로덕트를 만나게 된다. 이미 빅테크 기업이나 게임회사와 같이 개발 역량을 보유한 업체들이 만든 엔터 플랫폼이 서비스되고 있으며, 엔터사 역시 직접 IT 기술을 내재화하여 엔터테크 업체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데이터가 축적되며 테크가 비즈니스에 접목되는, 전형적인 기술 혁신이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앞에서 적어 내린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보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게 구현되기까지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엔터테인먼트 업계 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고민과 시도, 실패와 성공이 반복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엔터테크가 마켓 핏에 적합한 프로덕트를 다수 내놓았고 소비자들도 이에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며 엔터테크는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한계로 지적되는 제한된 매출 레버리지(아티스트의 24시간은 정해져 있고, 아티스트가 물리적으로 새로운 인풋을 넣어야만 성장할 수 있었던 한계를 말한다) 역시 그 상단이 열리게 되었다. 온라인 콘서트는 한 공간에서 수용할 수 없던 수십만, 수백만의 팬들에게 동시에 공연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메시징 서비스는 아티스트와의 접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과거 온라인 등장 이후 제품이나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다량으로 소비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 우리가 접하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영역의 것들일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모두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엔터테크를 받아들임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엔터테크는 기존의 아티스트의 창작과 예술을 지원하고 뒷받침해야지 이를 뛰어넘는 기술이 되어선 안된다. 극대화된 효율을 추구하는 다른 산업과 달리 엔터테인먼트는 산업인 동시에 인류의 창의력과 예술성이 표현되는 문화기도하다. 엔터테크로 인해 아티스트가 단순한 IP로서의 역할만하고 아티스트로의 정체성이 무너지면 장기적으로 결국 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문화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엔터테크가 비즈니스로서 보다 안정성과 영속성을 갖추고, 아티스트 및 제작자의 창의력과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데이터와 기술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최근 회사에서 엔터테크와 원더월의 비즈니스에 대해 다룬 인터뷰가 있어 첨부해본다.
https://blog.naver.com/team_wonderwall/222676125317
https://blog.naver.com/team_wonderwall/222682521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