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과 적합한 답 찾기
당연한 말이지만 조직 내 어느 한 특성이 강한 인원들로만 이뤄지면 왜곡이 일어난다. 기업문화라는 것이 조직에 똑같은 사람만 있어서 생기는 것이라기보다는 '이 조직은 아무래도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많더라'거나 기업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 및 경영진의 성향이 어떠하다더라'라는 것들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 하이어라키가 심하고 관리감독이 철저하다면 그 역시도 경영진의 방향성 내지는 과거 여러 사건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창업자의 성향에 따라 이런 것들이 결정되는데, 스타트업일수록 기업문화나 의사결정의 왜곡이 이러나지 않게 하려면 사람 간의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대표-경영진, 경영진-구성원, 구성원-구성원 간의 밸런스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직접 조직운영을 하다 보면 이게 마음처럼 쉽게 잡히지 않고, 조직 문화에 따라 특정 성향의 구성원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이런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정 시기부터는 이 주제가 경영진에게 사업의 성장만큼 큰 미션이 된다(실제 성과와도 직결된다).
고민을 하다 보면 어떤 성향의 구성원 간 밸런스가 가장 적합할까?라는 질문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 중간 결론으로 조직에 필요한 두 유형의 캐릭터를 정리하면 '질문하는 사람'과 '답을 찾는 사람'이었다.
질문하는 사람과 답을 찾는 사람
창업 전후로 멤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서로 질문하는 것이다. 이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 시장은 왜 이런 서비스가 없을까? 우리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 시장 진입 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등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질문이 쏟아지고, 새로운 정보를 찾고 습득하고 프로덕트를 디벨롭하는 과정이 지속된다. 아마도 가장 불안한 시기인 동시에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처음 A라는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모였던 팀이 A-2, A-3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갑자기 B, C 혹은 ㄱ, ㄴ이라는 완전히 다른 서비스를 만들기도 한다. 방향이 정해진 후 프로토, 베타, 정식 버전의 서비스가 순차적으로 등장하면 그 시기부터 질문은 상당히 크게 줄어든다. 정확히는 질문이 줄어든다기보다는 질문의 종류가 바뀐다. 좀 더 세밀하고 실무적인 질문들이 오간다. 유저의 인게이지먼트를 제고나 전환, 사용자 편의 개선 등 창업 초기에 나온 질문들과는 조금 다른 유형의 질문들이 오고 간다. 그렇게 서비스는 조금씩 발전하고 PMF을 갖춰간다. 이 역시도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작업 과정이다.
하지만 회사에는 좀 더 다양한 scope에서 질문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마켓에 대해서, 경쟁사에 대해서, 서비스에 대해서 혹은 조직에 대해서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질 사람이 있어야 한다. 조직 인원이 늘어나고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여력도 많이 줄어든다. 사실 답을 찾는 것은 수일, 수개월, 수년이 걸려서라도 궁극적으로는 대부분 어떤 방식으로든 해답을 얻게 된다. 혹여 답을 못 얻게 되더라도 그 여정이 조직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애초에 질문이 존재하지 않으면 이런 답을 찾는 과정도 발생하지 않는다. 질문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조직에 필요한 미션을 찾아낸다는 말이다(물론 충분한 고민이 수반된 질문이어야 할 것이다. 그 질문에 온 조직이 매달려 답을 찾기 때문에 오히려 리소스 배분에서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왜 이 서비스나 프로덕트가 필요한지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질문하는 사람이 방향키 역할을 한다면 결국에는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필요하다. 방향만 잡아두면 1cm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기에 원활한 에너지 공급과 동력을 만들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질문의 답을 찾는 일이다. 질문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질문하는 사람만 있는 조직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뿐더러 아마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존재하더라도 망했을 것이다). 질문하는 사람도 질문만 던지고 답을 맡겨서는 안 된다. 누구보다 그 질문에 대해 깊게 고민한 사람이 함께 답을 찾는데 참여해야 한다.
결국 좋은 질문에서 좋은 답이 나온다. 조직은 그렇게 성장한다.
통상적으로 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경영진, 전략담당, 팀 리더, 또는 제너럴리스트 포지션에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여러 분야에서의 정보와 인풋이 필요하고, 사업을 좀 더 포괄적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문은 포지션이나 직급에 국한될 수 없다. 모든 포지션과 직급에서 질문하는 사람과 답을 찾는 사람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야 하고, 가장 좋기로는 구성원 개인적으로도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질문은 늘 많은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 부적절한 고민은 쓸데없는 리소스 투입을 불러오고(여기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잘못된 답을 찾게 되어 회사에 잘못된 방향을 제시한다. 그럴 거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그만큼 질문이 던져지면 조직은 다양한 앵글에서 그 질문을 검증하고 충분히 고민할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인지 분석해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매니지먼트와 시스템의 역량이다.
글은 이렇게 썼지만 사실 이런 조직 구성을 갖추는 것은 매우 이상적인 일이다. 질문하기와 답하기에는 수 없이 많은 변수가 포함되기 때문에 단적으로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이게 맞는 질문인지 검증하는 과정도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팀을 구성하고 조직 전체를 구성할 때 누군가는 새로운 질문을 고민하고, 누군가는 그에 대한 설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설령 그런 사람을 배치하지 않더라도 그런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매우 어렵고 잘못되었을 때 대가가 큰 일이지만 스타트업으로서, 기업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skip할 수 없다.
오늘도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많은 스타트업씬의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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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질문은 때로 엉뚱한 곳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인풋을 받아들이고, 이를 조합해나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커리어 성장에도, 조직의 성장에 기여하는데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렇게 글쓰기를 통해 정리하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그중 내 것을 구분하고 체화하는데 있어 글쓰기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인풋이 있었으니 이게 일종의 아웃풋이 되는 셈이며 좋은 질문을 하고, 또 효과적인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연습방법이다. 글을 많은 사람이 봐주면 감사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public하게 글을 쓰는 것은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고, 내가 알고 있는 불확실한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여러 인풋을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렵다면 글쓰기를 권한다. 꾸준히 하면 아마 엄청 큰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