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의 걸그룹 에스파가 선주문 160만장, 초동 140만장을 기록하며 걸그룹 최초 100만장 돌파를 뛰어넘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상반기 K-POP 앨범이 총 3,500만장 가량 판매되었고 이 중 단일 앨범 기준 100만장을 돌파한 아티스트는 BTS, 세븐틴, NCT DREAM, Stray Kids, TXT, 임영웅 정도였다.
걸그룹이 한 팀도 없으니 에스파의 기록이 얼마나 역사적인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빌보드 200 차트에서 3위에 올랐다는 소식까지 더해졌으니 K-POP 걸그룹의 위상이 한 층 올라갔다. 하반기에도 걸그룹 씬에는 다양한 이벤트가 있는데, YG 블랙핑크의 컴백과 민희진 대표가 이끄는 ADOR의 신인 걸그룹 뉴진스(NewJeans)의 데뷔(이미 공개), 소녀시대의 컴백 등이다. 여기에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트와이스, 아이브 등의 컴백도 예정되어있어 가히 걸그룹 대전이라고 할 수 있다.
걸그룹의 활동이 주목을 받고 또 그만큼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K-POP 산업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소위 '걸그룹은 대중성을 노리고 돈은 보이그룹이 된다'라고 인식되던 시장의 편견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의 사례를 통해 이런 공식은 어느 정도 깨졌다. 걸그룹의 앨범 판매량, 대중성, 티켓파워, 음원 등 전반적인 지표가 보이그룹과 유사하거나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보이그룹의 시대가 가고 걸그룹의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라, 보이그룹은 나름대로 계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와중에 걸그룹의 성장으로 K-POP산업 전체의 파이가 확대되고 있다는데 그 핵심이 있다. 또한 걸그룹의 대중성이 보이그룹보다 높은 편이어서 K-POP 걸그룹의 성장은 더 이상 K-POP이 매니아의 문화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욱 대중적인 장르로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여기에 군 복무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사업으로서의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높고, 레드벨벳이나 트와이스처럼 데뷔 7년이 지나고도 재계약을 하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는 걸그룹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또 이들의 퍼포먼스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 등은 걸그룹이 사업 영속성 관점에서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전에 BIG4 기획사(SM, YG, JYP, HIVE) 외에도 다양한 기획사에서 키워낸 K-POP 그룹이 연간 1백만장 앨범을 판매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K-POP이 성별, 기획사의 규모, 장르, 지역 등을 넘어 각자만의 성공 사례를 배출해내며 산업으로서, 문화로서 그 커버리지를 계속해서 확대해나가고 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성장과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