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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Nov 11. 2022

금리인상으로 인한 스타트업의 변화들

펀딩 환경, 고용 환경, 그리고 리더십의 변화

(작성일자 10/23)

3.5%와 4.5%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이 제시한 연말 시점의 예상 금리, 일명 terminal rate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기준금리가 0.5% 수준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숫자다. 유례없이 가파른 금리인상은 나도 그렇고 현재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들도 모두 처음 겪는 상황이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운 상황이 많이 펼쳐진다.


미국 기준 올 1분기부터 시작된 금리인상은 기준금리를 0.25% 수준에서 불과 수개월만에 3.2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과거 금리인상기와 비교해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개요

금리가 가져온 효과는 생각보다 거칠었다. 특히 나처럼 스타트업 생태계에 속한 사람들에게 이번 금리 인상은 그 여파가 더욱 크다. 본래 금리인상은 자본력이 강한 전통 산업에 유리하고 자본력은 약하지만 성장 속도가 빠른 혁신기업에 불리하게 적용된다. 저금리 시대에는 성장에 따른 미래가치 할인율이 낮아, 좋은 기업가치를 받고 이로 인한 운영자금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으나 금리가 상승하면 미래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고 펀딩도 어려워진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아도 조달 금리가 상승해 운영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미 그 여파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타트업은 일반 기업에 비해 재무구조가 취약한데 부분/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운영되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 지난해 기준 자본잠식 상태였던 기업 중 올해 제대로 펀딩을 받지 못한 기업은 이미 런웨이가 소진되어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되었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빨랐던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빠르고 강력했다. 


*펀딩 환경의 변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펀딩이다. 스타트업의 펀딩이 어려워진 이유는 돈줄이 말랐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겠다.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VC는 GP라고 불리는데, LP의 자금을 받아 펀드를 조성한다. 문제는 LP의 돈줄이 말랐다. 주요 LP 중 하나인 연기금이 그나마 시장을 지탱하지만 모태펀드가 축소되고 민간 자금도 위축됐다. 특히 CVC나 기업 내 사내투자전략팀 등이 세팅되면서 VC로 흘러드는 기업자금도 줄어들고 사모펀드로 유입되는 개인 자금 역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며 자금이 경색됐다. 여기에 VC가 어렵게 펀드를 조성해도 쉽사리 투자하기가 쉽지 않아 졌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의 수익률이 악화될 가능성이 올라갔고 이런 레코드는 추후 펀드 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펀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드라이파우더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좋은 가격, 좋은 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이 아니면 신규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기존 포트폴리오 중 좋은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수혈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또한 펀딩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기도 한데, 수익률이 금리에 잡아먹히는 현상 때문이다. VC나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자산,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은 자산배분 차원에서 모두 수익률 싸움이다. 국채와 같은 무위험수익률이 어떤 range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자산배분이 이뤄지는데 통상 VC의 IRR은 7~9% 수준이다. 근데 요즘 국채금리가 4%, 예금금리도 비슷한 수준(혹은 그 이상)을 보이고 있으니 고위험 자산에 속하는 VC 대체투자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물론 실제 VC의 평균 IRR은 이보다 높게 청산되는 경우가 많으나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가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안전자산이 4~5%대 중수익률 상품으로 변하며 많은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체자산 전반적으로 상황이 안 좋다.


SI들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통상 SI의 경우 펀딩없이 사내 현금을 통해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라고 보는 쪽도 많다. 그동안 높아서 투자하거나 인수하지 못했던 좋은 기업을 합리적인 밸류에 투자하고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현금자산이 많은)대기업/중견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꽤 있었는데 아마 앞으로는 더욱 활발하고 공격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메가스터디가 에스티유니타스를 인수했는데 지분 100%를 인수한 총액이 1,800억원이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기업가치가 2조 이상 거론되던 회사였다.  이런 딜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PE들 역시 늘 그랬든 적절한 시점에 좋은 딜들을 가져갈 거다.



*고용의 변화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회사마다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신규 채용도 급감했다. 채용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채용 건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는데, 올해 3분기와 4분기 채용 업체들 실적을 보면 그 여파를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인원들이 대부분 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구조조정이나 채용 감소는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갑작스러운 외부 환경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으니 말이다. 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 스타트업으로 이동했던 인력들의 리턴도 주요 흐름 중 하나다. 중간 리더나 시니어의 부재가 늘인 스타트업은 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 전문 인력을 상당히 많이 흡수했다. 좋은 처우와 복지, 자율적인 업무 환경과 조직문화 등을 내세워 많은 인력이 이동했다. 최근 주변에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몇 가지를 포기하더라도 안정적인 조직에 대한 선호가 다시 상승했다.


*리더십의 변화

외부환경의 변화로 스타트업 리더십에 대해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업의 리더십은 여러 가지 내/외부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하며, 필요하면 적합한 인물로 교체되기도 한다. 보통은 창업자 혹은 전문경영인 중 한 명이 경영을 하는데 스타트업은 대부분 창업자가 경영을 한다.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처럼 사업의 규모가 대기업 수준으로 커지면 전문경영인이 핸들을 잡는다. 물론 메타처럼 창업자가 계속해서 경영하는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많은 case가 젊은 창업자고, 이들은 회사와 함께 성장하며 경영한다. 문제는 조직이 유기적인 형태라 1) 규모가 확장되거나, 2) 사업 및 구성원의 성격이 달라지거나, 3)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거나 하는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리더십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구성원이 30명일 때 요구되는 리더십과 100명일 때 요구되는 리더십은 다르다. 구성원이 1,000명으로 늘어나면 또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이 통상적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다 보니 조직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게 인원이 늘어나면 점점 회사의 가장 큰 문제로 부상하게 된다.


초반에는 대표와 경영진의 실무 능력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고 직원들에 대한 케어도 개별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다. 경영진이 곧 사업리드가 되고, 이들을 중심으로 회사가 성장한다. 스타트업이 개인의 역량에 기대어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기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 대략 100명이 넘어가면 조직문화가 회사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회사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상당수가 인력, 조직 문제다.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의 시스템으로 워킹해야 하는데 이 규모에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운영 과정에서 삐걱대는 상황이 잦아진다.


조직규모가 커져 더 이상 소수의 스타플레이어가 회사를 리딩하긴 버겁고, 경영진도 지나치게 실무나 작은 업무에 집착하기보다는 조금은 역동성이 떨어지더라도 중간 리더 체제와 보고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 조직 규모가 작을 때는 대표가 너무 열심히 일하고 마이크로 매니징을 한다는 불만이 많은데 반해 조직규모가 커지면 임직원들은 대표가 뭐하는지 모르겠다고들 한다. 사실 이 말 자체가 맞다기보다는 조직이 커지면서 권한이 위임되고 임직원들과 대표의 거리가 멀어지는 게 어느 정도 정상이다. 대표가 뭐하는지 모른다고 하지만 사실 이 시기에도 대표와 경영진은 정말 바쁘게 움직이고 수많은 고민을 한다. 내가 속한 조직이 시스템도 어느 정도 갖춘 것 같고 사업도 잘 돌아가긴 하는데 대표는 도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 싶으면 그 경영진은 조직의 스테이지에 맞는 성과를 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거다. 근데 조직이 규모가 큰데 아직도 대표가 모든 것을 챙기고 작은 실무까지 신경 쓴다면 오히려 경영진이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으면 이런 문제들이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최근 몇 년이 그랬다. 나쁘지 않은 성과로 조직의 부실한 부분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자금으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부분도 있고, 채용 시장도 활발해 좋은 인력이 순환하기 때문에 퇴사율이 높아도 대체인력으로 금방금방 채워진다. 피봇팅으로 사업 형태가 바뀌어도 시장 상황이 좋고 사업만 어느 정도 받쳐주면 이 역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 문제는 외부환경의 변화다.


지금 스타트업이 직면한 외부환경은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조달의 어려움에서 출발한다. 스타트업 대표의 가장 큰 미션 중 하나가 자금조달인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동안 겪어보지 않았던 의사결정을 꽤 많이 해야 한다. 가장 먼저, 또 많이 하는 게 비용 관리다. 비용 관리의 첫 번째는 매출 원가단에서 이뤄지는데 이건 리더십보다는 비즈니스 모델과 재무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따로 한 번 써보려고 한다.


그다음이 판관비인데 직원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용들이 많아 매우 조심스러운 영역이다. 원활한 채용을 위해 만들어둔 복지를 축소할 수도 있고, 각종 부대 비용(교통비, 식비, 접대비 등)을 통제할 수도 있는데 통상 판관비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게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다. 보통은 마케팅비를 먼저 줄이고 그다음 복지나 부대비용으로 옮겨간다. 그래도 개선이 안되면 이제 인건비를 건드리게 된다. 최근 많은 스타트업이 이미 이 스테이지까지 간 것으로 알고 있다.


성장에 초점을 두고 모두가 앞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가 끝나고, (원래도 그렇지만) 더욱더 소수정예의 인원으로 수익과 효율을 추구하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리더십도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변화면 유기체인 기업 조직 역시 변화하는 게 당연하다. 투자자들 역시 회사와 경영진을 판단하는 잣대가 달라져야 하는데, 기업과 투자자 모두 여기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듯하다. 감원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지만 조직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의사결정 중 하나다. 나를 포함해 누구든 대상이 될 수 있고 경영진은 이에 대해 진심으로 임해야 한다. 조직마다 상황이 다르고 내가 인사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고 이익에 집중하자'가 끝이 아니라 실제 조직을 관리하는 리더십도 달라져야 한다. 조직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나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많은 직원들의 마음은 초록불에서 주황 불로 이동한다. 모두가 상처를 받고 위태로운 상황이 된다. 여기서는 조금만 불편한 상황이 펼쳐지거나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발생하면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던 직원들도 잃게 된다. 통상 구조조정 이후 발생하는 2차 퇴사 랠리다. 조직이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커지면 더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게 되는 게 사람의 본능이다. 시장이 어려워도 좋은 인력들은 언제든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가 더 중요하다. 구조조정의 종료는 끝이 아니라 임직원을 더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시작점이다. 상황에 대한 설명과 설득은 언제나 중요하다.



*끝맺음

두서없이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썼지만 기업 중 유동성 긴축에 따른 가장 약한 고리가 스타트업이다. 그만큼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모두들 많이 힘들지만 좀 더 긴장하고 개인과 서로를 보살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개인으로서는 냉정한 판단도 필요하다. 무엇이 스스로를 위한 것인지, 또 조직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은지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분명 여기서 다음 10년, 혹은 그 이상을 책임질 기업이 등장할 거고 그 가능성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만큼 많은 역량 있는 스타트업이 사라지지 않고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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