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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Jan 08. 2023

음악은 짧아지고, 영화는 길어졌다

플랫폼이 달라지면 프로덕트와 비즈니스가 달라진다

최근 음악과 영화 콘텐츠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재생시간이다. 음악의 재생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영화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멜론 Top 100의 통계를 보면 1998년 4분 14초 수준이던 음원 재생시간은 10년 뒤인 2008년 3분 52초, 2018년 3분 49초로 짧아졌다. 최근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난해(2022년) 히트했던 곡들을 보면 새삥이 2분 27초, 여자아이들의 Nxde가 2분 59초, 싸이의 That That이 2분 55초, 아이브의 After LIKE가 2분 57초, 뉴진스의 Hype boy 2분 56초, 크러쉬의 Rush Hour 2분 57초, 블랙핑크의 Shut Down 2분 55초 등으로 심지어 3분 미만이었다. 2010년까지 3분 미만인 곡은 1% 미만이었고 2017년에도 7% 수준이었다고 한다. (아래 이데일리 기사 참조)  최근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성공하는 음원들을 봐도 대부분이 3분 초중반대로 상당히 짧아졌다. 음악이 계속 이렇게 짧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원이 짧아진 이유는 앨범 -> 스트리밍 변화에 기인

가장 큰 이유는 수익방식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앨범판매가 음악 산업의 주를 이뤘다. 음악 산업은 음반 산업이라고 불릴 만큼 앨범 판매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하며 스트리밍 횟수당 음원 사용료가 정산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고 이때부터 음원의 재생길이가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다. 같은 곡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야 순위도 올라가고 음원 정산액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음원 재생길이가 짧을수록 유리한 것이다. 여기에 릴스나 틱톡 같은 숏폼이 확산되고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나며 음원 길이가 짧아진 측면도 있다. 앞으로 계속 음원길이가 짧아진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음악을 짧게 만드는 것이 흥행에 유리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짧은 음악이 모두 흥행하는 것은 아니며, 긴 음악이 흥행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역주행에 성공한 윤하의 시간의 지평선이 5분이었으며 자이언티의 회전목마는 4분 11초, 빌보드에서는 Steve Lacy의 Bad Habit이 3분 53초, 비욘세의 Break My Soul이 4분 39였다. 이는 장르의 차이에서 오는 영향도 있다. 한국 음악이 K-POP을 중심으로 한 댄스, 힙합 등에 기반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짧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타 장르에서 여전히 3분 후반이나 4분대 음악들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또한 재생시간이 짧다고 해서 완성도나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에 어떤 공식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음악을 소비하는 환경이 변하면서 달라진 트렌드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반면 영화 산업은 조금 반대다. 최근 개봉한 아바타2가 무려 192분의 러닝타임으로 주목받았다. 3시간이 넘는다. 이는 아바타만의 특징은 아닌데, 최근 개봉한 영화들을 보면 블랙팬서2가 162분,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148분,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181분, 더 배트맨 176분, 듄이 155분 수준이었다. 탑건이 130분으로 그나마 2시간을 조금 넘기는 정도였다. 국내 영화는 헤어질결심이 138분으로 길었고 공조2와 한산이 129분, 헌트가 125분이었으며 범죄도시2는 109분 수준이었다. 3시간에 육박하는 할리우드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영화들도 2시간 수준으로 러닝타임이 길었다. 대체로 영화 제작비가 높고, 화려만 CG를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작품일수록 러닝타임이 긴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가 길어진 이유는 영화관 -> VHS -> OTT -> 다시 영화관 때문?

사실 영화가 길어진다는 사실은 모든 영화의 통계를 계산하지 않아 정확히 증명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블록버스터를 중심으로 확연히 이런 현상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최근의 일만은 아닌데 과거 1960년대 제작된 십계나 벤허는 200분을 넘을 만큼 긴 상영시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VHS가 등장하며 비디오테이프 산업이 영화 산업을 장악했고, 영화가 빠른 소비 형태로 바뀜과 동시에 VHS에 들어갈 만큼 짧은 길이의 영화를 만들게 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때부터 B급이나 오락영화가 다수 등장하고 영화 산업 역시 예술성과 상업성이 결합되어 다양한 장르와 형태로 확장됐다.





VHS이후 등장한 DVD나 OTT는 각각의 기술기반은 다르지만 집에서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는 동일한 소비 형태를 갖고 있어 이것이 러닝타임에 영향을 주진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나, 어쨌든 기술적으로는 더 긴 영화를 담아낼 수 있게는 되었다. 여기에 대량의 CG로 구현되는 작품이 점차 늘어나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영화 시간이 늘어났다는 주장도 있고(특히 2009년 아바타의 성공이 그 시발점이었다는 주장. 아바타 이후 CG를 활용한 블록버스터의 성공이 크게 늘었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러닝타임을 늘렸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주장 중, 이 역시도 플랫폼의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블록버스터 영화는 홈에서 시청하는 것보다 영화관에서 시청하는 환경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훨씬 더 큰 몰입감을 주고 영화에 대한 관객의 경험 역시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때문에 영화에 제작자, 창작자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되어 OTT와는 다른 경험을 영화관에서 보여주기 위한 노력으로 러닝타임이 늘어나는 결과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러닝타임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기보다 극의 설득력과 시각적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다 보니 결국 상영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리해보면 결국 영화든 음악이든 상품의 형태가 변경된 이유는 이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변화하며 콘텐츠 역시 이에 최적화된 형태로 적응하고자 하기 때문인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소비 방식이 이어지겠지만 추후 또 어떤 형태로 플랫폼이 변화하는지에 따라 콘텐츠는 또 달라질 수 있다. 플랫폼이 변하면 상품과 서비스가 달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인 만큼 상품과 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지 알고 싶다면 플랫폼의 트렌드를 읽는 것이 빠른 방법일 수 있겠다.






참고자료


연합뉴스 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0625892?sid=103


이데일리 기사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18&aid=0005350211


CNN기사 https://edition.cnn.com/2022/02/06/entertainment/movie-runtimes-longer-mcu-batman-oscar-bait-cec/index.html


GG 기사 https://www.gqkorea.co.kr/2022/03/17/%EC%88%8F%ED%8F%BC-%EC%BD%98%ED%85%90%EC%B8%A0-%EC%8B%9C%EB%8C%80%EC%97%90%EB%8F%84-%EC%82%AC%EB%9E%8C%EB%93%A4%EC%9D%B4-3%EC%8B%9C%EA%B0%84%EC%A7%9C%EB%A6%AC-%EC%98%81%ED%99%94%EB%A5%BC-%EB%B3%B4/?utm_source=naver&utm_medium=partnership


중앙일보 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178149?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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