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한 다량의 고집과 남을 위한 소량의 오지랖으로
이 세상에 고집 없는 사람이 있을까? 당신은 어떤가요?
어릴 땐 자기 의견 없이 순순히 내 의견을 받아주는 친구를 '착한' 친구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착함이라는 두루뭉술한 형용사로
설명될, 혹은 포장될 게 아니라 그 친구는 단순히 A든 B든 상관 없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음식 A와 B 중에 뭘 먹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자신의 인생에 누군가 침투하려 할 때 강력한 고집이 발동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실은 고집이든 아집이든
그게 착하다 혹은 나쁘다 라는 어떠한 가치 판단도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견을 분명히 제시하거나 아니면 강한 승부욕을 보일 때, 난 할 수 있어라고 어떻게든 해내려 하는
나의 끈기가 발동될 때 ‘여자가 드센 게 싫다'며 너 고집이 있는 편이지? 라고 묻던
회피형 애착 관계 유형, 내 전남친.
그 때마다 나는 아니야, 나는 고집이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주장이 뚜렷한 거야.
나는 누구한테 강요하지 않아. 하면서 그의 섣부른 판단을 부정하려 하면서
나는 그렇게 나의 정체성을 부인했었다.
그리고 그와 짧지만 더럽게 힘들었던 그 연애를 그만두면서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존나게 고집쟁이다.
너는 그걸 좋아해도 돼,
하지만 난 이게 좋아 라고 말하는 확실한 호불호
남들은 실용 학문을 듣지만
나는 인문학이 기반이라고 생각해 라고 하는 주관
한 번 선택한 것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책임지고 싶은 책임감
이 날씨에 춥지 않아? 라고 걱정을 사지만
추워도 예쁘면 돼 라는 자기만족
젊을 땐 사서 고생하고 싶다고
정신 못차린 소리를 하는 커리어 열정
고집으로 치환될 수 있는 이 수많은,
내가 지향하는 가치들이 하나의 단어로
싸잡아 폄하된다면
나는 반대로 고집을 평가절상하고 싶다.
나는 내 이 작고 큰 고집들이 좋다.
앞으로도 계속 부릴 거다!
우리 모두 고집 있는 사람이 됩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