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한테 하지 말아야 할 말

내 건강은 내가 제일 걱정된다고요

by tommymommy

허리를 삐끗했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려는데 허리를 수그리다가 갑자기 찌릿, 아니 삐끗에 가까운 느낌이 들더니 걸을 수가 없이 아팠다. 서있기도 만만치 않았다.


한 걸음 떼고 악! 한 걸음 또 떼고 으아악! 하며 호들갑 떨다가 오늘 출근은 어렵겠다 하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부장님께 급히 카톡을 하고 냉찜질을 하고 누웠다. *후에 병원에서는 온찜질을 하라고 했으니, 잘 대처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9시 땡 하자마자 엄마 차를 타고 병원 앞에 내렸고,

발목을 다쳤던 작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나는 또 엉금엉금 병원에 방문했다.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찍고 나니 선생님께서는 근육이 놀랐다며 갑자기 근육이 놀라는 일은 없다로 시작하는 '너의 평소 자세가 얼마나 안 좋은지'에 대한 일장연설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나는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자는 해결형 인간인지라 영혼 없는 '네'를 연발하며 속으로 '그래서 저는 이제 허리를 못 쓰는 건가요?'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치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 고통이 심하니 빨리 호전되려면 미세바늘 주사를 통해 염증부위에 약을넣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고, 그게 11만 원이든 110만 원이든 (11만 원이었어요)

나는 당장 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걱정에 놔달라고 말씀드렸다. 비급여이지만 실비가 된다는 말에 역시...

사랑해요 삼성생명 하며 안심한 것은 덤.


주사를 누구보다도 무서워하는 나지만 통증 부위에 10개가 넘는 바늘을 꽂고, 이거 안 맞으면 허리 아작나는거야 라는 무시무시한 다짐으로 간신히 주사 치료를 마치고 나니 처음 맞을 때는 다들 엄청 아파하는데, 무척 잘 참았어요 라는 의사 선생님 칭찬도 들었다.

통증 수액도 맞고 물리치료도 끝내고 나니 병원에 장장 3시간 반 이상 있었던 것.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과 허리보호대, 온찜질기까지 사고나니 무려 25만 원을 '삐끗'의 대가로 썼다는 사실이분하기도 했지만 30살 맞이 액땜을 거하게 치르고 나는 이제 행복하려나 보다 하는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며 간신히 집에 돌아왔다.


걷는 것 조차 힘겨워 보이는 나에게 집에 가서 찜질 꼭 하고, 다리도 높게 올리고 자야 허리에 덜 부담이 된다면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해주신 수간호사님도 며칠간은 고생할 거라며 보호대는 하고 가고, 남은 짐은 봉투에 담아가야 편하다고 집 가서 푹 쉬어야 낫는다고 한 약국 선생님들도,


꾸역꾸역 빵을 먹겠다고 들른 파리바게뜨에서 빵 고르는 일조차 쉽지 않은 나를 위해 집어주시고 문도 열어주신 아르바이트생도,


이모 나 오래 아파...? 하며 죽는 소리하는 조카의 전화에 약 먹고 이불 뒤집어 쓰고 푹 자면 나을 나이야 라고 안심시키면서도 내심 걱정됐는지 좀 괜찮냐고 문자 보내온 인생선배 잡학다식 막내이모까지도 고마울 뿐이었다.


막상 저녁에 만나기로 했던 친구들에게 나 오늘 출근 못 했어 라고 전하며 약속에 못 가게 된 자초지총을 설명했더니,


'허리 그거 오래 간다더라 계속 아프대' '한 번 그렇게 되면 계속 재발한대' '그거 평생 감' 이라는 말을 들으며 친구들의 진심 어린 걱정이 느껴지긴 했으나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앞으로도 이 고통이 계속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하고도 끝날 기약 없는 걱정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말에 예민해지고 싶지 않으면서도 가끔 이렇듯 툭 내뱉는 말에 기분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같은 말도 관리 잘 해줘야돼, 자세도 중요하대 라는 조금 더 긍정적이고 현실적이고 해결 지향적인 말이었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이겠지만, 적어도 이 무지막지한 고통이 평생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받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말로 먹고 사는 나같은, 말에 예민한 사람에게는

이런 류의 말들이 걱정에 걱정을 보태는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내 건강은 내가 제일 걱정스럽다. 그리고 나는 아픈 게 제일 싫은 사람이다.


그러니 걱정도 관리도 내가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것,

그저 관리 잘하고 아프지 말라는 한 마디면 충분한 위로가 된다는 것.

앞으로 내 주변에 아픈 일이 생길 친구들에게 나는

그런 따뜻한 말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다짐!으로 지금의 분노를 조금은 삭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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