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집에서 나온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동안 고지라퍼라는 시리즈에 대해 썼는데, 내가 못 버리는 고집 중 하나가 주변 사람의 번호를 외우는 것이었다.
휴대폰을 사용해온 지 대략 17년차가 되는 동안 그다지 불편하다고 느낀 적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얼마 전에 피식할 일이 있었다.
친구 A와 카톡으로 수다를 떨다가 주변에 좋은 남자 없냐며 내 사촌동생을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했고,
나보다 5살 어린 동생을 소개시켜주는 만큼 신중을 기하던 중, 동생과 어울릴 굉장한 분이 있다는 소식에 흥분한 우리 둘은 통화로 얘기하자며 전화를 했다.
한참을 통화하면서 소개시켜줄 두 남녀의 사진까지 서로 OK를 받고 신난 나는 "잠깐 기다려봐, 번호 지금 바로 카톡으로 보내줄게" 하면서 내가 외워둔 사촌동생 번호를 A에게 전했다.
잠시 후, 다른 주제로 수다를 옮겨가며 통화하고 있던 때 갑자기 사촌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일까 하고 잠시 받은 나에게 동생 왈,
"언니, 엄마 번호를 알려주면 어떡해!"하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하고 카톡을 확인해보니 글쎄 동생과 뒷자리가 같은 고모의 번호를 떡하니 보내놓았고...
그 시각 고모와 사촌동생은 TV를 보다가 고모의 카톡 알림을 듣고 들여다보니
"안녕하세요, XXX라고 합니다. 소개받아 연락드립니다." 라고 연락 온 것.
글로 적고 보니 안 웃기네,
아무튼 덕분에 동생도 나도 고모도 A도 배가 찢어질 만큼 웃었다. 소개녀보다 그 어머니를 먼저 소개받아 당황했을 그 분에게, 하지만 꽃밭 사진을 보고도 전혀 이상함을 감지하지 않았던 무던한 그 분에게 다시 동생의 번호를 전달해주었다.
보통 이런 에피소드가 만나기도 전부터 생기고 하면 잘 될 징조라는데, 둘은 안타깝게도 한 번의 만남으로도 서로가 인연이 아님을 깨닫고 돌아왔다.
하지만 나에겐 평생 소소하게 웃음 질 수 있는 에피소드가 생겼지. 나만 웃겼다면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