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꿈도 돈 없인 안 되는 거였어!
일전에 올린 적 있었듯이, 나는 마케팅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고 벌써 만 5년이 지났다.
첫 회사는 외국계 홍보대행사였고 나는 2년 3개월을 버텼다.
버텼다고 하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것이, 매일같이 야근했고 택시가 일상이었다.
지금이야 주 52시간이 우리를 보호하는 듯 흉내라도 내지만 그때는 그런 게 없었고 클라이언트를 세 개씩 맡고 있음에도 신사업 제안서를 써야 하는 그런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잘하고 싶었고, 또 잘한다고 여겼다.
연봉이 3,000만 원이 안 됐지만 내 꿈이라는 이름으로
그 대가를 치르는 듯했다. 오래갈 것 같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새벽 3-4시까지 일하는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지금은
어렸고, 마케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좋은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돈보다는 일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만큼.
그런데 만 2년을 채우는 시점에 대리를 달기 시작하면서(워낙에 승진이 빠른 업계다) 믿고 따르던 차장님이 퇴사하고, 내 사수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
나 스스로 여기서 더 발전이 있을까? 나도 배울 만큼 배운 것 같은데 하는 주름을 잡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 고작 일 시작한 지 2년 된 애가 뭘 배웠겠어 싶은데 반복적인 업무(아이데이션-기획-제작-보고 사이클)를 수십 번 겪으면서 더 큰 세상을 원했다. 더 솔직히는, 이제 더 이상 삼천도 안 되는 연봉으로 버틸 내 '열정'이 바닥을 보였다.
선배, 그리고 전무님까지 이직처를 알아보고 움직이라는 조언을 해주셨지만
매일같이 야근하고 쓰러져 자는 생활을 하면서 나를 그렇게까지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숨 쉴 틈을 만들어줘야 내가 마케팅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곧장 그만두었고, 면접을 봤고, 운이 좋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 관광업을 하는 국내 기업의 그룹사 브랜드 마케터 포지션에 취업할 수 있었다.
계약 연봉으로는 20%, 성과급 포함하면 직전 연봉의 40%가 올랐으니 기쁠 만도 했고
무엇보다 무한 야근에서 벗어나 워라밸을 지키면서도 내가 원하는 업을 한다는 것, 특히 그룹사라서 더 안정적인 분위기였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가끔 가다가 대행사 시절의 내가 툭 튀어나와 '너 이렇게 일해도 되겠어?' ‘배우는 느낌이야?' 하며 나를 채근하는 것 외에는.
그러다 커다란 변수를 만났다. 나라는 인생의 커다란 변수, COVID-19 개XX.
관광업을 그대로 저격해서는 헤드샷을 갈겨버린 세계 최대의 천재지변 코로나가 내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흔들었다. 계열사에서 돈을 벌어오는 구조였고
지주사는 브랜드 사용료를 걷는 것 외에는 크게 돈 나올 곳이 없었다. 하던 프로젝트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예산을 다시 보고 또 보고 줄이고 또 줄였다.
그때가 고작 3년 조금 지난 주니어 마케터였는데 코로나는 쉽사리 사그라들 생각이 없었고
그러한 고민이 7개월쯤 이어질 때쯤, 새로운 곳에서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네? 어디요?"
이게 뭐라고......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