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며칠 후 겪은 황당한 사건
거의 몇 년간 브런치에 글을 적지 않아 며칠 전, 시리즈로 남겨야지 하고 서랍에 남겨둔 글이 있다.
그런데 그것보다 오늘 먼저 올리고 싶은, 새로운 일이 있어 남긴다.
오늘 아침 2호선 신도림역. 이른 출근을 위해 6시 50분여 즈음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길.
초등학생 고학년으로 보이는 아이 셋이 서로 과격한 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그래, 좋을 때지.'
그런데 몇 걸음 못 가 뒤에서 들리는 할아버지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아이들이 보기 좋았는지, "어디 가냐?"라고 물으신 한 할아버지는 아이들 대답에(목적지는 잘 못 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소름끼치는 답변을 내놓았다.
"거기는 가도 안 죽는대?"하고서 껄껄 웃은 것.
듣자 마자 귀를 의심했고 얼마 안 가 아이들끼리 하는 말이 "거긴 안 죽겠지" "아냐, 거기도 죽을 수 있을걸?"라고 티격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내가 들은 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고, 이는 곧 불쾌감으로 번졌다.
이어폰을 미리 끼지 않은 내가 바보 같을 정도로 귀를 씻어내고 싶은 말이었다. 어르신이 아이들에게 그저 하는 농담으로 넘기기엔 그 수위가 한참을 넘어섰다고 느꼈다. 악마도 울고갈 발언이 아닌가.
이 한 마디 너머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보이고, 무수히 허망한 죽음들이 보이고.
유가족들의 눈물과 사고 당시 기장, 부기장의 고군분투가 보이고. 그 안타까움이 국민들의 마음을 저미고 있는 이 시점에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이게 할 말이냐고. 치밀어오르는 분노로 대화 중인 그들을 주시했지만 대화는 거기서 그쳤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태원 참사, 시청 급발진 사고와 같이 일련의 사고들을 겪은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이런 참사를 앞두고 국민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수준도 꽤나 큰 이 시점, 어찌 그 일을 이렇게 "소비"하는가. 몹시 불편했고 이 글을 적는 지금도 불편하다.
구태여 이 불편함을 글로 적는 이유는 또 있다. 이 발언을 오프라인으로 들어서 충격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 온라인에서는 매분 매초 일어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인들에게 실례를 범하고 있다. 아직 진상이 규명되기 전인데도 기사를 통해 기장의 판단 부족을 짚는다거나, 댓글로 음모론, 정치적인 발언을 섞어 이 참사를 해석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슬픔을 슬픔으로만 보내기에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답답함에 '왜'를 찾게 되는 것은 이해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비통한 일이 발생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죽음을 욕되게 하는 어떠한 행위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이 유가족들에게는 2차 가해다.
결국 입으로 똥을 뱉으면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는 댓글창이 사라지는 게 맞다. 적어도 혀에 달린 칼로 사람이 죽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그러니, 표현의 자유가 있을 때 구업 짓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