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인말러 Feb 15. 2021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을
현실적인 방법들

    어쩌다 보니 이런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다. 나에게는 초등학교 3학년의 아주 어린, 한참 어린 동생이 있다. 엄밀히는 사촌 동생이지만, 맞벌이 가정의 아이인지라 평일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보낸다. 어느 날 그녀의 학교에서 다른 친구가 그녀를 괴롭혔다. 할머니, 내 어머니, 그리고 나는 둘러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그저 자기가 괴롭힌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나왔다고 한다. 그러자 할머니는 "왜 네가 미안해. 그렇게 말하면 네가 지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할머니는 좋아하지만 그 말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안하지 않아도 될 일은 맞다고 생각했지만, 미안해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이겨야 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날 아이가 진 상대는 자기 자신이었다. 더 확실히 자기주장을 펼치지 못한 자기 자신이었다. 그것은 다음에 같은 상황이 왔을 때 극복해내면 되는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세상을 경쟁의 장으로 보고, 각각의 다름에 1위, 2위라는 순위를 부여하게 된 걸까. 인생은 멀고 험난한 여정이다. 우리가 씨름하는 것은 각자의 인생이지, 남들과 씨름하는 것이 아니다. 「호빗」에서 주인공 빌보가 가장 적절한 예시다. 「호빗」은 난쟁이 빌보가 스마우그라는 용과 싸우는 작품이 아니다. 빌보가 자신의 두려움과 싸우는 작품이다. 그래서 작품에서 빌보가 스마우그를 물리치지 않는 것이다. 실질적인 상대는 스마우그가 아니었고 자기 자신이었다. - 그래서 이 작품에서 빌보와 스마우그를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겁쟁이 빌보와, 스마우그를 맞닥드리며 더 용감해지는 빌보, 이 두 명의 빌보가 올바른 비교 대상인 것이다 -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 나는 그날 어떻게 하면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과의 비교가 너무 익숙해져, 자신이 비교하고 있다는 것조차 망각하는 사람도 있다. 겉모습은 휘황찬란하지만, 조금이라도 남보다 부족한 것을 느끼면 질투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지속적으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해 자신의 단점을 끄적이며 자기 자신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후자의 사람은 볼 때마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모든 것을 상황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 일어나려는 의지가 없으면 도와줄 방법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는 타인과의 비교로 자존감을 얻는 상태, 그리고 타인과의 비교로 끝없는 자기 비애에 빠지는 상태 사이에 있으리라. 극단으로 가지 않아도 실상 우리의 하루하루는 대부분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존심도 회복하고, 혹은 자존심 상해 하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특히 나는 키가 큰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보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도 꽤 부러웠다. 그러나 그들이 멋있다고 생각은 해도 그걸로 속상할 일은 없다. 오히려 내 주변에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뿌듯하고 안심된다. 오늘 이 글은 마음의 방향을 그렇게 바꾸는 방법,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두 가지 방법에 관한 것이다.




첫째, 다양한 경험에 노출되기


    나는 구기 종목에 형편이 없다. 축구도 농구도 별로 잘하는 게 없다. 대학교 1학년 때 배구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돌아가면서 센터를 맡다가 내가 센터가 되면 상당히 부담스러워지고는 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운동에는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헬스를 배우고, 웨이크보드도 타보고, 얼마 전에는 클라이밍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내가 모든 운동에 소질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클라이밍을 처음 한 달 배웠을 때 강사님은 "내가 본 사람 중 열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씀해주셨다. 무척 기뻤다.


    다양한 경험의 장점은 '자기객관화'가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일들은 내가 잘하고, 어떤 일들은 남들이 잘한다. 예를 들어, 경제학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과목이다. 진심으로 나는 경제학이라는 과목에 엄청난 애정이 있다. 그러나, 내 주변에는 나보다 전공 학점이 높은 친구들도 많으며, 특히 경제학은 수학이 중요한데 나는 수학 실력도 그리 좋지 못하다. 그런데도 내가 우울감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나의 장점들도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력이 뛰어나다. 심리학과 사회학 공부를 꾸준히 해왔고, 여러 과목을 융합 시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특히 러시아 소설들을 즐긴 것도 한몫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논문이나 텍스트를 잘 읽어낸다. 바빠도 일주일에 논문 한 편 정도는 읽는다. 이런 것들이 분명한 나의 장점일 것이다. - 아무리 찾아도 본인의 장점이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너무 신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 없고, 또 잘하는 일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마냥 사랑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장점이 있어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장점은 있는데 그 장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타인과 비교한다. 자존감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그 장점을 인정하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 아무튼, '공부'라는 특정한 한 분야 내에도 이렇게 여러 가지 능력과 자질이 있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또 여러 가지가 나온다. 바로 이것 때문에,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것이다.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비교의 우위는 달라진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에 노출될수록 범위를 다양하게 잡을 수 있다. 복잡하게 생각 말고 우선 여러 경험에 노출돼라.





둘째, 꼭 이루고 싶은 한 가지를 정하라


사는 것이 또한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바라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욱 소중한 것이 있기 때문에, 까닭에 구차스럽게 살고자 하지 않는 것이다. - 맹자 <고자-상>


    살면서 꼭 한번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가? 사실 나는 꿈이라는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추상적이어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는 '명확한 목표'다. 어떤 경우 그 명확한 목표는 평생 이룰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내 목표는 '지혜를 남기는 경제학자'다. 지혜와 지식은 다르다. 이것을 평생토록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세계 일류의 경제학자가 되어도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지혜는 계속해서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꿈들이 좋다. 명확하지만, 이룬다는 범위가 모호하여, 사람을 계속해서 노력하게끔 만드는 그런 꿈들 말이다.


    아무튼, 목표가 있는 것이 왜 중요할까. 구체적으로 왜 이것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좋은 방법일까? 그 목표와 관련된 게 아니면 못해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목표와 의지가 명확한 사람에게 그것과 상관없는 것은 모두 부차적이다. 남들과 비교의 대상에 서지 않게 된다. 가끔 친구들이 나의 모자란 부분을 지적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내가 살고 싶은 삶,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한 스케치가 있다. 그 스케치와 상관없는 모자람이면 나는 개의치 않는다. 그러니 얼른 목표를 세워라. 뭐든 좋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세워라.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정하고, 이루고 싶은 목표를 끊임 없이 생각해라. 마음에 들고 싶은 여성이 있다면 (혹은 남성이 있다면), 그 여성의 호감을 사기 위해 내가 키워야 할 자질은 무엇이고,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 니체는 (어느 책에서 이렇게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선악을 넘어서」일 것이다) 목표를 다루는 것이 여성을 다루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물론 표현의 어감이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다. 사람은 다루는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니체 말의 요지가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 뭐든 구체적으로 해서 목표로 삼아라.


    독자와 나는 사고실험을 하고있다. 당신이 글을 읽는 것과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일종의 대화이며, 이 대화에서 우리는 작은 사고실험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고실험에서 문제가 되는 한 가지 경우가 있다. 만일 내가 목표로 하는 일에 있어서 남들과 비교되고 모자란다고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꿈이 패션 디자이너인데 나의 경쟁자들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것 같고 훨씬 똑똑하다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미리 경제학의 예시를 들었다.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면 천재적이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들은 엄청나게 똑똑하고, 실제로 노력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경제학에도 여러 가지 영역이 있고, '똑똑함'이라는 한가지 자질로 뭉뚱그리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내가 남들보다 똑똑하지 못할 수는 있어도, 텍스트를 읽어내고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바로 이런 것들이다. 당신의 목표가 남들보다 나에게 더 멀게 느껴진다면, 그래서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껴진다면, 그 목표를 좀 더 쪼개고 나누어서 세부적인 것들을 확인해보라. 그 세부적인 것들 가운데 반드시 당신이 잘하는 부분이 있다.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경험을 쌓고 구체적인 목표를 갖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네 인생의 주인공은 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