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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인말러 Sep 07. 2020

reminiscence


어머니는 뒤에서 그네를 밀어주셨다

높이, 더 높이

나도 어른처럼 세상을 보고 싶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뒤에서 나를 밀어주셨다


어머니의 눈에는 지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이제는 보기 힘든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고,

그리고 창가에 내려앉은 나비에 더 이상 손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목이 마른 나는 식수대에 갔다

호스의 먼지는 항상 누군가 닦아주었는데,

그렇지만 빨리 그네를 타야 하니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그네를 타고 계셨다

돌아보니, 어머니의 소녀 시절 모습은 그때가 내 기억 속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어른이 된 나의 눈에는 지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이제는 보기 힘든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시간은 나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떠났지만,

돌아간다면 이제는 볼 수 없는, 그 사람의 그네를 내가 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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