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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 and Terri Jul 06. 2020

왜 몬트리올이었나? (2)

1년간 느낀 퀘벡 살이의 허와 실

몬트리올 살이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퀘벡 주 전반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가 진정한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고 했던가.

실제로 살아본 몬트리올은 만족스러운 점도 많았지만, 힘든 점도 많았다. 물론 지금도 많다.


부루마불에 뜬금없이 나왔던 몬트리올. 오타와도 아니고, 토론토도 아니고, 밴쿠버도 아니고 몬트리올이라니. 사실 몬트리올이 의외로 들어간 이유는 1976년 올림픽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한다.

그러나 이 올림픽은 적자 올림픽이자 올림픽 개최 실패 사례 중 하나가 되고 말았고, 당시 캐나다 내 토론토의 유일한 라이벌 도시였던 몬트리올은 올림픽 이후 '캐나다 제2의 도시'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지금은 애물단지가 된 몬트리올 올림픽 경기장. 뜬금없이 1층에는 동물원이 있으나, 지금은 휴장 상태.


그리고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퀘벡 분리 운동'도 여기에 한몫하여 많은 퀘벡 주 영어권 주민들이 다른 주로 떠나는 계기가 되고 만다. 이 뒤로 몬트리올은 사실상 계속 침체기를 겪게 된다.

지금은 주요 산업을 Pivoting 하여 제조업/의류업 이외에도 Tech / Entertainment 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주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는 있다. 의외로 몬트리올의 산업 관련 재미난 얘기가 있다면....


- (지금은 거의 부도났지만) 태양의 서커스 본사가 몬트리올이다.

- 영화를 굉장히 많이 찍는다. Catch me if you can, Notebook, X-Men 등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도시.

- 게임 개발 회사들이 굉장히 많다. Ubisoft Montreal, Bethesda Studio, Behaviour Interactive 등 유명한 제작사부터 Unity Engine으로 유명한 Unity 또한 몬트리올에 있다.

- Tech 관련 스타트업들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토론토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은 스타트업들이 있는 편이고, 지금은 상황이 좋진 않지만 항공/여행 쪽 스타트업(Sonder, Hopper 등)들이 꽤 있다. 도시 크기에 비해 대학교가 많은 편(McGill, Condordia, University of Montreal 등)이고 창업 지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느낌.

그리고 삼성전자도 몇 년 전에 몬트리올에 A.I 관련 연구소를 오픈하였다.

- 유럽 회사들이 캐나다에 Headquarter를 차리면 몬트리올인 경우가 많다. (L'Oreal, Nestle, Sanofi 등)

- 의외로 에어캐나다 본사와 캐나다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Bell 본사가 몬트리올이다. Bank of Montreal 본사가 토론토라는 건 아이러니.

- 항공 관련 기업들이 많다. 우리에겐 친숙하진 않지만 소형 비행기 제조사인 Bombardier부터 엔진을 만드는 Pratt & Whitney 등 과거 항공 산업으로 유명했던 도시이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지만)



퀘벡에 산다는 것 또한 다른 캐나다에 사는 것과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모든 표지판이 불어이고, 관공서에서 오는 문서들은 가끔 불어만 적혀 있어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겨우겨우 해석한 적도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언어의 장벽이 없다고는 할 수가 없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다운타운 근처에서는 불어를 쓸 일이 거의 없긴 하고, 몬트리올 섬 안에도 영어를 쓰는 동네 / 불어를 쓰는 동네로 나눠져 있어서 정 불어를 못한다면 영어 쓰는 동네에 가서 살면 되긴 하다.


좌: PFK = Poulet Frit Kentucky (KFC의 불어 표기) / 우 : 가끔 운전할 때 환장하게 만드는 도로의 불어 사인들


그리고 의외로 미국에 있는 식당들이나 서비스들이 불어 때문에 퀘벡에만 없는 경우가 더러 있다. 미국에 흔하디 흔한 Chipolet가 캐나다에 원래 없는 줄 알았는데 오타와에 있는 걸 보고 어찌나 반갑기도 하면서도 황당했던지. (참고로 퀘벡에서는 영업할 때 불어를 우선 표기해야 되는데, 만약 이 옵션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영업을 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퀘벡에서'만'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가 Peloton)


이뿐만 아니라, 일자리에서의 언어 문제도 생각보다 크다. 대놓고 Bilingual(영어/불어)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채용 공고에 표기하는 회사들도 많고, 그런 요구 사항이 없더라도 회사 내에서도 일은 영어로 하지만 사적인 대화들은 불어로 하는 경우도 있는 등 불어를 못한다면 손해 보는 일이 종종 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민법. 캐나다는 주마다 영주권 허가를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는데, 퀘벡 주의 경우 불어가 '필수 요건'이다. 즉, 불어 성적(대략 DELF B2 기준 - 중상급)이 있어야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고 캐나다 연방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퀘벡 주에서 별도로 허가(CSQ)를 받지 못하면 법적으로 퀘벡에서 거주할 수가 없다. (영주권마다 다르지만 보통 석사 졸업생들이 많이 신청하는 Express Entry 기준)

결론적으로, 불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졸업 후 3년 안에 몬트리올을 떠나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맥길 학생들도 많이들 다른 도시들로 이주하곤 한다. 워낙에 몬트리올 로컬 비중이 낮은 학교이고, 영주권이 없는 이상 여기서 불어를 배우느니 연봉이 조금 더 높은 토론토 등으로 이주해서 영주권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권 이민자들보다는 오히려 중동/북아프리카 및 서아프리카 등 불어권 국가 이민자들이 몬트리올에 정말 많다. 퀘벡 정부 또한 학력/경력 등의 요소보다는 언어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이들이 영주권 취득이 쉬운 것 또한 사실이고. 현지인들도 퀘벡 주 정부에서 이 부분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데, 어쩌겠는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 보존을 통해 퀘벡 문화를 지속하는 것인데.


그리고 세금 신청 등의 행정 절차 또한 연방을 통해 신청하고, 주 정부에 한 번 더 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심지어 내 학생 비자도 주 정부에 한 번, 연방에 한 번 해서 총 두 번 신청했다. 그만큼 주 정부의 권한이 많고, 세율도 15%로 캐나다 내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실 몬트리올이 참 살기 팍팍한 곳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몬트리올만의 장점 또한 존재한다.


1. 자녀 교육: 교육만큼은 어느 주도 퀘벡을 따라올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학교 갈 때 불어 학교에 보내야 돼서 문제지... 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하루에 약 $7.55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물론 자리 찾기가 쉽지 않고 도시락 들려서 보내야 됨) 사립의 경우, 평균적으로 월 $1,000 정도이고 수입이 없는 학생의 경우 나중에 세금 신고 시 30~40%가량 세금 공제가 된다. 토론토나 밴쿠버는 어린이집이 많이 없고 비용도 2배 가까이 내는 걸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은 매우 큰 장점.

아무튼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이라면 퀘벡은 정말 괜찮은 곳이다.

처음 여기서 데이케어를 보낼 때는 걱정이 많이 되었으나 우리 아이는 밥도 다 먹고 정말 잘 논다. 한국에서 영어 유치원 미리 보낸다고 생각하면 비용이 크게 아깝진 않다.


2. 저렴한 생활비: 1번과 약간 맞물리는 거긴 하지만, 몬트리올의 전반적인 생활비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실제로 북미에서도 생활비가 저렴한 곳으로 소문난 곳이긴 하다. 특히 집 렌트 비용은 현재 지불하는 렌트비로 토론토나 밴쿠버에 가면 방 한 칸이 줄어드는 수준이다. (약 2/3 수준) 물론 캘거리, 핼리팩스 등 다른 도시에 비하면 비싸긴 하지만 애초에 해당 도시들은 선택지에 없었으니 딱히 고려할 사항이 아니긴 하다.

그리고 몬트리올은 북미에서 그나마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도시로,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웬만한 곳은 지하철+버스 조합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도 실제로 지하철을 굉장히 많이 이용하는 편이고. 학생의 경우, 몬트리올 시내 대중교통 1달 무제한 이용권이 $52고 공항버스까지 커버되니 교통비로 나가는 비용은 서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버스의 경우 24시간 운행을 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물론 제시간에 잘 오는 법이 없지만....

몬트리올 지하철은 4호선까지 있고, 교외 지역은 별도로 기차 및 광역버스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3. 불어 공부하기 좋은 환경: 사실 여기에 꼭 남아서 살고 싶다면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불어를 꼭!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지원 조건이 꽤나 괜찮은 편이다. 아내의 경우, 작년부터 바뀐 기준이 적용이 되어 취업/학생 비자 소유자뿐만이 아닌 배우자까지 불어 수업을 들으면 주 정부에서 돈을 준다!!! 물론 주당 $180 정도이긴 하나 그래도 돈을 받으면서 공부까지 시켜주는 곳이 어디 있을까. 거기다 데이케어 비용(공립 기준)까지 추가로 나와서 우리는 그나마 풍족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퀘벡이기 때문에' 절차가 매우 오래 걸리면서도 불어로 사전 인터뷰를 보고 심지어 불어를 할 줄 모르는데도 불어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많지만 누릴 수만 있다면 좋은 혜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기서 배우는 불어는 우리나라로 치면 표준어가 아닌 경상도 사투리 급이긴 하지만... (실제로 프랑스 본국 사람들이 퀘벡 사람들의 억양을 못 알아듣거나 특이한 어휘 때문에 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찾아만 보면 불어를 배울 수 있는 여건은 잘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의지의 차이...?




어떻게 보면 결국 몬트리올에서 외국인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불어를 배우는 방법뿐이다. 이 글을 다 읽고 '불어 그거 배우는 게 그렇게 어렵나?'라고 생각할 수도 모르겠고, 단순한 투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영어도 100% 유창하게 못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어에 시간을 투자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긴 하다. 그리고 학교 생활에서 사실 불어를 써야 할 일이 거의 없기도 해서 따로 노출될 일이 길가의 표지판 정도밖에 없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종종 학교 하나만 보고 몬트리올에 순진? 하게 건너온 것 때문에 조금 아쉽긴 하고 아마 1년 뒤에 캐나다 내에서 도시를 옮겨야 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 같은 수입이 없는 학생들이 살기에는 정말 좋은 도시이고, 여기에서 2년 동안 지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음 편은 다시 MBA 입학 편으로 넘어가서, 입학 전 네트워킹과 간략한 준비 과정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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