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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에서답하다 May 31. 2020

무료한 시멘트 회사들 사이에 흥미로운 뉴스!

사모펀드는 어떻게 돈을 회수할까?

지난 주 금요일에 재밌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1Z2XV1CK0E 


쌍용양회가 우선주를 15,500원에 모두 공개매수해서 우선주를 상장폐지 시키겠다는 기사입니다.  

쌍용양회는 시멘트를 만드는, 우리나라에서 1위 규모 시멘트 회사입니다. 지금은 사모펀드(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지분을 77% 가지고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2016년에 살때 1조 4천억을 들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전체 시가총액으로는 2조 5천억이 좀 넘습니다. 그러니 지분가치로는 2조가 조금 안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30% 감안하면 결국 시가총액 정도가 매각가치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상황에서 2조5천억원을 주고 시멘트 회사를 살 회사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시멘트 수요는 줄었고 단가마져 인하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제 생각에는) SOC투자, 3기 신도시로 인해서 좀 살아날 것 같습니다만 환경규제로 환경부담금이 급증해서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에너지비용이 크게 절감되어 수익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그럼에도 상황이 녹녹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시멘트 회사들의 주가를 보면 이러한 우려를 잘 알수 있습니다.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는 10년 전 주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앤코가 자금을 회수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앤코는 지금까지 어떻게 했을까요? 먼저 회사를 인수하고 누적적 우선주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습니다. (누적적 우선주는 배당을 안주면 정해진 배당률만큼 언젠가는 모두 누적해서 배당을 실시해야 보통주 전환이 가능합니다.) 누적적 우선주에게는 대박이었습니다. 그렇게 누적적 우선주에 큰 배당을 주고 보통주로 전환한 이후, 곧바로 배당확대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무려 분기당) 배당을 착실히 늘려 실시해 왔습니다. 심지어는 현재 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을 실시 중입니다. 물론 감가상각비가 상당해 현금흐름에는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자금 회수에 성이 찰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일반) 우선주 매입 후 소각을 발표했습니다. 재밌는게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의 가격이 9,760원이고, 보통주는 5,070원입니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의 주가가 통상 프리미엄을 갖는데, 이해할 수 없는 가격입니다.(그 프리미엄이 선진국은 10~30%인데, 우리나라는 20~60%까지 더 크게 평가받습니다. 의결권이 더 높게 평가받는다는 것은 의결권을 가지고 전횡을 저지른다는 이야기겠지요) 혹시나 액면가가 다른가 확인해 봤으나, 동일한 1,000원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우선주에 60%를 더 주고 사드리겠다고 합니다. 하... 왜 이러는 걸까요? 


우선주를 저 가격에라도 사서 소각하겠다는 것은 한앤코에 분명 이익이 되는 행동일테니, 가정을 세워보겠습니다.


1. 사실 한앤코가 우선주를 거의 다 들고 있어서, 비싸게 살 수록 한앤코에게 이익이 된다. -> 가장 확실한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이건 배임에 해당될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보통주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거래되던 우선주가 갑자기 치솟은 시기는 1년이 안됩니다. 한앤코가 계획을 세우고 우선주를 매입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비중도 얼마 안되는 우선주에 그 정도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2. 우선주 소각 후 본격적인 보통주의 유상감자와 배당을 실시한다. 아무래도 주주수를 최대한 줄이고 이익회수를 진행하는 것이 한앤코에는 이익이 됩니다. 이런 경우라면 지금 보통주 대비 1만원 이상을 더 주고 우선주를 사기로 했으니, 보통주에게는 1만원 이상의 이익(유상감자나 배당?)이 발생한다고 봐야겠지요. 그런데 들고 있는 현금을 모두 합쳐봐야 2천5백원 정도이니 이를 모두 털어도 주당 500원 정도 배당 밖에 안됩니다. 분기당 현금 창출능력도 한계가 있으니, 역시 내부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 이상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부채비율이 조금 여유가 있으니 부채를 늘려 배당을 최대한 땡긴다면 2~3천원 정도까지 배당이 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3. 확실한건 한앤코는 쌍용양회를 팔 것이고 최대한 이익을 남기겠지요. 현대시멘트와 라파즈시멘트가 구조조정되면서 시멘트 업계는 어느 정도 과점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덕분에 쌍용양회도 지금처럼 수익을 내면서 배당을 할 수 있는거라 보입니다. 문제는 현대시멘트와 라파즈시멘트를 인수한 한일시멘트와 쌍용시멘트는 완전 골로 가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시총 2조 5천억원이 넘는 (매출 1조5천억원의) 쌍용양회를 사려할까요?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한일시멘트 시가총액 3,357억-매출 9,462억, 아세아시멘트 시가총액 2,318억-8,367억)


앞으로 한앤코가 어떤 전략으로 성공적으로 exit할지 기대가 됩니다. (정말 흥미진지합니다.) 그리고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는 과연 10년 전 주가에도 못미치는 저평가가 언제 해소될지도 기대가 됩니다. 전 위의 시멘트주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지주회사인 한일홀딩스와 아세아를 조금 가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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