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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의 동네, 고향으로.

서울생활 8년 차, 비자발적 서울 탈출기 2

by 내일 여기에서

끝없이 치솟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인기에 서울시의 커트라인 또한 해가 다르게 치솟았고, 서울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점점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날고긴다는 사람이 넘쳐 흐르는 서울의 치열한 경쟁에서 내가 살아남을 자신이 없어졌고 그때부터 나는 사람과 핫플레이스 보다는 숲과 공원, 자연에 마음이 더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고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돌아오지 않겠다고, 서울사람이 되어보겠다고 다짐하고 올라간 서울이었지만, 서울은 나에게 달콤한 향만 잔뜩 풍기고는 곁을 주지 않았으니까.


다행히도,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 해에 나는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합격 커트라인이 낮은 고향은 내가 돌아가고자 하니 두팔을 벌려 환영해 주는 듯 했다.

KakaoTalk_20231101_123138464.jpg 인적이 드문 고향의 노을지는 바다

다시 돌아온 고향. 서울과 다르게 지방중소도시의 시간은 정말 느리게 흘러간다. 몇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시내의 인기없는 가게들, 뒤늦게 유행하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고 조금만 벗어나면 드넓은 논과 밭이 펼쳐진 고향은 시간이 멈춘듯 했다.


고향에서의 시간은 물흐르듯 흘러갔다. 대부분 한두다리만 건너면 아는 지인에, 초중고등학교 선후배가 대부분인 직장인 탓에 회사에서도 큰 트러블은 없었고 퇴근하면 본가에서 가서 부모님이 차려주신 따뜻하고 건강한 저녁밥을 먹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두가 원하는 평범한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방에 특히 고향에 돌아와서 사는 것에는 매우 큰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소문'. 비밀이란 없었다. 회사생활이라는게 원래 비밀이 없다지만 회사를 넘어서 가정과 고향 친구들에게까지 소문이 공유되는, 공사를 구분할 수 없는 생활 환경이 익명의 사회에서 8년을 살아온 나에게 가장 큰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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