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밑줄 친 문장을 타이핑해서 텍스트화하는 방법을 올해 늦봄부터 썼었다. 텍스트화를 해놓으면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빠르게 볼 수 있다.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글을 쓸 때도 참고할 수 있고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장점은 명확하지만 실천을 그리 많이 하지는 못했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쌓이고 쌓인 책이 책상에 무질서하게 쌓여 걸리적거리는 순간, 왜 실천이 어려운지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새 책 독서에 비해 텍스트화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새로운 책을 펼치면 밑줄을 그으며 읽으면 된다. 반면 이미 읽은 책을 텍스트화하는 과정은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1. 밑줄 친 부분 찾기
2. 여전히 그 문장이 인상적인지, 인상적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기(특히 이 단계가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쓰인다)
3. 살아남은 문장들을 모아 타이핑하기
그래서 텍스트화보다 새 책 독서에 손이 더 갔다.
두 번째, 기존 독서 패턴과 어긋났다.
요즘은 카페나 대중교통에서 독서를 한다. 집에서는 책상보다는 주로 침대에서 읽는다. 종이책을 타이핑하려면 큰 독서대가 있는 집 책상이 편하다. 독서대를 사용하지 않으면 책을 고정하기 위해 문진이라든지 스마트폰을 펼친 페이지에 얹어야 타이핑할 수 있는데, 이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기존 독서 환경에서 타이핑은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많이 쓰는 만큼 새 책을 접하는 기회도 줄어들지만, 그만큼 차곡차곡 메모가 쌓인다. 이것들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복리처럼 나에게 큰 보상으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메모의 축적은 메모를 읽는 것만으로도 독서가 되고 또 글을 쓰게 만든다. 독서와 글쓰기의 매개체들이 쌓이는 것이다.
이전보다 실천을 잘하기 위해 휴대용 독서대를 챙기고 이북 리더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휴대용 독서대는 종이책을 카페에서 타이핑하기 위해 챙긴다. 고정이 약간 부실하지만 그만큼 무게가 가벼워 휴대가 용이하다. 이북 리더기는 독서량을 늘리고 편하게 타이핑하기 위해 사용한다.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선 상태로 종이책 독서는 불가능하지만, 이북 리더기로는 어느 정도 해볼 만하다. 문장을 드래그해서 하이라이트하고 메모도 할 수 있다. 심지어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해서 종이책보다 타이핑이 유리하다. 그래서 요즘은 카페에서는 종이책 타이핑을 하고 대중교통에서는 이북 리더기로 독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