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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애넷맘 Mar 26. 2024

내 인생은 나의 것

I'm the most important person in my life

우리 집 고양이는 심장에 선천적인 기형을 갖고 태어나서 평생 약을 먹어야만 하는데 이틀 전부터 갑자기 3년간 잘 먹어왔던 약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 간식에 가루약을 잘 섞어서 아침, 저녁으로 먹여왔는데 이틀 전 아침부터 킁킁 냄새를 맡더니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하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간식을 더 많이 추가해 줘도 소용이 없었다. 손가락으로 떠먹여도 입을 앙 다물고 완강이 거부했다. 좋아하는 온갖 것들로 유혹을 해도 좀처럼 넘어오지 않아 결국 강압적으로 약을 먹일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고양이들은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는데 이로 인해 한동안 나에게 삐져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너는 죽지 않으려면 이 약을 먹어야만 하고 나는 너를 살리려면 이 약을 어떻게든 먹여야만 한다. 나도 정말 이런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유감스럽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이런 일을 한단 말인가? 


자식도 마찬가지다. 밥을 안 먹어도 학교를 지각해도 숙제를 안 하고 학원을 빠져도 사실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옆집 아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심지어 별일도 아니다. 그런데 내 자식이다 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순간들이 자꾸만 찾아온다. 억지로 약을 먹여야만 하는 심정... 나도 정말 하기 싫지만 모르는 척 할 수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사는 게 왜 이리 고단할까? 하루 온종일 챙기고 수발드는 게 내 일인데 내가 보살피는 그들은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는 느낌이다. 


요즘 자식들이 하나같이 다 내 마음 같지 않은데 고양이까지 말썽이라고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남편이 우리의 숙명이란다. 그놈의 숙명 걷어차버리고 싶다고 답하며 셋째 중학교 학부모총회에 참석했다. 3월 한 달은 이 학교 저 학교 다니며 공개 수업도 참여하고 담임 선생님도 만나고 상담도 하느라 꽤나 바쁘다. 셋째가 중학교에 입학에서 만난 첫 담임 선생님은 사회 과목을 가르치시는 나이 지긋한 여교사셨다. 교사로서의 사명감에 대한 이야기로 입을 여시 더니 본인이 엄마로 자식을 키울 때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시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다. 


선생님은 서른두 살에 아들을 낳으셨는데 사교육 한번 시켜본 적이 없는 이 아이가 어찌나 똑똑하던지 영재반에서 두각을 나타내었고 주변에서는 몰래 대치동 학원을 보내는 게 분명하다고들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랬던 아들이 중학교 진학 이후 삐그덕 거리기 시작하여 학교에 가는 것도 싫어하고 매일 게임만 하며 속을 썩이더니 졸업도 겨우겨우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결국 출석일수가 부족하여 자퇴를 수밖에 없게 되었고 사물함에 아이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한 번도 입지 않은 체육복을 보고는 왈칵 눈물이 쏟아지셨다고 한다. 그때 아들의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가 학교도 안 나오고 그래서 어머니가 이상한 분일 알았는데... 어머니 안이상하시네요." 하시더란다. 그때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셨다고. 이후로도 아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뜻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아들과의 길고 힘든 전쟁은 계속되었고 그러다가 그만 선생님께서 암에 걸리고 만다. 그리고 내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교사 경력, 엄마 경력 30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식은 절대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절대 자식에게 올인하지 말고 나의 인생을 살라고. 내 인생은 나의 것이고, 아이의 인생도 아이의 몫이라고. 


선생님께서는 반 아이들에게 가수 민혜경의 "내 인생은 나의 것"을 들려주셨다고 한다. 후렴구만 기억이 나고 가사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찾아봤다가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리고 네 인생은 너의 것... 어차피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고 그 누구보다 내가 내 인생에 대해서 간절하고 진심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각자의 인생을 축복하고 응원해 보자!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냥 나에게 맡겨 주세요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나는 모든 걸 책임질 수 있어요

부모님이 부모님이 살아오신 그 길이

나의 인생은 될 수 없어요

시대는 언제나 가고 가는 것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다시 돌아보세요

그때는 아쉬운 마음이 없으셨나요

나는 이미 알고 있어요

부모님이 말하는 그 모든 것이 사랑인 줄을

나는 알아요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도 부모님은 알아주세요


민혜경의 "내 인생은 나의 것" 


- 이런 가사인줄 알았나요? 나는 좀 놀랐음. 아주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였네 편지. 

"시대는 언제나 가고 가는 것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완전 뼈때리네. 나 왜 자식 입장이 아니라 부모 입장에서 더 공감 가는지... 완전 꼰대 다 되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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