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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애넷맘 Sep 25. 2020

위로

손 내밀어 주어 고마워



얼마 전 나에게 큰일이 있었다. 그리고 정말 평생 처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걱정이 나에게 쏟아졌고 미처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연락을 받았다. 결혼했을 때보다, 첫 아이를 출산했을 때보다, 25년간 살던 미국을 떠날 때보다 몇 배나 많은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나와 내 가족을 걱정하며 안부를 물어왔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직 만나본 적도 없는 온라인 지인부터 친구의 친구, 특별히 친분이 없는 아이들 학교의 학부모와 선생님들, 생전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는 멀리 사는 친구들까지 각자의 색깔을 담은 위로가 쏟아졌다. 아예 며칠 내내 만사를 제쳐두고 내 곁에 있어준 이들도 있었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조심스러운 위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는 적극적인 위로, 경황이 없어서 허둥지둥하는 내 주변 일들을 알아서 정리해주는 행동파 위로, 나보다 더 슬피 울어주는 감성 위로...... 평생 받을 위로를 한꺼번에 받은 기분이었다. 처음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내 경직된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아, 아무리 참아보려 해도 쏟아지는 눈물을 거둬드릴 수 없었다. 사람이 주는 사랑과 감동에 압도되어 터진 눈물은 오래오래 멈추지 않았다.

 

큰 위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을 겪고 보니 그동안 나는 참 위로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늘 진심으로 위로한다고 생각했으나 사실 나는 제대로 위로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기도의 힘을 보태고 "힘내"라며 위로의 한마디를 거들었지만 그들 곁에서 제대로 지켜주지는 못했다. 내가 힘들어하는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누구보다 마음을 쓰고 있다는 큰 착각과 오만에 쌓여 있었을 뿐.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서 대단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번에 나를 휩쓸고 간 시련은 앞으로 평생 철저히 내가 혼자 짊어져야 할 슬픔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내게는 언제든 마음을 내줄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 내가 밥이라도 굶을까 행여 나쁜 마음이라도 품을까 전전긍긍하는 나의 부모님, 내가 먼산 바라보며 슬픈 표정이라도 지으면 어느새 달려와 “엄마, 힘들어?”하며 여기저기 마사지해주는 나의 아이들, 매일같이 문자 보내고 전화해서 “힘들면 참지 말고 마음껏 슬퍼하라”는 친구들, 맛있는 간식들을 구호식품처럼 챙겨 보내주는 이웃들. 그들의 품에 안기고 그들의 손을 잡는 것은 분명 내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번 일을 겪지 않았더라면 미처 몰랐을지도 모른다.

 

굳이 극단적인 고통과 시련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아파서 위로받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이해한다면 손을 내미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손은 생각보다 훨씬 큰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  특히 비슷한 상황을 겪고 공감하는 이가 내민 손은 무척 따뜻하다.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아픈 사람을 위로하지 못하고 잃어보지 못한 사람은 잃은 사람을 위로할 수 없다고들 한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나는 이제 그 누구보다 위로를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쓰러지고 주저앉는 나를 지켜준 그들처럼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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