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배추 May 09.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19. 오랜만의 북리뷰

어제는 하루 종일 평온한 날이었지만 계속되는 셀프뻘짓으로 분주한 날이었다. 하는 일마다 뻑나는 날. 딱 어제가 그랬다. 그런 날은 자고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며 버텨야 하는데, 빨래, 요리, 사진수업 등등 많은 일을 하고 말았다. 사진수업은 그냥 들은 거라서 2시간 동안 헤드뱅잉하면서 뜬잠을 자다 나왔는데 나이가 들면서 직접 참여하지 않고, 귀로 듣는 수업이 너무나 힘들다. ​

오늘 가져온 책은 저번 주에 읽은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라는 신고은작가님의 가스라이팅 관련 책인데,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는 쉽고도 어려운 것 같다. 정작 우리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으니.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by 신고은
혹시 그런 친구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그때는 나 자신이 내 편이 되어주고 격려해 주면 됩니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나를 안다고, 엄마도 모르는 내 마음 내가 잘 안다고,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작은 순간마다 나를 믿어주고 그 경험을 기억하세요. 일기로 남기고, 사진을 찍으세요. 그리고 나에 대한 의심이 올라올 때마다 꺼내보세요.

아기코끼리의 발에 족쇄를 채워서 키우면 성인코끼리가 되어서도 그 족쇄를 풀고 달아날 생각을 못한다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성인코끼리의 힘으로 족쇄 따위 치워버릴 수 있을텐데, 관성이 되어버리면 거기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계속되는 가스라이팅을 받다 보면, 가스라이팅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기 쉽지 않으니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예전 직장 상사분이 좀 까탈스럽기로 유명하신 분이었는데, 매일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결재판을 집어던지는 분이었다. 그런데 나조차도 너무 당하다 보니깐 나중에는 소리를 지르는지도 모르겠더라는. 하루는 한 동료분이 나에게 진지하게 물어보더랬다.

"괜찮아?"

"뭐가요?"

"맨날 저렇게 소리 지르는데 속상하지 않아?"

"어? 소리 지르셨던가요?"

그분은 그만큼 챙겨주시기도 했기에 코끼리 같은 일이 동일하게 벌어졌다고 말할 수 없을테지만(?), 너무 일상이 되어버리니 비명을 지르는지 윽박을 지르는지 구분도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지해 주는 친구가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금상첨화이련만, 인생은 혼자 가야 하는 순간이 의외로 많다.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 JOEL OSTEEN의 팟캐스트에 의하면, 내가 멋있었던 일, 상장, 나에게 소중한 편지 등등 파일을 만들어서 '와 나란 인간 사랑받는 인간! ' 뭐 이렇게 끊임없이 환기시켜주어야 한다고 한다. 자존감이 큰 사람은 가스라이팅이 어렵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받다 보면 자존감이 꺾인다. 그러니 밑져야 본전으로 나도 하나 만들어서 주기적으로 봐줘야겠다. (웃음)

답답할 땐 자연이 답
미국의 심리학자 오즈렘 에이덕 Ozlem Ayduk과 이선 크로스 Ethan Kross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상황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러자 심장이 두근거리고 혈압이 올라가는 등 신체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삼자의 시선으로 그 사건을 상상해 보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생리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내 일을 남 일 보듯 하니 더 이상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게 된 것이지요.

요즘 스스로 하는 방법이기도 한데, 맨날 어렵다. 인생에는 쉬운 일이 존재하지 않는 법인가 보다. 내 일인데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게 말처럼 되진 않더라도, 이 책에서 말하는 ‘벽에 붙은 파리효과’처럼 남일 보듯이 하다 보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익숙해지리라 믿는다.


내 경우에는 뇌과학을 응용해서, 나와 내 두뇌를 따로 생각하는 편이다. ‘나의 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라며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서 ’ 나의 이 모든 감정은 나의 두뇌가 해당 호르몬을 겁나 뿜어내고 있고, 그 호르몬안개 때문에 맛탱이가 가는 거구나 ‘하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효과가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웃음)

힘들 땐 달달이가 답
구조적 가족 치료 stuctural family therapy를 제안한 살바도르 미누친 Salvador Minuchin은 가족이 서로를 허용할지 말지 결정하는 범위를 '경계선'이라고 부릅니다. 건강하게 기능하지 못하는 관계는 이 경계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요. 경계선이 지나치게 모호한 가족이 있습니다. 내 삶의 선을 아무리 침범해도 적극 허용합니다. '어서 와, 네 거 내 거 없이 우리는 하나야!' 하는 것이지요. '너'와 '나'없이 '우리'만 존재하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서로에게 지나치게 밀착하고 필요 이상으로 관여합니다. 상대의 책임을 떠안기도 하지요.

경계선은 중요하다. 실제로 이 말이 다가왔던 것은 코로나시대이다. 코로나 때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활성화가 되면서 내 바운더리를 재고하게 되었는데, 6피트는 아니더라도 내 팔을 벌렸을 때 그 경계로 타인이 들어오면 매우 불편하다. 이건 신체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거리도 마찬가지이기에 공동체인 우리를 강조하기에 앞서서, 너는 내가 될 수 없고, 나는 네가 될 수 없듯이 각자의 바운더리를 보호해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신세계는 소중하니까.


************************************************

신고은작가님 책들 너무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면서 정말 순삭으로 읽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도 읽을 건데, 계속 집필해 주시면 너무 기쁠 것 같다.



*이 내용은 제 개인 블로그 북리뷰를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