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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May 12.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21. 통풍

아침에 일어났는데 발이 통통 부어있더랬다.

지끈지끈 날카롭게 아파서 다리를 O자로 만들며 걸어 다녔다. 아무리 아파도 주말리츄얼인 집청소를 하고, 쌓아둔 설거지를 식기세척기에 집어넣고, 이불을 빨았다. 뭔가 발바닥이 괜찮아진 듯한 기분이 들어서 병원도 가지 않은 채로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었다. 정말 괜찮았고, 이미 나아가는 중이라 생각했다.


점심부터 약속이 있었기에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나갔다. 샌들을 신고 싶었지만, 날씨가 요상하게 흐려서 운동화를 신었다. 바람의 세기가 점차 강해지는 게 비를 뿌릴 것만 같았다.


“그래, 운동화 신자.”


아이와 오랜만에 타코와 햄버거를 사 먹고, 아이는 친구와 함께 놀이시설로 향했다. 나는 아이맘과 함께 무려 3시간을 이야기했는데 점점 E가 되어가는지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절뚝거리며 걸었지만 나름 걸을 만했다. 운동화를 신은 게 신의 한수였다. 맛있는 음료를 마시겠다며 이리저리 먼 길을 에둘러 갔고, 달달한 빵을 먹이고,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접수까지 야무지게 하고 집으로 왔다.


발이 통통통 오동통통통 부어있더랬다. 자고 일어나면 나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무 걱정 없이 엽떡을 시켰다. 내 장에 사는 유해균이 보내는 신호일지언정, 주말은 모른 척 눈 감아줄 때가 많다. 오늘따라 쫄깃한 게 더욱 맛있어서 중간에 멈추는 게 참으로 힘들었다. 내일은 건강식을 먹고 좀 걸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일인 오늘.

발이 오동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 더 부어 있더랬다. 심지어 가만히 있어도 동통이 느껴졌다. 치아가 아플 때 느껴지는 치통이 내 발에서 일어나고 있는 느낌? 도저히 안 되겠어서 주말에 하는 정형외과가 있길래 서둘러 갔다.


“통풍 아니면 관절염 같네요.”

“뭐가 더 나아요?”

“음,,, 관절염?”

“그럼 관절염이길 희망합니다.”


혈액검사를 위해 두 방의 주삿바늘을 팔과 손등에 찔렀고, 발의 염증이 심각해서 염증주사를 발관절에 맞았다. 아플 거라고 했고 아팠다.


“아프죠?”

“선생님이 잡은 제 엄지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주사가 안 느껴져요.”


폴댄싱 때마다 손가락의 압때문에 고생했는데 참으로 탐나는 압력이었다. 하여간 냉동치료에 약까지 먹으니 지금은 또 살만 해서 열심히 점심을 준비하고 빨래를 하고 야채스무디재료를 쪘다. 맨날 게으른 나라고 했지만, 이럴 땐 참 부지런하다.


사실 통풍은 40대 남성분이 잘 걸리고, 여성은 거의 없는데 너무 전형적인 통풍증상이라고 해서 좀 당황했다. 맥주도 안 마시고 고기류도 소량으로  건강식만 먹는데 통풍이라니. 가끔씩 세상은 나만 패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웃음)


단순한 관절염이길 두 발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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