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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May 13.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22. 점심

결혼식을 하는 후배님께서 맛있는 점심을 사주셨다. 내가 껴도 되나 싶은 젊은이들의 모임이었지만, 시간이 오늘밖에 되지 않아 낄 데 안 낄 데 모르는 어른처럼 살포시 얹혀 갔다.


’ 밥 먹고 음료는 내가 사야지.‘


지갑도 챙겨 갔건만, 담소가 길어지고 회사생활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다가 청첩장을 받으니 점심시간은 거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그 흔한 커피숍앱조차 없다 보니 미리 시킬 수도 없었는데, 그렇다고 나중에 입금할 테니 시켜달라고 하는 것도 너무 꼰대스러워서 하지 못했다. 사무실로 들어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끼지 말아야 할 곳에 혹시 눈치 없이 끼는 건 아닐까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고 했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서 큰일이다.

마지막에 지갑이라도 열었어야 했는데

멋쩍은 기분이 든다.


선배님들도 같은 생각이셨으려나?

대학교 1학년 때는 4학년 선배만 봐도 너무나 큰 어르신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나 애기들이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20년 뒤에 이런 생각을 한 나를 돌아보며 너무 하찮다며 웃는 미래의 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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