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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May 15.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23. 영화관

비가 내리고 있다. 요즘 들어서 휴일이나 주말마다 타겟이라도 한 것처럼 비가 오는 것 같다. 나야 워낙에 집순이라서 비가 오든 햇볕이 내리쬐든 상관없지만, 뛰어놀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비는 심심한 존재이다. 이럴 때 쿨하게 빗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지만 차마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모두의 합의점인 영화관을 찾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관을 무척 싫어한다. 네모박스 같은 깜깜한 장소에서 모두가 밝게 빛나는 화면을 바라보며 두 시간 정도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숨 막혔다. 그나마 영화관을 들어가기 전은 소란스럽더라도 사람냄새가 나서 좋다. 특히 팝콘냄새. 수많은 사람들이 미리 도착하여 콤보박스를 양손에 들고 포스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다른 건 몰라도 팝콘줄에는 같이 참여하고 싶었지만, 저녁약속이 있었기에 두 손 가볍게 영화관 안으로 이동했다. 좋은 자리는 이미 매진이어서 그나마 나은 자리를 잡다 보니 따로 착석하게 되었다. 같이 왔지만 혼자 보는 그런 느낌?


오늘 본 영화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였다. 이 영화의 1편에서 받은 충격이 아직도 기억난다. 바이러스와 말하는 유인원 모두 충격적인데 재미있기까지 해서 더 놀랬다. 하지만 영화 특유의 어두움에 질식당할 것 같아서 그 뒤로 보지 않았다. 게다가 난 고양이가 좋지, 유인원은 인간처럼 생겨서 그런지 별로다. 삶의 중반을 지나가며 사람이 그리운 만큼 인간혐오증이 심해졌기 때문일까.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예전에 ’ 지대넓얕’의 팟캐스트에서 채사장이 인간은 인간을 닮은 모든 것을 좋아한다며, 핸드폰에도 눈코입손발이 달리면 더 애정 어리게 대할 것이라고 했었다. 아마 난 대다수에 속하지 않는 반대를 달리고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는 예전부터 있었던 오래된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진다. ‘과연 인간과 유인원은 공존할 수 있을까?’. 그 의문에 대한 답변은 나 역시 물음표지만, ‘진격의 거인’에서처럼 인간은 외부의 적이 없으면 인간끼리도 싸우는 종족이라 희망적인 답변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인간은 인간을 닮으면 좋아한다고 해도, 그 존재가 위협이 되면 결국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 서사적으로는 이전 영화와 비슷한 구도를 가지고 있지만, 풀어나가는 과정자체가 빠른 영상미와  액션으로 풀어 나가서 지루할 틈이 없었던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오랜만에 본 영화가 성공해서 무척 기쁘다. 때로는 네모방이 유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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