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배추 May 16.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24. 분실된 스카프

아침에 바람이 좀 불어 쌀쌀하더랬다.

겉옷에 어울리는 스카프를 목에 두르니 한결 나았다. 스카프에서 드라이클리닝의 쾌쾌한 냄새가 살짝 나길래 향수까지 뿌리고는 서둘러 출근하였다. 바삐 걸어서인지 집 안에서 느꼈던 공기보다 덥게 느껴져서 스카프를 목에 둘둘 말지 않고 살짝 얹어 놓았다. 향수 덕분에 향긋한 향기도 나고 겉옷과 재질도 동일하여 괜시리 신경 쓴 거 같은 옷차림 같아 뿌듯했다.


버스로 갈아타려는데 목이 허전했다. 잠시 생각했다. 틀린 그림 찾기처럼 단박에 몰랐다. 짧은 순간 동안 내 옷을 스캐닝하며 생각해 보자, 틀린 구석을 찾았다. 스카프가 없더랬다. 목 주변을 두드리면 없던 스카프가 도로 나올 것처럼 몇 번이나 두들겼다. 하지만 스카프는 온데간데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언제 어디서 없어졌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마법처럼 뿅 하고 사라진 것처럼 흔적도 없이 없어진 것이다.


버스를 타야만 했지만, 그냥 가자니 중간에 나온 화장실처럼 찝찝했다. 오늘따라 늦게 온 버스마저 타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분실물을 찾으려면 빠른 시간 내에 찾아야 한다. 미아실종사건과 비슷하다. 48시간이 아니라 48분이 지나면 포기해야 한다. 출근시간은 다가오고 뇌는 정지되어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평소에 잘하지도 않던 스카프인데 괜스레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게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서성이다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시간이 돼서야 버스를 타고 전속력을 다해 뛰어 출근했다. 지각은 1분 차이로 면했지만, 애석했다.


지하철이나 근처경찰서에 전화를 해도 접수된 건 없다고 한다. 엉엉 보는 눈은 있어서 분실물로 등록하지 않고 그냥 가져가버렸나 보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1시간 단위로 확인전화를 넣자, 요즘에는 인터넷웹사이트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며 웹주소를 알려주었다. 회색스카프인데, 접수된 스카프 중에서 내 스카프는 없었다.


일본에서는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더 큰 무언가를 잃기 전의 액땜으로 본다고 한다. 건강을 잃거나 큰 재산을 놓치기 전에 분실물로 그 재앙을 막는다나 어쩐다나. 그렇다면 싼값에 나의 행복을 유지한 것이라고 믿어야겠다. 안구에 습기가 자꾸 차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스카프야 어디갔니?
작가의 이전글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