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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May 24.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31. 너무 가혹하지 않게

볼링을 치러 갔다. 오랜만에 치는 볼링이었지만, 회사행사였기 때문에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집에 뭔가 대단한 게 있는 것도 아니건만, 집에서나 집 밖에서나 언제나 집을 그리워하고 만다.


가장 가벼운 볼링공을 하나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공이 꽤 많은 볼링핀을 쓰러뜨리자, 주변에서 환호를 보내며 손뼉을 마주쳐주었다. 엔도르핀이 돌기 시작했다. 운 좋게 스트라이크까지 쳤다. 기분이 좋아져서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춤사위까지 보이고 말았다. 분명 집에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하는 사람 가운데서 상위권의 점수가 나와 반강제적으로 2차전에 나갔고, 보기 좋게 꼴등을 했다. 하지만, 그제 느꼈던 자괴감은 온 데 간데 없이 기분만 후련했다. 물론 점수가 잘 나와서 경품까지 탔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부상 없이 즐겁게 단체행사를 했기에 이미 대만족이었다.


자기 효능감이 필요한 때가 있다.

인정욕구가 충족되길 원하는 순간도 온다.

그런 때는 그냥 우울한 얼굴로 책을 보기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려 볼링이라도 치는 게 답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제의 숲처방과 오늘의 볼링이 나를 지탱해 준다.

나 자신에게 너무 가혹해지지 말아야지.


지금까지도 잘 버텨왔어. 고생한다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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