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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May 29.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35. 저마다의 사연

한 때 웹툰과 만화에 빠져 살았다. 이 세상의 완벽한 인간은 2d의 세계에서만 존재한다며 얼마나 열혈히 봤던지 시력이 0.3은 낮아진 것 같다.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의외라고 말했다. 만화를 안 좋아하게 생겼다나 어쨌다나. 네?!


현재 사무실의 책상에는 많지도 않지만 적지도 않은

만화피규어들이 놓여 있다. 삭막한 직장생활에서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일할 맛이 나지 않겠냐는 게 나의 논리인데, 더 이상 숫자가 늘어나진 않고 있다. 피규어 자체가 비싸기도 한 데다가 마음에 딱 드는 게 항상 나타나는 건 아니라서 어쩔 수가 없다. 시절인연이란 건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원자를 지닌 피규어에도 해당되는 법이니. 그래도 지금 소유한 것들은 선물 받은 피규어나 선물하면서 더불어 산 피규어라 다 나름 사연이 있는 아이들이다.피규어를 볼 때마다 그걸 선물해 줬던 후배님이 떠오르고, 나에게 넌지시 가챠볼을 건네던 손이 보인다.


그 피규어들 중의 하나가 아끼고 아끼는 ‘귀멸의 칼날’이다. 흡혈귀 같은 괴물을 죽이는 만화야 셀 수 없이 많지만, 이 만화가 특별한 이유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괴물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사연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괴물을 처연하기까지 하다.


가난했기 때문에

계급이 낮았기 때문에

조금 더 살고 싶었기 때문에

저 마다 다른 이유로 괴물이 된 그들은

자신이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잊어가며

괴물로서의 이야기만 만들어 간다.

눈물이 나지만 눈물이 안나는 이야기로 서로를 파괴하면서도, 종국에 이르러서야 괴물은 울분은 토로한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걸까.

그 이야기가 아름답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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