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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May 30.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36. 보석테라피

다미아니 100주년 무료전시에 다녀왔다. 생각보다 조그마한 공간이었지만, 99점의 하이주얼리가 무료로 전시되는 다미아니 전시회는 생각보다 볼만했다. 일단, 입장객 제한이 원활하게 되어 있어서 보석을 즐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보석과의 거리를 크게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석세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최근에 본 까르띠에 유료전시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았을 정도다. 게다가 설명을 해주시던 점장님 덕분에 보석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양복을 입고 귀에 무전기이어폰을 연결한 상태셔서 경호팀 중 한 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미아니 점장님이셨던 분. 그분께서는 선보이는 하이주얼리마다 가진 이야기를 조곤조곤한 말투로 전달해 주셨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야기의 힘은 위대한 것인지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반짝이기만 하던 주얼리가 더욱 생기 있고 사연 있게 보였다. 심지어 대부분 전시된 작품들은 개인소장품.


예를 들어, 팔찌같이 생긴 시계는 192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에는 여자가 팔찌를 차는 건 매너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석처럼 열고 닫는 식의 팔찌로 만들었다고 한다. 목걸이에 사용된 커다란 보석의 경우에는 대부분 하나의 색상을 가지는데 어떤 건 두 가지 색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다. 흔하지 않아서 소장가치가 있다는 말씀에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캣츠아이처럼 생긴 보석들이 자잘한 보석과 함께 이리저리 설켜 있는 팔찌는 갤럭시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시는 그분에게서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멋있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주얼리에 저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열정이 있으시다니. 하이주얼리를 살 형편은 전혀 못되지만 행여나 그럴 사정이 된다면 이 날 설명을 해주셨던 점장님을 통해 구입하고 싶다. 그럼 내 보석에 또 다른 인연과 스토리를 덧입힐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멋진 분은 또 뵙고 싶은 법이니까 히히


최근에 하이주얼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고 한다. 착용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투자의 가치도 높아졌고,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안정되는 보석테라피도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일까. 보통 오후만 되면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편인데 보석을 잔뜩 본 날이라 마음이 상쾌하다. 어쩌면 돌아오는 길에 구입한 소금빵 때문일지도. 역시 빈약한 마음에는 반짝이는 것과 탄수화물이 적격이다.

이 자리를 빌어 설명해주신 점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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