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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07.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42. 하양이와 노랑이 그리고 다람쥐

우리 집에는 시클리드 세 마리가 살고 있다. 그들의 이름을 소개하자면, 가장 작았지만 이제는 거대해져서  잉어의 모습으로 변한 하양이, 최고 사나웠지만 지금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인생무상의 노랑이, 그리고 1cm 정도 작디작은 다람쥐 모양을 한 날쌘 다람쥐가 바로  그들이다.


문제는 갑자기 얘네들이 사춘기 청소년이 되었단 것이다. 어떤 말인고 하니, 새로운 가족이 늘어나서 행여나 스트레스받을까 두려워서 물고기집을 늘리자마자, 무슨 사춘기 청소년처럼 자기 방에서 나오질 않고 있다. 갑자기 생각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어쩌면 물고기에게도 사생활이란 게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춘기는 그냥 믿고 내버려두어야 한다는데, 자꾸만 어항에 붙어서 그들의 생사를 꼭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고 만다. 그래서 결국 그냥 두지 못하고, 어항을 살짝 두드려서 밥을 준다는 신호를 팍팍 보낸다. 그러면 이 녀석들은 팔딱팔탁 뛰면서 튀어 오르며 밥을 다투며 먹는다. 형제들이 많으면 편식이 없어진다더니 맞는 말인가 보다. 그런데 먹고 나면 또다시 각자의 방으로 가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중고등학생을 키우는 맘들이 이런 기분이려나.


그래도 밥도 잘 먹고 아직까지 잘(?) 지내고 있음에 감사하려고 한다. 높은 곳에서 한번 떨어진 적이 있던 노랑이는 다시금 세로로 누운 채로 꼼짝을 안 해서 또 저세상 간 줄 놀라기도 하지만, 노랑이의 회복탄력성은 정말 기네스북감이다. 소심했던 하양이는 적극적으로 노랑이를 찾으러 다니며 혼구녕을 내는데, 힘을 아끼며 몸을 키우고 나서 본색을 드러내는 J 같은 계획성에 누구나 혀를 내두르고 말 것이다. 하양이가 사람으로 나타난다면, 나의 게으름을 견디지 못하고 나를 혼낼지도. 다람쥐는.. 음.. 현재 존재감이 너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귀엽지만 신경안 쓰게 되는 막내의 숙명인가?


하여간 사람을 싫어하는 나는 이렇게 물고기에게 사회성을 배우는 중이다.

연기해라 노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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