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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14.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49. 소울푸드

미국에서 지내고 있을 때, 소울푸드를 처음 접했다. 자신의 나라에서 끌려와 노동을 하며 지내던 사람들이 그들의 고향을 생각하며 만든 음식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와플에 후라이드치킨 하나가 올라가는 건 국룰처럼 동일했다. 소울푸드는 그들에게 고향이자 자신의 정체성이었다.


외국에 잡혀 온 건 아니었지만,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던 내게도 소울푸드가 있었다. 그건 바로 떡볶이였다. 밀가루 혹은 쌀떡에 고추장소스를 진득하게 뿌려 만든 음식인 떡볶이는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려고 해도 건강에는 정말 별로인 음식이다. 와플에 치킨이라면, 단백질이라도 들어가는데, 떡볶이는 계란을 추가하지 않는 이상 탄수화물 그 자체이다. 게다가 설탕도 어찌나 많이 들어가는지. 그런데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먹어줘야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그 소울푸드의 가짓수가 조금 증가했다. 더울 때는 팥앙금이 소복이 쌓인 우유빙수를 꼬박꼬박 찾으며, 기분이 울적할 때는 울면에 라조장을 뿌려 먹는다. 물론 기호음식에 가까운 메뉴라서, 이게 무슨 소울푸드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이 음식을 먹고 나면 괜스레 기운도 나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고 마니 내 소울푸드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럼, 떡볶이는 이제 놓아주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먹어서 그런지 아직도 그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마늘떡볶이가 가끔 생각나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음식을 볼 때마다 그때 겪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곤 한다. 매운 돈가스를 호호 불어가며 먹었던 때는 병원 가기 전에 든든히 먹었던 기억이, 따스한 카레를 먹을 때는 아이가 부르던 이상한 노래의 기억이, 파스타를 먹을 때는 맨하탄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그런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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