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배추 Jun 15.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50. 카페에서 커피 한잔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게 너무 좋다. 집에서 시원하게 한잔 내려마셔도 좋지만, 평소와는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는 것만큼 힐링받는 사치가 또 있을까. 돈 주고 커피까지 배운 과거를 생각하면 이렇게 사먹을 것을 뭐 하러 배웠나 싶지만, 나에게 딱 맞는 커피를 찾아내는 기쁨도 적지 않다. 행여나 내 마음 속에 꼭 맞는 카페라도 찾으면, 모래더미에서 보석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가슴이 쿵닥쿵닥 뛰고 만다.


오늘 친한 동생을 만났다. 처음 가보는 카페에서 그녀와 함께 커피를 시키곤 밖이 훤히 보이는 창가 곁에서 햇볕을 완벽하게 느끼며 커피를 마셨다. 그 순간이 어찌나 좋은지 그

시간을 박제하고 싶었는데, 카페에서는 딱히 기분 나뻤던 기억이 없다. 내가 운이 좋은 것일까? 특히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호텔형 카페보다는 동네에 숨어 있는 조그마한 카페가 좋다.


주인장의 개성이 촘촘히 느껴지는 카페라면 혼자여도 좋고, 둘이여도 좋다. 혼자일 때는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핸드폰으로 책을 읽기도 하며 커피멍을 즐기는데 그 막든 단연코 커피보다 더 뛰어나다. 둘일 때는 수다를 마시는 건지 커피를 떠는 건지 하하호호하며 한 공간에 좋아하는 사람과 있는 게 마냥 기뻐진다. 우울해질 때, 우리는 이불 속에 콕 들어가서 식음을 전폐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옷을 챙겨 입고서는 동네카페의 가장 상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햇볕을 쬐는 게 어쩌면 우리 정서에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핸드폰 중독인 나도 카페에서는 굳이 넷플릭스를 켜지 않는다. 굳이 훌륭한 카페일 필요도 없다. 카페에 흐르는 음악을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려 보내며, 커피향기만 맡을 수 있다면 그만이다. 편안하게 느낄만한 공간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이면 그만인 것이다. 카페인녀석만 아니라면 난 어느새 커피골초처럼 매끼마다 커피로 마무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커피가 땡기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