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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26.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57. 앤트맨과 양자 물리학

양자 물리학에는 1도 관심이 없었다. 슈뢰딩거이야기가 나와도 그가 얼마나 방탕한 천재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고, 고양이가설이 양자 물리학과 관련된 것인지는 당연히 몰랐다. 그런데 그런 내가 요즘 양자 물리학 책을 읽고 있다. 세상에 심지어 재미있다. 이런 나를 이 나이에 발견하다니 몹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양자 물리학이라고 하면, 물리학의 양자(養子)냐고 뻘소리나 했을 법한 나인데, 이 양자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영화‘앤트맨’이었다. 그렇다. 난 어벤저스의 광팬이다. 굿즈는 사지 않지만, 요즘에도 주말마다 어벤저스시리즈를 돌려보고 있다. 특히 어벤저스 3편은 지금 봐도 명작이고, 당시 영화관에서 볼 때는 너무 놀란 나머지, 기립박수를 칠 뻔했다. 정말이지 숭고한 마음으로 무릎이라도 꿇고 경건하게 봐야 할 것만 같은 위대한 영화다.


어벤저스에는 제일 인기 많은 아이언맨이나 정의의 사도 캡틴 아메리카, 잘생긴 천둥의 신 토르 등 인기스타들이 즐비하지만, 그중에서 뭔가 대단히 강해 보이지 않은 데다가 인기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자기 역할은 다 하는 영웅이 바로 ‘앤트맨’이다. 과학적인 지식이 있는 그는 아이언맨처럼 뭔가를 구현해 내는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어벤저스 4편을 풀어나가기 위한 핵심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말했듯이, 할 일은 제대로 한다.


영화 ‘앤트맨’의 콘셉트는 무척 흥미로웠다. 이 세상 말고 다른 세상이 나오는 영화는 많지만, 여기서 다루는 세상은 만물을 구성하는 원소 안의 세상이다. 과학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재미있는 캐릭터를 두어 웃음포인트를 군데군데 만든 것에 더하여 온갖 과학잡지식에 전투신이 들어가니, 양자라고 할 때는 크게 감흥 없던 단어가 퀀텀이라고 하니 멋지기까지 했다.


문제는 양자 물리학이 무척 난해하다는 것이다. 뭐 하나 똑 떨어지는 것 없는 세상살이에서 수학이나 과학만이라도 1+1=2라는 식으로 딱딱 떨어져야 제맛인데, 양자 물리학은 우리가 관찰을 할 뿐, 현상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아직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다. 태양의 중력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이 태양계에서 모든 생물과 사물의 근본인 원소 안에서 원자와 전자가 서로 작용하는 모습이 이렇게나 어렵다니.


어쩌면 원소로 만들어진 인간이라서, 그 사람들이 만든 세상이라서 세상 돌아가는 만능비법을 알기란 이토록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겉보기에 무질서한 현상 뒤에
숨어 있는 수학적 법칙을 엿보았을 때의 감동만큼
짜릿한 것은 없다.
by 하이젠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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