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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27.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58. 절약과 창조경제

근무시간을 줄여서 정신세계는 윤택해졌으나, 물질세계는 반비례하였기에 반강제적으로 절약의 생활을 주도해나가고 있는 요즘이다. 워낙 집순이인지라 돈이 들어봐야 얼마나 들겠냐만은, 집에 매일같이 도착하는 택배들은 나의 생각과는 다른 의견을 말하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외식을 안 할 뿐, 식재료비는 무슨 레스토랑운영하는 자처럼 고공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껴보려고 했다. 하지만 먹방치료와 금융치료는 직장인에게 필수가 아니던가. 게다가 집에 있는 만큼 입이 궁금할 일도 많아, 차마 먹는 즐거움을 줄일 수는 없었다. 대신에 소소한 비용이라도 줄여 보고자, 기특하게도 ‘기후동행카드’를 쓰는 중이다.


‘기후동행카드’를 쓰면 한 달 동안 서울시내에서 적용되는 지하철과 버스를 62,000원의 정액제로 이용할 수 있다. 구미가 당겼다. 문제는 출근할 때 제일 편한 방법으로 이동하려면 경기버스를 타야 하고, 그 버스는 ‘기후동행카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퇴근 시에는 이리저리 들리는 경우도 많고, ‘기후동행카드’가 딱이었다. 심지어 정액제이다 보니 탈 수록 이득인 데다가, 딱 정량만 타도 한 달에 2-3만 원이나 절약이 되었다. 그럼, 1년이면 보통 30만 원은 거뜬히 세이브할 수 있단 이야기다. 그 30만 원이 탐이 났다. 내 손에 아직 쥐어지지도 않은 30만 원을 위해서 나는 덜컥 ‘기후동행카드’를 구입했다.


시작은 호기로웠다. 버스가 편하다 뿐이지, 지하철로도 회사는 갈 수 있어서 자신 있었다. 아직 절약한 것도 아닌데, 신명이 났다. 연 30만 원의 이자를 받으려면 도대체 얼마의 정기예금이 필요한 줄 아냐며 내가 나에게 묻고는 씩 웃었다. 미쳤었나 보다. 사람이란 자신이 오만하다는 걸 깜빡 잊곤 한다는 걸 또 잊은 것이었다.


출근길의 지하철은 지옥철이었다. 지하철직원분이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봉보다 작은 사이즈를 가지고는 승객들을 유도했지만, 모두 아랑곳하지 않았다. 직원분도 포기한 듯 눈이 풀려있었다. 계단을 올라가야 환승을 할 수 있는데,  그 계단이 꽉 막혀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먼저 오르겠다며 서둘러서 더욱 막혔다. 그렇게 겨우 탄 지하철은 만차이다 못해 터져 나가서, 지하철이 기울면 물이 쏟아지듯 다 함께 쏟아졌다. 당연히 에어컨은 소용이 없었다.


힘들었다. 기분전환을 위해 꽃을 샀다. 꽃은 항상 비싸다. 그러자 이번 달에 아낀 교통비는 이 꽃으로 똔똔이가 되었다. 허허허 절약과 창조경제를 반복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기에 경제가 사는 걸 거야라며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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