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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28.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59. 단 하루의 휴가와 인생의 상관관계

휴가란 단어를 들으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떠오른다. 뭐라도 해서 휴가를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의무감 vs 휴가가 시작되니 좀 쉬어 보자는 안도감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나를 위한 휴가를 내본 적이 거의 없다. 나의 휴가는 아이가 아파서, 집안행사 때문에, 병원을 가야 해서 등 가정의 대소사를 처리하기 위한 업무의 연장선과 같다. 그러다 보니 나를 위해 나에 의해 내 휴가라도 낼라치면, 의욕이 앞서고 만다. 맛집을 가고, 친구를 만나고, 미술관에 간다며 빌게이츠보다 더 바쁜 스케줄을 짠다.


물론 그 스케줄을 보면서 어느새 마음이 지쳐버려 쉬는 쪽으로 기울어지곤 하는데, 진짜 휴가의 묘미는 휴가가 바로 시작되기 전에 있다. 이미 온갖 계획은 다 짜놓고도  ’내일 뭐 하지?‘라며 마지막까지 고심하고 설레는 마음이 휴가와 첫 데이트라도 나가는 사람의 심정 같다. 문제는 휴가의 막바지가 오면서 생긴다. 마음이 멀미하는 것처럼 어지러워지기 시작하는데, 막연히 여행의 첫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어지고 만다.


단 하루의 휴가에서조차 인생처럼 감정의 기승전결이 느껴지니, 사람의 인생이란 건 평탄할 일이 없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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