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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29.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60. 소란한 카페

지금 읽고 있는 양자물리학책은 ‘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으로 그 어렵다는 양자물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기술해 놓았다. 다만, 나의 집중력에는 아주 얕은 한계치가 설정되어 있어서 하루 한 챕터만 읽은 중이라 한 권을 제대로 읽는데 시간이 꽤 걸리고 있는 실정이다. 성미 급한 원래의 나라면 단번에 끝냈을 테지만, 그 한 챕터씩 읽으며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게 생각보다 즐겁다. 내가 이 정도로 과학에 관심이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 때 마침 오늘 40분 정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야호!


나에게 루틴은 매우 중요한데, 꼼꼼한 루틴이 아닌 매우 느슨하게 얼기설기 되어 있는 나의 루틴 중 토요일 아침은 집안청소와 빨래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소중한 자유시간이 생긴 것이었다. 집에서 차를 마실 수도 있었지만,  조금 더 뜻깊게 보내고자 책을 들고 제일 좋아하는 카페로 달려갔다.  


테이블이 그다지 차있지 않았다. 비좁은 공간이라 사람이 가득 차면 소란스러워지는 곳인데 무척 다행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사장님께서 나오시기도 전에 언제나 시키는 라떼를 시키고 제일 편한 의자에 앉았다. 어깨가 계속 아퍼서인지 어딜 앉아도 평소처럼 편하진 않았다.


아무렴 어떠랴,

쾌적하게 책을 읽을 수 있으면 그만이니.


그렇게 양자물리학책을 펴고 읽으려는데, 한 장을 다 넘기기도 전에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 차고 말았다. 재즈풍의 노래가 크게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딕션이 좋은 분들의 수다소리와 유튜브소리가 믹스되어 내 귀를 마구 비집고 들어오는데 마음까지 소란해지더랬다. 그래도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나의 귀는 더욱 쫑긋해져서 모든 소리를 머금더랬다.


같은 줄을 몇 번이나 읽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책을 덮었다. 카페에서 양자 물리학을 읽는다는 건 처음부터 무리였는지 모르겠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필요 이상의 집중력이 필요하니깐.


아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가벼운 에세이류를 꺼내는 나.


하지만 오늘 이 카페에는 아나운서출신분들만 모두 오신 것인지 다들 딕션이 너무 좋았다. 귀에 쏙쏙 박힌다. 수능 듣기 평가가 이랬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집중력은 이미 손을 떠난 것 같아서 모든 책을 덮고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내 작은 계획은 파도처럼 부서지고 말았지만, 그냥 멍하니 커피를 마시며 소음으로 귀를 씻어내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 오늘은 가만히 앉아 잉여의 시간을 제대로 잉여처럼 보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이제 집에 갈 시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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