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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30.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61. 받아들여진다는 감각

내 작은 친구와 함께 바운스 트램폴린파크에 갔다. 여름날은 햇볕에게 삿대질하고 싶을 만큼 덥거나, 하늘에서는 우당탕탕 비를 쏟아내고 마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문제는 나였다. 키즈카페의 준비물은 수다인데, 혼자서 책도 가져오지 않은 데다가 핸드폰배터리도 깜빡깜빡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까 싶어서 같이 이용권을 살까 하고 가격을 들여다보니, 5만 원이 넘더랬다. 망설여졌다. 풀타임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런 금적전인 망설임은 덜 해지려나. 결국 나는 입장권만 샀다.


다행히(?) 처음 가본 곳이라 나의 손길이 많이 필요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매사에 커다란 액션으로 반응하는 아이는 나의 팔목을 잡고 조심스럽게 입장하였다. 목소리를 높여 자기주장을 할 때는 다 큰 것 같으면서도, 이럴 때 보면 아직은 어린아이인가 보다. 두 시간이 지나니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앉고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트램폴린 모퉁이에 피구장이 있었다.


저기 피구장 있다. 들어가 봐.


피구라는 소리에 귀가 쫑긋거리는 아이는 당장에 피구장으로 갔지만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같이 놀아도 되냐고 물어보고 들어가 봐.


내 말에 괜히 성을 내는 아이를 보며, 피구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심스레 지켜보았다. 보아 하니, 다들 모르는 아이들이 랜덤으로 같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설명에 다시 피구장에서 얼쩡거리는 내 작은 아이에게 한 남자아이가 말했다.


이쪽으로 와. 여기가 한 명 비어.


그제야 활짝 웃는 아이.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진다는 감각은 매우 소중한 것 같다. 나도 누군가에게 선뜻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길 희망해 본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도 그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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