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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l 01.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62. 사람은 역시나 사회적 동물

보통 집-회사 이원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오늘은 그 여정을 틀어서 퇴직하신 분을 만났다. 퇴직 후에도 바쁘게 사시는 모습에 활력이 느껴졌다. 나는 툭하면 파이어를 꿈꾸는데, 어쩌면 적당한 일이란 나이가 들수록 활기를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파이어는 하고 싶다.


서로 커피를 사겠다고 했다. 고집불통인 내가 이겼다. 운동을 했더니 힘까지 세진 것 같다. 차가운 얼음이 가득한 그린티를 마시며, 에어컨 아래에서 AI에서 육아에 이르기까지 안드로메다를 포괄할 정도의 폭넓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세 후루룩 지나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본부로 다시 가서 일에 올인해 볼 생각은 없냐고 물으시길래, 고민도 없이 대답하는 내가 있어 나 스스로 놀랐다.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좀 천천히 알아보려고요.

남은 인생이 얼마만큼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급하지 않게 하나씩 하나씩 차분히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 인생의 앞일을 뭔가로 딱 규정짓고 싶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혹시 제가 5년 뒤에는 어마어마한 작가가 될 수도 있으니깐요. 이제 유투버는 겸업금지조항에서 풀렸대요. 유튜브나 해볼까요? “


“응 구독할게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적지 않은 나이에 꿈같은 소리나 하고 있는 까마득한 후배를 만나주셔서 너무 감사했던 오후.


그리고


금전적 여력이 없던 미국생활에서 선물로 들고 왔던 가성비와인을 이제야 드리면서 뭔가 더 비싼 걸 못 사 온 게 내심 부끄럽기도 했던 하루.


그래도 이제라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역시 사람은 사람을 떠나서는 살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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